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년
강이관 감독, 이정현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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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친구들과 함께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가게 된 지구(서영주). 그곳에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 살 때 집을 나갔다던 엄마 효승(이정현)을 다시 찾게 된다. 소년원에서 나와 엄마와 함께 살게 되지만, 효승 역시 열일곱 살 때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관계해 지구를 낳고 지난 십 수 년 동안 그리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다시 만난 모자에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지만, 그래도 둘은 점점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갖기 시작한다. 지구가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여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너무나 빼다박은 아들을 보며 충격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는 엄마와 자신은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럴만한 능력도 방법도 갖지 못했던 아들은 좀처럼 교차점을 찾지 못하지만 그렇게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 감상평 。。。。。。。 

 

     감독은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의 대다수는 엄청난 범죄자가 아닌 단순한 폭력과 절도의 반복 때문에 들어와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인은 그들이 속한 가정의 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것. 이 영화는 그런 감독의 감상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는 인물상을 그려내고 있다. 요컨대 그 아이들도 일종의 피해자라는 식의 태도다. 정말로 그럴까.

 

 

     3년 동안 군에 있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공식적인 임무 가운데 하나는 상담이었다. 일명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병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신병들이 들어오면 부대에선 그 중에서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같은 이력을 가진 병사들을 뽑아 리스트를 작성한다. 일종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실제로 나중에 군 안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그중엔 대검을 뽑아 들고 소란을 피우던 녀석도 있었고, 죽겠다고 자기 목을 조르던 친구도 있었다) 병사들을 만나보면 대개가 그런 결손가정 출신인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결손가정 출신의 병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분명 아니었다. 즉 깨진 가정은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으나 결정요인은 아니라는 것.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결손가정 출신이라고 해서 그들을 무조건 덮어주거나 나아가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충분히 가능한 일 정도로 치부하려는 태도는 분명 위험하다. 갈수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는 건 어쩌면 이런 감정적 온정주의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분명 그들은 어리다. 하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 어떤 폭력이 ‘단순’하고, 어떤 절도가 ‘평범’한가. 감독은 영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냉혹한 처벌을 가볍게 비판하지만, 정말 문제는 절대적인 빈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기를 거부하는 기득권자들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비틀린 사회구조이고, 정당한 처벌 이후 그들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와 사회적인 노력의 부재가 아닐까. 반복적인 소년원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해결책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본 이정현의 연기는 녹슬지 않았다. 또,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작품의 수준은 꽤 괜찮다. 충분히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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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수도이기도 했던 에든버러는 최신의 의학으로 전 유럽으로부터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의학연구에 핵심적인 자료는 역시 인체였지만, 방부처리가 힘들었던 당시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만 사용될 수 있었다. 수요는 늘 많았지만 공급은 교수형에 처해진 사형수들 정도만 댈 수 있었으니 늘 부족한 상태.

 

    약간은 모자란 듯한 장사꾼 버크(사이먼 페그)와 헤어(앤디 서키스)는 우연찮게 헤어의 아내가 운영하는 여인숙에서 죽은 노인의 시체를 팔아 꽤 큰돈을 벌면서 이 일이 장사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어디 사람이 죽는 게 그렇게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던가. 결국 둘은 장사를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직접 시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스코틀랜드에서 실제로 있었다는 버크와 헤어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원작은 70년 대 공포영화로 제작되었다는데, 이 리메이크작에서는 같은 내용을 코미디가 가미된 내용으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이 영화가 영 찜찜한 이유다.

 

 

     냉정하게 말해서 주인공 두 명은 처음에는 시체를 팔다가 돈을 벌기 위해 살인까지 나서는 범죄자들이다. 그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유일한 목적은 돈 뿐이고, 여기엔 딱히 어떤 윤리적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독은 그들의 ‘작업’을 시종일관 우습고 경쾌한 분위기로 그리고 있으니 이건 뭐 사람 죽이는 거 보며 즐기라는 건가.

 

     연쇄살인마저 코미디로 바꿔버리는 감독의 능력이 대단하다. 모든 심각한 이야기를 유머로 만들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인 양 치부해버리는 가벼운 오락문화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시대 영국 북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부분도 나름 흥미로웠다. 소재만 있고 주제가 빠진 게 좀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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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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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우울증이 악화된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프랜시스는 이제 열여덟 살이었다. 한 때는 괜찮은 삶을 살기도 했지만 지금 그는 뉴욕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외곽의 한 트레일러촌에 사는 신세다. 학업 성적도 그다지 좋지 못하고, 그나마 좀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레슬링도 그만둔 지 오래다.

