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기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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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연인, 친구, 그리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들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렇게 쓰면 거의 우리의 일상생활 전체를 가리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실제로도 그렇다. 표제인 연애소설은 이 단편소설집의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일 뿐, 나머지 이야기들 모두를 관통하는 제목은 아니다.(그리고 사실 그 첫 번째 단편조차도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그런 식의 연애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2. 감상평 。。。。。。。   

 

     전체적으로 좀 창백한 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어느 문학평론가처럼 기준영이라는 작가의 이력까지 추적할 능력은 없지만, 몇 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들을 모은 이 소설집을 보니 전반적으로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게 표현되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이 딱히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소설 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사연은 또 그렇게 일상적인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으론 서정성이 좀 강해서, 전체적인 이야기에 현실성이 좀 깎여나간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을 보며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평이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인 듯하다. 소설 속 등장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따라간다면 어느 정도 즐길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호불호에 대한 개인차가 있을 것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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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어난 미증유의 사고는

 

"일본의 원자력발전은 안전하다"며 국민들에게 원자력발전을 강요해 오던

 

지금까지의 원자력 행정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러한 ‘안전신화’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은 다름 아니라

 

원전추진의 정․관․업계 유착구조이며,

 

전력회사와 원전메이커, 종합건설사, 자재메이커, 은행 등으로 구성된

 

원전 이익공동체라는 존재입니다.

 

 

- 『일본 원전 대해부 - 누가 원전을 재가동하려 하는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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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이제 열 살이 된 와즈다는 옆집에 사는 친구 압둘라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동네 문구점에 새로 들어온 녹색 자전거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와즈다는 자신도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마도 학교 선생님도 ‘정숙한 여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며 그녀를 나무라기만 한다.

 

     하지만 끝까지 자전거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와즈다는, 마침 학교에서 하는 코란 암송대회의 1등 상금으로 자전거를 타겠다고 결심한다. 처음에는 직접 코란을 보면서도 잘 읽기 못했던 와즈다였기에, 과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엉뚱하고 조금은 당돌하기까지 한 꼬마 소녀의 도전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2. 감상평 。。。。。。。   

 

     감독부터 주연배우들 모두가 여성인 말 그대로 여성영화라고 할 만하다. 특히나 이 영화의 감독인 하이파 알-만수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라고 하니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한 소녀의 작은 꿈을 성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종교법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다양한 어려움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와즈다가 다니고 있는 여자 학교는 그 자체가 엄격한 이슬람식 교육을 하고 있고, 학교의 어떤 선배들은 그저 남학생과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책망과 모욕을 받아야 했다. 한편 와즈다의 엄마는 아들을 낳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남편(그러니까 와즈다의 아빠)이 또 다른 부인을 두는 것을 그져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와즈다는 다른 남자 사촌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가계도에 직접 적인 메모지를 붙여야 했다.

 

     아주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건 억압의 체득이다. 직접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강한 건 삶으로 몸에 익어버리는 억압이다. 와즈다가 다니는 학교의 젊은 여 교장과 교사들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그들 자신이 여자이면서도 여자라는 성(性)에 대한 억압을 일선에서 끊임없이 재생산해내고 있다. 마치 권력과 재벌들을 비호하는 검찰과 사법부 아래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과도 비슷하달까.

 

     결국 감독은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태워주었을 뿐이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한 도전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서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허용되었다고 한다.(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타고 다니는지는 미지수지만.. 억압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는 와즈다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사회 전체를 누르고 있는 엄격한 분위기에 유쾌하게 반항하는 그런 모습이야말로,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싶다. 시작은 자전거였을 뿐이지만, 더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게 된다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까.

 

 

 

덧. CGV 송파(가든파이브 안에 있는 거) 6관은 무슨 미로를 헤메는 것 같았다. 불 났을 때 제대로 대피는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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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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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철학교수가 현대사회에 음울한 그림자를 짙게 만들고 있는 깊은 피로감의 원인을 추적해 낸 짧은 철학 에세이다.

     ​저자가 보기에 현대 사회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주로 ~은 하지 말라, 하면 안 된다는 식인 통제로 이뤄진) 억압적인 기제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다. 사람들은 이전의 권위들로부터 벗어나 자유와 자아실현을 외치고 있지만, 저자는 실제로 그들의 삶이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어제까지 그들을 자유롭게 해 줄 것 같았던 ‘할 수 있다’는 모토는, 이제는 (할 수 있는데도 이것 밖에 못하느냐는 식의) 자기규율이 되어 점점 더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또 다른 관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비록 이 새로운 관리자가 어제의 관리자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결국은 남들이 볼 수 없는 내밀한 곳까지 관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이니까) 어쩌면 이번보다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사회구조는 현대인들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논지다.

 

 

2. 감상평 。。。。。。

     ​일단 간결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일종의 철학책이면서도 중언부언하지 않고 시작부터 바로 논의의 중심으로 쑥 들어간다. 덕분에 사회를 분석하는 저자의 틀도 꽤 명확하게 머리에 들어온다. (뒤로 가면서 이런 부분이 약간 희석되는 듯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책 전체 내용 중, 근대의 사람들이 신과 피안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한 믿음까지 상실함으로써 인간 삶을 극단적인 허무 속에 빠뜨렸다고 진단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건 인류 역사 상 가장 이기적이고 성마르며 폭력적인 사회가 아닌가 싶다.

     ​경제적으로도 아사(餓死)의 위협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을지는 모르나, 책 속에서도 자주 언급되듯 끊임없는 자기생산성 향상이라는 덫에 빠져 어떤 이는 완전히 소진되어 버리고, 또 어떤 이는 경쟁에서 낙오해 스스로를 배제시켜버리는 상황이니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한 밤중까지 일하면서도 그런 삶 이외의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절대 다수의 평범하고 피곤한 사람들은, 앞선 세대들이 했던 선택이 어쩌면 제대로 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강한 증거인지도..

​     피로사회에 대한 진단은 효과적이었던 반면,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하게 사유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책 속에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분노’의 가치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변화의 부싯돌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데는 좀 다른 재료와 계획, 비전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책이 얇아서 가볍게 생각하고 집어 들었지만, 생각할 거리를 여러 개 던져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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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제된 사회에서 성장했고,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처음 말하고 쓰는 법을 배웠을 때로부터 크게 변질되었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정부가 수백 수천 명을 죽이면 그건 애국이라고 배웠습니다.

 

- 하워드 진, 『역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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