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전공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충분하지 않다.

학생들은 전공을 통해 일종의 쓸모 있는 기계가 될 수는 잇겠지만

조화롭게 발달한 인간 존재가 되지는 못한다.

학생들이 가치들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하고

그 가치들의 느낌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이다.

 

사람은 도덕적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체득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문적 지식만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고,

따라서 조화롭게 발달한 인간이기보다는

훈련이 잘 된 개에 더 가까워 보일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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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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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깜짝 놀라고 만다. 그의 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로 변해버린 것. 그의 모습을 본 늙은 부모와 어린 여동생은 경악을 하고, 그날부터 그레고르는 자신의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생활하게 된다.

 

     몇 달이 지나도 그레고르의 몸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점차 가족들도 그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그의 집에 하숙을 하고 있던 사람들 앞에 그레고리가 나타나는 일로 가족들은 그에게 분노하고, 그렇게 다시 자신의 방에 갇히게 된 그레고리는 얼마 후 죽은 채로 발견된다.

 

 

2. 감상평 。。。。。。。   

 

     카프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변신’을 비롯한 몇 개의 작은 작품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소설의 무대는 거의 그레고르의 집 안을 벗어나지 않고, 또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부모와 여동생처럼 가족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인 가족은 대개 혈연을 매개로 구성되기에 무엇보다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법률에서도 가족의 다른 구성원에 대한 불리한 증언은 강요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 작품 속 가족은 좀 다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유용성’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는 실용주의, 합리주의적 모습이다.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점차 그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이건 단지 그의 외향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장의 먹고 살 일이 더 큰 문제였고, 나아가 그레고르를 짐으로 여기기에 이른다. 그가 죽었을 때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좀 과장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많은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은 그 자체로 인정받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생산할 수 있느냐로 등급이 매겨지는, 객체로 전락해버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노인이나 극빈자들, 장애인들처럼 생산력이 떨어지는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투자를 거부하는 모습이다. 왜? 그래봤자 돈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일단 결국 모두가 늙게 될 테니까. 모든 것이 경제적인 가치로 재단되고, 그렇게 형성된 힘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이 살기 좋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설 속 그레고르는 더 이상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죽고 만다. 그레고르 한 사람에겐 그게 비극의 끝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남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여전히 그 비극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좀 답답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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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우슬라 마이어, 질리언 앤더슨 외 / 그린나래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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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누나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시몽은 윗마을에 있는 스키장을 드나들며 스키를 비롯한 각종 물건들을 훔쳐 팔는 것으로 살고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 루이는 변변한 일자리 없이 동생이 장물 팔아 주는 돈 받아다 남자친구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는 한심한 상황이었고.

 

     어느 날 누나의 남친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시몽은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다. 그동안 누나라고 불러왔던 루이가 사실은 자신의 엄마라는 것. 어린 시절 시몽을 낳은 루이는 그에게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던 것이다. 남친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루이와 시몽 사이도 함께 틀어지지만, 어쩌겠는가 핏줄인데.

 

     시몽과 함께 착실하게 살아보려는 노력을 하는 하는 루이. 하지만 옛 버릇은 쉽게 끊을 수 없었는지 루이가 청소해 주는 집에서 시몽은 시계를 훔치고, 결국 루이는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된다.

 

 

 

 

2. 감상평 。。。。。。。   

 

     어린 나이에 제대로 된 고려도 없이 낳은 아들에 대해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던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스스로 살 길을 찾은 것이 도둑질이었던 아들.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라고 한 엄마는 엄마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고, 겉으로는 아무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아들은 엄마의 품이 그리웠다. 감독은 여기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두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고만 있고, 덕분에 영화를 보는 사람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이 먼저 든다.

 

 

     루이와 시몽에게 일어난 이 일들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들은 피해자일 뿐일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인 시몽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루이는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거고, 열두 살이란 나이에 사실상 방치된 시몽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게 도둑질이라는 것 역시 간단히 인정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이런 경우 자주 사용되는 ‘사회적 피해자’, ‘우리 모두의 책임’ 같은 단어들은 무책임하다고 본다.

 

     보통은 문제를 만들어낸 사람이 그 책임까지 지는 게 옳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게 쉽지 않다. 욕정만 동하면 아무렇지 않게 섹스부터 하는 성에 대한 무책임은 분명 문제의 원인이지만, 어찌 됐건 태어난 생명에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삶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건 동료 인간이 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이런 약한 고리들부터 끊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슬들이 하나씩 끊어지면 그물은 더 이상 그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거고.

 

 

 

 

     도둑질을 하다 잡힌 뒤에도, 도리어 자신을 잡은 가게 점원에게 훔친 물건을 파는 시몽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증스럽다고나 할까. 목을 앞으로 쑥 빼고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 또한 실감이 난다. 어린 나이지만 제대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아역 배우 케이시 모텟 클레인. 여기에 루이 역의 레아 세이두도 나쁘지 않고. 다만 답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그저 답답함만 주는 연출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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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과 영상물들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범죄까지 유발한다는 이유로 그런 매체들을 압수해 폐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이 제정된 일본. 이를 위해 ‘양화대’라고 불리는 집단이 만들어 진다. 사상의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하길 원했던 도서관들은 이에 반대했고, 양화법에 공감하는 사이코 조직이 나타나 그런 도서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도서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된 ‘도서대’. 양측은 실탄까지 동원하는 진짜 전쟁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두루두루 ‘일본스러운’ 영화. 엄청나게 과장된 세계관에, 또 그런 세상에 꼭 맞을 것 같은 과장된 성격의 주인공들, 그들이 보여주는 엄청난 겉멋 들어간 대사와 연기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

 

 

     어쩌면 단순히 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영화를 절반 정도 봤을 때 문득 ‘도서대’가 ‘자위대’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보면 영화의 메시지는 정 반대가 된다)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도서대의 기본전략은 자위대의 그것을 그대로 빼다 박았고(이름부터가 비슷하지 않던가), 자연스럽게 그들이 지킨다는 책은 일본국민을, 양화대는 일본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치환된다. 이쯤 되면 ‘국민을 지키는 자위대 만세’ 뭐 이런 결론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한 발 더 나가는 것 같다.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자체가 말은 쉽지만 실제 총탄이 날아드는 현장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법. 위협사격만 하는 적을 두려워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영화는 자연스럽게 자위대의 한계를,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전략, 즉 공격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조직(실제로 영화 후반엔 그렇게 변한다)의 필요성을 어필한다. 최근의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도 함께 떠오르니 영 편하게 볼 수가 없었다.

 

 

 

 

     정부 안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두 개 이상의 기관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설정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이 영화처럼 관련 법 아래 무장한 두 기관이 총질까지 한다는 건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또한 일본식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고. 실제로 일본 바다를 담당하는 두 개의 기관 -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 -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오버스러운 건 변함없다.

 

     여기에 영화 스토리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구멍이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 설정상의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고, 인물들의 캐릭터에도 적지 않은 모순점들이 보인다(물론 사람 마음이야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지만).

 

     약간 보이시한 매력의 여주인공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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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역시 감옥뿐이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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