 

     어머니가 남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천재적인 인물들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 시술을 통해 뛰어난 인재들을 생산하겠다는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났음을 알게 된 프랜시스. 이대로 가다간 영영 이 루저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에 시달리던 그는 오랜 친구 그로버, 정신병원에서 만난 앤메이 등과 함께 자신의 친아버지를 찾아 LA까지 미국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시작한다.

 

 

2. 감상평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한 소년의 성장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물론 그 여행의 끝에 마침내 만난 친 아버지의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작가는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 그 자체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행을 통해 성장한다는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나 오디세우스의 모험기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패턴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의 영웅들이 경우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해 내는 과정들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 책에서 주인공은 딱히 그런 문제 극복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성장했다는 점.

 

     주인공 프랜시스는 여행 내내 자신이 천재적인 인물의 정자를 통해 태어났음을 실제로 확인한다면 뭔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거의 근거 없는 속설만 되새기고 있었고, 함께 여행하는 여자친구 앤메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까만 고민할 뿐이다. 여기에 꿈속에서 본 카지노 대박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한 마디로 꽤나 초라한 모습인데, 영웅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왜소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변화는 앤메이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을 계기로 이루어진다. 아버지를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주인공은,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삶의 목적을 찾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고, 결국 그는 2년 간 번 돈을 가지고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이 역시 초라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유전자가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만든 한심한 이론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게르만우월주의를 비롯한 모든 제국주의국가들은 그들의 식민지 주민들을 2류 인간으로 격하시켜 고통을 가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한심한 논리로 멋대로 전용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유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부자(父子)가 유사하게 천재적인 재능이나 뛰어난 업적을 쌓은 경우가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라는 걸 보면, 소설 속 프랜시스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걸었던 카지노보다 그다지 확률이 높은 것 같지도 않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추천사 중에는 유전자공학의 위험성 운운하며 뭔가 기대감을 갖도록 만들었지만, 정작 내용에 그런 부분에 관한 윤리적 고려나 철학적 사색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어느 정도 느껴지긴 했지만, 누구에게 추천할 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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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일본의 한 전형적인 맨션 단지로 이사 온 아스카는 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왠지 모를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웃집에선 새벽마다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단지 내 놀이터엔 미노루 라는 이름의 범창치 않은 소년이 늘 혼자 흙 놀이를 하고 있고... 아침마다 식탁에선 엄마와 아빠가 정확히 똑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게 며칠 째 반복되는 모습이 등장하면서 이 심상치 않은 느낌은 점점 강해진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아스카는 자기 방을 제외하고 집이 온통 비어 있음을 보고 놀라지만,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 가족이 함께 떠났던 여행에서 사고로 부모와 남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가족의 환상을 매일 아침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연히 그녀를 알게 된 시노부는 아스카에게 죽은 자들과 관계를 맺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놀이터에서 만나 아스카와 친구가 되기로 했던 꼬마가 바로 귀신이었다. 시노부는 아스카를 위해 알고 지내던 무당(?)을 불러 미노루를 쫓아내기 위한 굿판을 벌인다.

 

 

 

 

2. 감상평 。。。。。。。

 

     주인공 아스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 문제를 중심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것 말고 특별한 게 느껴지지 않는 공포영화다.

 

     감독은 애초에 대놓고 초현실적인 존재들을 정면에 내세우며 기괴한 영상으로 보는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의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맨션 단지의 평범한 이웃집, 아이들이 떠난 놀이터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상함을 강조하는 기법을 사용하지만 그다지 와 닿진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아파트라는 비슷한 공간이 있긴 하지만 환경이 다르면 ‘일상에서 느껴지는 공포’라는 방식은 확실히 전달되기 쉽지 않은 듯싶다.(내가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영화는 중후반으로 넘어가며 준비한 모든 설정이 드러나면서부터 급격하게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문제 해결을 고작 굿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심지어 국어책을 읽는 것 같은 극강의 굿 연기에 고개가 절로 흔들리는..)나, 그렇게 아스카가 문을 열고 소년을 맞이하는 걸 막던 시노부가 자기 여친의 환상을 보곤 활짝 열어 혼자 망하는 식이니.. 여기에 소년이 왜 굳이 아스카가 아닌 시노부를 붙잡고 늘어지는지 약간 뜬금없기도..

 

     냉정히 말하면 그냥 B급 일본식 공포영화. 공포도, 주제도, 의식도, 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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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체제의 불의에 대한 그들의 비판은 보다 강력해져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이 분노에 찬 선언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선량함과 평화가 담긴 선언이어야 한다.

 

비판이, 희망의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랄한 담론이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비판은 희망을 담고 있어야 하고,

비판적 낙관이어야 하며,

그 안에 윤리가 ‘흠뻑 배어’ 있어야 한다.

 

- 파울로 프레이리,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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