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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우울증이 악화된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프랜시스는 이제 열여덟 살이었다. 한 때는 괜찮은 삶을 살기도 했지만 지금 그는 뉴욕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외곽의 한 트레일러촌에 사는 신세다. 학업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하고, 그나마 좀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레슬링도 그만둔 지
오래다.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천재적인 인물들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뛰어난 인재들을 생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났음을 알게
된 프랜시스. 이대로 가다간 영영 이 루저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에 시달리던 그는 오랜 친구 그로버, 정신병원에서 만난 앤메이
등과 함께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아 LA까지 미국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소년의 성장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물론 그 여행의 끝에 마침내 만난 친 아버지의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작가는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 그 자체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나 오디세우스의 모험기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패턴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의
영웅들이 경우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해 내는 과정들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 책에서 주인공은 딱히 그런 문제 극복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성장했다는 점.
주인공
프랜시스는 여행 내내 자신이 천재적인 인물의 정자를 통해 태어났음을 실제로 확인한다면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거의 근거 없는 속설만
되새기고 있었고, 함께 여행하는 여자친구 앤메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까만 고민할 뿐이다. 여기에 꿈속에서 본 카지노 대박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한 마디로 꽤나 초라한 모습인데, 영웅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왜소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변화는 앤메이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아버지를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주인공은,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삶의 목적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고, 결국 그는 2년 간 번 돈을 가지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이 역시
초라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가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 한심한 이론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게르만우월주의를
비롯한 모든 제국주의국가들은 그들의 식민지 주민들을 2류 인간으로 격하시켜 고통을 가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한심한 논리로
멋대로 전용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유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부자(父子)가 유사하게 천재적인 재능이나 뛰어난 업적을 쌓은
경우가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라는 걸 보면, 소설 속 프랜시스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걸었던 카지노보다 그다지 확률이 높은 것 같지도
않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추천사 중에는 유전자공학의 위험성 운운하며 뭔가 기대감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정작 내용에 그런 부분에 관한 윤리적 고려나
철학적 사색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어느 정도 느껴지긴 했지만, 누구에게 추천할 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