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네 명의 감독들이 만든 네 편의 단편들을 모은 영화.

      ​아내의 출산을 코앞에 두고 직장에서 짤린 가장은 오늘도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그러는 중 아이를 업고 구걸을 하는 한 엄마를 만나고..(순환선)

      ​유치원에서 보냈던 캠프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는 매년 사고가 일어나던 날 그 자리를 찾아간다. 어느 날 그 동네 구멍가게 주인으로부터 노란 옷을 입은 아이 한 명이 사고가 나던 날 현장으로부터 밖으로 달려 나갔다는 소식을 듣는데..(별 모양의 얼룩)

      ​서른아홉 살의 골드미스 김 부장은 출장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집 앞에서 한 어린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는 김 부장이 학창시절 학자금을 벌기 위해 매매했던 난자를 통해 태어난 아이였다.(E.D. 571)

      ​한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던 이 대리는 출산을 앞두고 사직을 권고 받는다. 함께 일하던 여직원들은 이에 반발해 ‘파업’을 시작하지만, 곧 하나하나 회유에 넘어가고 만다.(인 굿 컴퍼니)

2. 감상평 。。。。。。。      

 

 

      가족이라는 주제에 관해 다양한 부분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 역할의 무거움, 먼저 떠나보낸 어린 딸에 대한 애달픔처럼 감성적인 측면에 집중을 한 초반 두 작품과 난자의 불법적인 거래로 인한 윤리적 문제, 그리고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불이익 문제 등을 다룬 좀 더 이지적인 세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은 구성상으로도 썩 괜찮아 보인다.

    ​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작품인 ‘인 굿 컴퍼니’였다.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라는 전통적인 여성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좀 더 확장되어서 직장 내 역학관계와 이를 초래하는 근본적 원인인 심각한 실업문제, 무엇보다 현대사회에서 ‘너’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부분을 잘 묘사해 내고 있다. 주제가 좀 정치적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훌륭한 내용이라 단편이 아닌 장편영화로 만들었더라도(물론 그러려면 좀 더 상업적인 코드들이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감동과 주제의식, 재미까지 두루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 물론 이 모든 걸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녹여냈다면 그야말로 명작이겠지만(이 영화는 각 파트를 서로 다른 단편이 맡은 셈), 이 영화도 그리 나쁘진 않다. 각 감독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 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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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기차 레일처럼, 어느 한 지점이 어긋나버리면

 

아무리 먼 길이 남아 있어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 강지영, 『하품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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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1. 요약 。。。。。。。     

 

     몇 해 전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다뤄졌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일이 있었다. 일본에 있던 ‘조선학교’에 대규모 시위대가 난입해 수업 중에 있던 학생들을 위협하고 행패를 부렸던 일과, 후지TV 앞에 역시 엄청난 수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지 말라고 시위하던 모습이 그것이다. 이 두 시위는 모두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라는 광기어린 집단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프리랜서 기자인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재특회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하기로 결심하고, 그 수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를 비롯한 상당수의 회원들을 인터뷰하고 조사했다. 그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위 현장에 나서면 쌍욕과 노골적인 인종비하, 거친 행동들로 점철된 재특회 회원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가장과 직장인, ‘이웃사람’이라는 걸 알고 놀란다.

 

     책은 재특회에서 주장하는 ‘재일 코리안(주로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일본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조선’ 교포들의 후손들을 가리킨다. 당시는 아직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기 이전)’의 특권이란 허구에 불과함을 밝힌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일본영주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장되는 권리이자, 사회보장수급권의 경우 도리어 그들의 생활이 평균적인 일반인들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물론 재특회는 이런 ‘논리적인’ 설명은 인정하지 않는다)

 

     갈수록 폭주하는 재특회의 모습에 실망하던 여러 사람들은 탈퇴하기 시작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폭력적인 재특회 영상을 보고 손쉽게 클릭 몇 번으로 신입회원이 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이런 현상들의 이유로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정에 대한 욕구, 유사가족 형태의 조직으로부터 얻는 안정감 등을 꼽으면서도, 그들이 여전히 ‘우리 이웃’들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노력한다.

 

 

2. 감상평 。。。。。。。   

 

     최근 우리나라에도 재특회와 비슷한 성격의 집단(?)이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딱지를 붙이고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을 퍼붓지만 대개 현실세계에 드러내기를 주저한다(물론 자칭 ‘인증’이라는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하지만 언제나 얼굴이나 이름은 가린다). 소아강간, 근칭상간, 폭력처럼 가증스러운 일들을 찬양하거나, 쿠데타를 일으키고 수많은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구금, 고문, 살해한 이들을 경외하는 등 상식 이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베다.

