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 - 알려지지 않은 해적의 경제학
피터 T. 리슨 지음, 한복연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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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약 。。      

 

     저자는 17, 18세기의 대서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유럽 해적들에 관한 기록이 언뜻 모순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극악한 무법자인 그들이 자신들 안에 놀라울 정도로 간결하고 체계적인 원칙들을 가지고 있었고, 잔인한 고문을 하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들이 실은 싸우지 않기 위한 여러 도구들(해적깃발, 고문, 그리고 그에 관한 소문들)을 이용해왔다. 여기에 직접 자신들의 선장을 11표로 선출하고, 나포한 배에서 선원들을 괴롭히던 선장이 발견되면 그들의 방식대로 처벌을 했으며, 전 세계에서 흑인을 노예로 삼는 것이 합법적이었던 당시 놀라운 비율의 흑인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해적의 일원이었다는 것.

 

    이런 모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경제학, 그중에서도 자본주의적 경제원리를 끌어온다. 망망대해를 오랫동안 떠다녀야 했던 그들은 일종의 고립된 특수 사회를 형성하게 되었고, 최소비용과 최대이윤이라는 기본적인 경제원칙에 충실한 결과 위와 같은 모순되어 보이는 요소들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의 대부분은 그들의 행동이 어째서 경제학적으로 옳은 행동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2. 감상평 。   

 

     해적들의 행동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본다는 시도가 흥미롭다. 동네에 작은 가게 하나를 열어서 운영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백 명 이상이 참여하는 거대한 조직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며 움직이려면 한두 번의 운을 가지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법질서 따위는 무시하고 오로지 탐욕에만 눈이 먼 잔인한 폭도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그들의 범죄기업을 유지했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미처 생각도 못해본 부분이었고,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논리적인 해설은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해골과 뼈다귀가 그려진 해적깃발은 왜 달고 있는 걸까? 해적들은 나포할 상대방 함선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해적깃발을 달고 다니는 건, 상대로 하여금 얼른 도망가라는 뜻일 것이다. 때문에 해적들은 대개 적들에게 가까이 접근한 다음에야 이 깃발을 올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이상하다. 그냥 나포하면 그만이지 굳이 귀찮게 깃발을 올리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을까? 그냥 멋으로? 저자는 이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설명을 한다. 그 깃발은 상대에게 저항하면 이와 같이 될 것이라는 위협을 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럼으로써 최소한의 피해로 이윤을 얻으려고 하는 경제적인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책은 이런 식으로 경제학 원론에 배울 만한 기초적인 경제 원리들을 해적들의 행동을 통해 흥미롭게 제시한다. 관련 학과에서 교양서적으로 채택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 물론 기본적으로 해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문헌들을 참고하며 역사책으로서의 성격도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각자가 자신의 이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다보면 결국 최선의 경제적 결과가 도출된다는, 여전히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명제를 전제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여기에 합리적인 것경제적인 것을 은연 중 동일시함으로써, 경제성의 신화 - 경제적인 것이 옳은 것이다! -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고, 그들의 본성대로 행하면 자연스럽게 일이 잘 풀린다는 명제가 과연 옳은가?

 

     여기에 전통적인 경제학자 인 듯, ‘기업은 어떤 규칙이 효과적이고 합리적인지에 관한 국지적 지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정부 규제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134)’는 식의 친기업적 정서가 책 전체에 걸쳐 녹아있다. 정부의 규제나 개입은 어찌되었든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두려움을 기정사실화 하는 논지들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꽤 마음에 든다. 역사와 경제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적절하게 버무리면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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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말입니다.

자본주의가 운영되는 방식이 난폭운전 문화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 체제는 탐욕으로부터 추진력을 얻는 구조입니다.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고

아무도 공동선을 걱정하지 않는 그런 구조입니다.

남에 대한 관심 따위는 동기 유발의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근본 원칙입니다.

 

대학의 경제학과에서

개인의 악덕이 공공의 혜택을 가져온다고 가르치는데,

그것은 정말 헛소리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렇게 배웠을 겁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계속 작동된다면

그것은 인류의 자멸을 가져올 뿐입니다.

 

 

- 노암 촘스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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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주인공 규정(최윤영)은 서른 넘은 나이에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작정을 했지만, 좀처럼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아빠와 함께 살면서 이혼한 엄마네 반찬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받는 용돈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중.

 

    어느 날 아빠의 고시원에 수상쩍은 남자가 나타난다. 늘 밤에만 나타나고, 마늘이 들어가지 않은 반찬만을 특별 주문해 먹는다. 어디서 그렇게 벌었는지 방세도 3개월 치를 선불로 내고, 반찬을 가져갈 때마다 오만 원짜리 한 장을 내려놓는다. 송곳니마저 뾰족하게 나와 있는 그의 정체는 뭘까.

 

    스스로를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며 늘 뭔가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동시에 상당한 허당끼를 보여주며 규정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를 관찰하면서 조금씩 규정의 시나리오도 써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에 대한 관심도 늘어 가는데..

