정말 기독교는 비겁할까? -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행동.의
디이트리히 본회퍼 지음, 만프레드 베버 엮음, 정현숙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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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독일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글들 중 일부를 뽑아 항목을 나눠 엮은 책이다. 오랫동안 본회퍼의 글을 전문적으로 펴냈던 편집자답게 다양한 저작들로부터 좋은 문장들을 골라냈다.

 

 

 

2. 감상평 。。  

 

 

     본회퍼가 속해 있었던 독일 루터파 교회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고향이자 그의 개혁이 시작되어 결국에 열매를 맺었던 나라인 독일에서 이 신앙형태는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서만 의의를 갖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 로마교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럽에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던 신성로마제국의 압제로부터 독일민족의 독립 쟁취하는 데 중심이 되던 사상이기도 했다. 오늘날 독일의 루터파 교회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이 일종의 공무원처럼 정부로부터 사례를 받으며 그 신분이 보장되는 이유도 (대신 그 자격을 획득하는 게 우리나라처럼 녹록하지 않다) 이런 역사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국가와 교회 사이의 이런 일종의 밀월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반드시 부작용도 나올 수밖에 없다. 교회의 세속화가 그것인데, 자칫 교회가 정부의 힘과 권위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히틀러의 출현을 바라보는 독일교회의 태도가 그랬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독재자와 싸우다 처형된 이가 바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였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의 말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삶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으로 무슨 좋은 말을 하든, 삶으로 자신의 말에 신뢰감을 더해주지 못한다면 그냥 헛소리일 뿐이다. 이 책에 실린 본회퍼의 평이한 듯한 말들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가 나치에 의해 처형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을 삶으로 옮기려는 오랜 고민과 행동을 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곳에서 이렇게 발췌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보단 전체 글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게 더 재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그 정확한 문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지나치게 의미가 산란되어 버리는 감이 있으니까. 영양제 안에 아무리 여러 가지 영양소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직접 음식을 먹는 즐거움 또한 포기할 수는 없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아서 살짝 당황했다. 여백을 널찍하게 줘서 사실 담겨 있는 내용도 많지 않고.. (그런데도 정가는 9천원이나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에서 제기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썩 시원하게 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금방 다 읽고 나서 좀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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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 2014-10-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곳에서 이렇게 발췌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보단 전체 글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게 더 재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소개한 목적은 청소년들에게 본회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부제로 `청소년을 위한`이 붙었어요. 청소년들에게 진정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서문 정도의 의미를 가진 소책자라고 볼 수 있지요. 한국에서 너무 엄청나게 소개된 경향이 있어 번역자로서 조금 아쉽지만, 본회퍼 설교집을 읽으면 여러 설교에서 발췌된 내용의 전후 맥락을 알 수 있답답니다. 물론, `제자도`나 `성도의 공동생활`, 그리고 덴마아크에서의 강연 등을 읽어 보셔야 하구요. 정확한 지적 감사드리며!

노란가방 2014-10-07 09:16   좋아요 0 | URL
아.. 번역하신 정현숙 선생님이신가요?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서점 책소개의 어디에도 말씀하신 것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소책자` 느낌을 받을 만한 내용이 없어서요. 엄청나게 치밀하고 치열했던 투쟁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만 물씬...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 총리가 추천할 정도의 무게감을 지닌 책일까 싶기도 합니다.

네, 말씀하셨던 다른 책들을 직접 읽어봐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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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이름으로 무엇이든 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며,

 

사랑 때문에 고통당하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일도 아니다.

 

 

- 수잔 피보디, 사랑중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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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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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다르고, 그 이야기의 성격도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 곰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죽은 아내와 10년 만에 호텔에 간 어느 남자의 이야기 등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이 더 눈에 먼저 들어온다.

 

 

2. 감상평 。。  

 

    1937년에 태어난 작가라니.. 우리나라가 아직 일제 식민지였던 시절 태어난 거고, 십대에 6.25를 겪고 한 뭐 그런 나이가 아닌가. 등단도 꽤 일찍 한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을 이전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다. 뭐 내 좁은 독서의 폭을 탓해야 하는 건지도..

 

 

    책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들에 있는 문구들이 흥미롭다. ‘인간백과’, ‘경계 없음의 미학’, ‘선과 악, 성과 속이 한데 어울려 있는 난마의 통속같은 말들인데, 굉장히 복잡한 느낌이지만 요약하면 내용이 제멋대로이다(?)라는 뜻은 아닐까? ㅋㅋ 실제로 각 단편들의 내용은 물론 주제, 이야기의 배경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까.

 

    물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럿 담아 놓으면 그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 혹은 독자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이 걸릴 만한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흥미롭게 봤던 작품들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단편을 가지고서는 뭔가 메시지를 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실린 이야기이자 가장 긴 이야기였던 신시가 개중에 가장 읽을 만 했다는 건 이런 뜻일 거다.