 

     처음 이 책을 든 것도 ‘일베’라는, 도대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확실히 두 조직은 비슷한 면이 상당히 있었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기들이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줄로 생각하는 영웅주의적 착각, 자기 논리는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는(그래서 누군가 반론을 제시하면 독설부터 내뱉는) 독선과 약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만족을 얻는 새디스트적 심리 등등.

 

     그 이면엔 일본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전반을 감싸고 있는 깊은 불안감과 낙오의식 등이 깔려 있었다. 어떤 면에서 재특회나 일베란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중들의 희생양을 찾으려는 심리가 인간 본연의 ‘비열함’과 ‘증오’와 결합해 기형적으로 반영된 배설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재특회의 경우) 말도 안 되는 말과 문장들을 쏟아내곤 상대가 어이없어 말문이 막히면 그걸로 상대를 ‘논파’했다고(얼어 죽을 논파는 무슨.. 애초부터 제대로 된 논리 따위가 없는데) 의기양양하게 서둘러 논의를 끝내버리는 일부 일본인들의 수준 이하의 사고방식도 한몫했을 거고.

 

     재특회의 모습에서 일베의 미래도 엿보게 된다. 아직은 현장까지 나와 집단행동을 벌이지는 않고 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끊임없이 폭주만을 계속하다가는 사람들의 혐오감만을 이끌어낼 뿐이다. ‘증오’는 뭔가 새로운 걸 건설하는 데 사용하기에 적절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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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정요 (양장) - 리더십의 영원한 고전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
오긍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폭정을 저지르고 있던 수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롭게 세워진 당나라의 일등공신은 초대황제인 고종이 아니라 그의 아들이었던 이세민, 태종이었다. 그는 ‘정관’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는데, 이전 세대의 황제들과는 달리 ‘정관의 치세’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로 유능한 정치력을 보여주었다. (만년에 고구려 정복하겠다고 헛힘만 빼지 않았더라도 그의 치세는 더욱 빛났으리라)

 

    이 책은 그런 태종과 신하들이 남긴 통치의 모범에 관한 기록이다. 태종이 내린 지시사항, 신하들과의 토론, 현신(賢臣)들이 올린 각종 상소들 등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실려 있다.

 

 

2. 감상평 。。。。。。。  

 

    고대로부터 제왕의 통치에 교과서처럼 사용되었던 책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전제군주의 통치 같은 건 폐지된 요즘은 ‘리더십’에 관한 고전 정도로 인식되어 읽히는 것 같다. 원문의 구성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각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읽기에 편했고, 가능하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 번역되어 있어서 따분한 감은 없었다.

 

    많은 부분이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고, 사치나 방종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좋은 신하들을 선발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식의 기본적인 정도(正道)에 대한 관점들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힘들고 때로 귀찮기 때문에 못하는 것들 말이다. 여러 신하들은 늘 고대의 성현들과 역사를 인용하며 바른 군주의 길에 대해 끊임없이 떠든다. 그 시대엔 황제 노릇 하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특별히 와 닿는 포인트는 역시 인재에 대한 태종의 사랑과 좋은 인물을 얻기 위해 늘 목말라 했던 그의 열정이다. 마치 삼국시대 조조를 보는 듯 하달까. 뿐만 아니라 그는 그렇게 모은 인재들의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때로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상소문을 보면서도 태종은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도리어 상을 내린다. 자신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해 나가지 않으니 아랫사람들도 신이 나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왕을 도우려 한다. 뭐 이런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종이 모든 의견을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어떤 신하가 거짓으로 아첨하는지 혹은 어진 신하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거짓으로 화를 내 보라는 한 신하의 건의에, 군주로서 신하들에게 정직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들의 정직을 바라겠느냐며 단숨에 물리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통치자라면 과연 진심으로 따를만 하지 않은가.

 

 

    자연히 오늘의 리더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대통령과 자리보전이 전부인 정부의 고위공무원들, 국민의 삶 따위는 관심 없고 어떻게든 권력을 더 잡을까만 고민하는 잉여 국회의원들. 이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뽑아 놓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법집행을 해야 할 경찰과 검찰은 권력자의 눈치 보기 바쁘고(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를 비롯한 각종 권력기관들은 도리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나아가 위협하면서도 뭐가 잘못되었냐는 식의 적반하장이다.

 

    물론 대통령 하나 제대로 뽑는다고 해서 단숨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기득권자들의 온 힘을 다한 저항을 뚫고 나가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좋은 리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가 아닐까. 우리에게도 태종과 같은 소통할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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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볼 때는 모든 교회의 ‘극단’ 분자들은 서로 가까운 반면,

 

각 교회의 자유주의적이고 ‘관대한’ 사람들은 서로 연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교리에 충실한 기독교 세계는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들 수천 명이

 

계속 같은 얘기를 하는 곳입니다.

 

 

- C. S. 루이스, 『피고석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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