 

 

 

2. 감상평 。。。。。。。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로맨틱적인 요소가 좀 부족해 보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코미디 쪽에 치우치고 있는 영화도 아닌 게 수상한 뱀파이어로 등장하는 남걸(박정식)을 제외하면 또 개그 캐릭터라고 할 만한 인물도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또 계속 진행되는데, 규정과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벌이는 여러 갈등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복잡한 사건의 그물을 형성한다. 먼저 규정과 그녀의 친구, 그리고 친구의 남자친구 사이의 삼각관계에, 규정의 아빠는 발명을 한다며 평생을 보냈지만 그를 인정해 주는 건 고시원에 사는 가난한 젊은이 뿐, 여기에 규정의 엄마는 규정의 친구이기도 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붑과 사랑에 빠져버리기까지..

 

 

     감독은 제작노트에서 이 영화에 남걸 캐릭터 이외에도 여러 뱀파이어들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규정의 아버지가 발명을 하겠다며 평생을 자기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동안 그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아내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였고, 본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연스럽게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주형 역시 두 여자의 관심과 애정을 빨아먹는 상태라는 것. 영화 속 대사 중에서도, 규정이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말하자 엄마가 나이 서른이 돼서 아직도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는 네가 바로 뱀파이어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영화의 컨셉에도 잘 맞으면서 썩 괜찮은 통찰을 담고 있는 대사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느냐 하는 부분은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여주인공 규정과 뱀파이어 의심남 남걸 사이의 로맨스가 일종의 골인지점에 있다고 보기엔 그녀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강하다. 메인과 서브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달까. 덕분에 전반적으로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 있는 요소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쉽게 말해 뒤로 갈수록 지루해 진다는..)

 

 

 

 

      그래도 베타랑 배우들이 잘 포진되어 있어서 연기력 부분만큼은 크게 흠잡을 데는 없었다. 여주인공 최윤영도 나름 자신의 매력을 알릴 수 있었다. 언뜻 김규리가 주연을 맡았던 사랑해 진영아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역할이었는데, 뭐 캐릭터는 돌고 도는 거니까.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연기는 수상한 뱀파이어 역의 박정식. 다른 작품을 보지는 못했으나, 일부 설정이 가미되기는 했다 쳐도 목소리 톤이나 연기력이 전반적으로 다른 배우들에게는 크게 뒤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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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인재를 축적하는 일에 힘써야지

 

고를 살찌워서는 안 되오.

 

- 당 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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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딸이 강간을 당한 채 죽어 있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듣게 된 상현(정재영). 범인은 고등학생 신분인 동네 양아치들이었지만, 경찰은 좀처럼 수사범위를 좁히지 못한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압박감을 느낀 양아치 패거리 중 한 명이 상현에게 범인에 관한 신상을 문자로 보내왔고, 상현은 그 중 한 명의 집을 찾아갔다가 우발적으로 녀석을 죽이고 만다. 그놈의 집에서 발견된 영상에 자신의 딸이 유린당하는 모습이 생생히 찍혀 있었고, 놈은 그걸 보며 히죽이고 있었던 것.

 

    사건과 관련된 나머지 놈들을 찾아 복수하러 나선 상현. 그리고 범인을 찾는다는 목적은 같지만, 복수하고 있는 상현 또한 막아야 하는 경찰 억관(이성민). 나쁜 놈들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도리어 그 나쁜 놈을 지켜주기 위해 나서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이해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 감상평 。。。。。。。  

 

 

    원작인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둘 사이의 비교는 하기 어렵다. 영화만 두고 이야기 하자면, 스토리 라인은 주목을 끌만 했지만, 진행은 약간 늘어지는 듯 했고, 영화의 포인트를 어디다 두었는지 잘 파악이 안 된다.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 언급했던, 나쁜 놈을 지켜주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경찰의 입장이 주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성민은 조연이었으니까) 이 두 가지 포인트의 바탕에 깔려 있는,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라는 소재도 언뜻 언급은 되지만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저런 것들을 모두 두루 담아내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저 언급되었다고 해서 뭔가를 말하는 거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영화는 그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매만지고 공을 들여서 보여주어야하는 건데, 이 작품은 꽤 시사성을 지닐 수 있는 소재를 그냥 단순한 추격물로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재영의 탐문수사추적만 보인다. (분량도 너무 길었다. 눈밭에 뒹굴며 촬영할 때 고생했다는 건 알겠는데..)

 

 

 

 

    갈수록 미성년자에 의한 강력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우리는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그리 신기하지도 않은 불행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물론 이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저 법대로처리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답이 아닌 게 분명하다. 14, 혹은 19세라는 임의적인 기준을 세우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법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그저 임의적으로 제정해 놓은 법이라는 도구에 전능(全能)을 부여하는, 조금은 무책임한 자세인지도 모른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사회라는 좀 더 큰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근본적인 개조, 혹은 대책을 고민하는 데서부터가 아닐까 싶지만, 일단 내 자식은 좋은성적 받아서 좋은대학 들어가, ‘좋은직장 얻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뭐가 그렇게 좋은건데?) 생각으로 가득한 부모(어른)들에게서, 내 자식만 아니면, (혹은 걸리고 난 후에도) 내 자식은 그럴 리가 없다는 수준을 뛰어 넘는 생각이 쉽게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수작이라는 느낌은 주지 못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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