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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프레드 로델 지음, 이승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1월
평점 :
1. 요약 。。。。。。。
1933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되어 40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일해 온 저자가 현대의 엉터리 법조체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낸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문명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건 법률가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어려운 법률적 용어로 바꾸어 규제하고 허가를 받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떠받들고 있는 법이란 생각만큼 명료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아서, 그것을 가지고 법률가들이 자기들만의 장난을 할 여지가 넘쳐난다는 것. 결국 법률가들은 그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작업장에서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고도 인생을 즐길만큼의 충분한 돈을 벌어들인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법률가들이 없는 세상, 돈을 받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이 되는 세상을 바라본다.(저자의 직업이 로스쿨 교수라는 걸 생각해 볼 때 흥미로운 내용) 이를 위해서 먼저 각종 법령들과 헌법이 일반인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기록되어야 하며, 특별히 복잡한 사안을 가려야 할 경우 책상에 앉아 서류만 만지는 법률가 대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판과정에 주요한 임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감상평 。。。。。。。
법치주의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래로, 법이라는 도구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가장 고상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들은 잘 빼입은 양복을 입고 다니거나 모든 걸 덮어버리겠다는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검은 법복(과 종종 가발까지 더하기도 한다)을 입고, 모두의 위에서(실제로도 판사들은 법정 내 나머지 구성원들보다 높은 위치에 앉아 있다), 모두의 경외를 받으며(판사가 법정 내 출입할 때 나머지 구성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점잖게 훈계한다.
이 책은 그런 법조계의 잘 차려진 겉모습이 마치 공갈빵처럼 그 속은 비어 있는 상태임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법률가들만 아는 어렵고 복잡한 용어를 사용해 뭔가 대단한 게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별 거 없는, 말 그대로 법률가들 마음대로 하는 적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미국의 연방대법원(우리나라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쳐놓은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될 듯)의 판례들, 판결주문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물론 행정수도 건설이 위헌이라는 이유를 조선시대 경국대전 운운하며 ‘관습헌법’이라는 사상초유의 개념을 제시하며 말장난을 하던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도 크게 뒤쳐지진 않을 듯하지만.
저자는 이를 법조문의 추상성과 법률가들 끼리 통하는 ‘리걸 마인드’라고 지적하는데 옳은 지적이다. 특히나 일반 시민들의 법적 감수성과 전혀 동떨어진 판결을 남발하는 법원과 어이없는 실수(인지 고의인지)와 권력자들과 재벌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는 비겁한 검찰들, 돈이면 뭐든지 한다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변호사들에 대해서라면 우리도 한 마디 할 충분한 경험이 있으니까.
하지만 궁극적으로 법률가라는 존재 자체를 없애버린다고 해서 책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문제들이 모두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저자가 언급했던, 판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모두 올곧은 성품을 가지고 사건을 대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일반 시민들이라고 해서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판결을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사실 망언 남발하고 늘 자기 이익이나 챙기는 수백 명의 국회의원들을 계속 뽑아주는 걸 보면, 국민들의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은 게 분명하다)
책은 법률가들이 스스로 둘러쓴 권위라는 요술망토를 벗겨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법률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해 그것을 매개하는 이들이 농간을 부릴 여지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굳이 저자처럼 법률가들을 저주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 부분은 분명 주목해야 할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