 

    그런데 책을 중간쯤 읽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작가의 관점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림으로 치자면 구상화가 아니라 추상화 쪽에 가까운 셈. 이렇게 되면 논리적인 평가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뭐 이편도 나쁘진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무슨 명작이라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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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인저러스 메소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 뱅상 카셀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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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프로이트에 의해 정신분석이론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1900년대 초반, 프로이트의 뒤를 이어 가장 촉망받던 융이 일하던 병원에 한 여성이 입원하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성도착증을 앓고 있던 슈필라인은 융의 상담치료가 효과를 발휘해 점점 나아졌고, 의학을 공부하기를 원했던 그녀는 융의 도움으로 정신분석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유부남이었던 융과 슈필라인 사이에 불륜이 시작되고, 융은 학문적 입장에서 모든 것을 성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프로이트의 입장에 회의를 느끼며 스승이자 정신적 아버지와 같았던 프로이트와도 갈등을 겪게 된다. 융이 슈필라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정신분석학의 초기 대가들 사이의 감춰진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

 

 

 

 

2. 감상평 。。。。。。。。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력이 눈을 끈다. 이렇게 예쁜 배우가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초기의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던 슈필라인의 모습을 연기해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연구를 했겠구나 싶은 느낌이 저절로 전해져온다. 턱을 쭉 빼들고 윗니를 드러내며 발작을 하는 모습은 압권.

 

    융 역의 마이클 패스벤더의 연기도 녹록치 않다. 그는 이 영화에서 두 개의 관계를 잃어버린 남자를 연기하는데, 하나는 물론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슈필라인과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정신적인 아버지인 프로이트와의 애정(동성애 같은 건 아니다)어린 관계의 파경이다. 둘 다 한 인물의 심리상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었는데, 그렇다고 대놓고 크게 드러내기도 뭐한 그런 성격의 문제였으니 좀처럼 쉽지 않은 연기였을 터. 그 자연스러운 연기에, 시종일관 자기애가 가장 기본이었던 융의 캐릭터를 보며 살짝 짜증이 날 정도.

 

 

 

가까운 쪽이 프로이트, 먼 쪽이 융

 

 

    영화 자체는 정신분석학이라는 이론적인 부분은 그다지 많이 다루지 않고 (융과 프로이트 사이의 논쟁이 잠시 등장하긴 하지만) 주로 융과 슈필라인 사이의 불륜에 집중한다. 덕분에 구조가 매우 단순해져버렸고, 딱히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상당히 재미있을 만한 소재를 들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

 

    키이라 나이틀리를 빼면 그다지 인상적인 게 보이지 않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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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들이 혼동하기 쉬운 성경 50 - 이단들이 잘못 사용하는 성경 구절에 대한 바른 이해
이인규 지음 / 카리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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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경의 잘못된 해석들을 교정하기 위해 쓴 책이다. 좀 더 정확히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비문법적이고 몰역사적인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50개의 장에 걸쳐 50개의 오류들을 엮어 풀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세월호 사건 이후 구원파라는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단이라는 집단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교주 개인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믿음을 강조하는 게 이단들의 주요 특성인데, 대개가 기독교의 성경의 특정한 구절들을 임의로 짜 맞춰 교주의 주장을 뒷받침하곤 한다. 전직(?) 기독교인들이 특별히 많이 이런데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교회 안에서 건전한 성경해석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 물론 요새는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저 예수 믿고 복 받자는 식의 허황된 미국식 주문(呪文)이 한동안 한국 교회를 거의 뒤덮다시피 했으니까. 그래도 최근에는 점점 건전한 교리를 회복하고 그 진지한 실천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바람직한 조짐이다.(모 출판사에서 나온 교리교재가 상당수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긍정적인 조짐의 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특별히 가장 자주, 또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성경구절들을 중심으로 그 잘못된 해석을 교정하는 좋은 책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책에 추천사를 실은 이승구, 심창섭 교수가 책도 제대로 안 보고 무작정 좋은 말만 써 주는 분들이 아니라는 것도 책의 내용에 신뢰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내용 역시 오랫동안 이단 관련 문제를 연구해 온 저자답게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아쉬운 부분은 오십 개나 되는 항목들이 특별한 논리적 구조 없이 그저 열거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각 항목이 한 가지 성경구절만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주제가 되는 성경의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등장하는 각각의 이단들과 관련된 사항들을 한데 모으거나, 해석오류의 방식 - 문법적 오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 등 -에 따라 항목을 구분했거나 했더라면 좀 더 짜임새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몇 개 항목은 논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 한두 군데 정도 오타로 보이는 부분은 추후 수정되어야 할 거고.

 

 

    한 권의 책이지만, 한국 교계에 널리 알려진 이단들과 잘못된 가르침들의 오류를 잘 지적하고 밝혀냈다. 각각의 문제들에 대해 더 깊은 논의를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지면이 필요하겠지만, 종합서로서는 괜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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