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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3년 10월
평점 :
1. 요약 。。。。。。。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김무성 선대위원장의 폭탄발언으로 선거가 끝난 후 1년 가까이 큰 혼란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할 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1년 넘게 정쟁을 일으키며 온갖 코미디를
만들어냈던 문제는, 결국 국가정보원장의 결단(?)으로 전격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기에
이른다.
(상식적인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그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었지만, 사실이 아니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던 정문헌씨는 여전히
국회의원질을 잘 해먹고 계신다. 문제는 상식적이지 못하거나, 그 대화록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바빠서 그 전문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거짓 주장을 진실이라고 우기며 믿고 있다는
사실.
이
책은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으면서 말은 참 많은 바로 그 문서, ‘대화록’을 중점이 되는 사항별로 하나하나 뜯어 분석해 보는 책이다.
(물론 그에 앞서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유출한 범죄자들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작업이 선행되기도 한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통일과 관련되어 정말로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 무엇인지를 더듬어 보고, (아쉽게도 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모든 게 망가지긴
했지만) 그 대화에 담긴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아울러 생각해 보게
만든다.
2. 감상평 。。。。。。。
지금은
세월호 사건으로 다 묻혀버리긴 했지만,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로 한 동안 이슈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통일의 경제적인 가치를 강조하면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려는 수사였던 것 같다. 앞서 말한 남북정상대화록이라는 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유출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공작을 통해 당선된 대통령 치고는 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문제는
그 후속조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것.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실제적인 노력이나 의지, 비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끊임없이 ‘니들이
손발 묶고 나오면 우리가 잘 해줄게’라는 먹히지 않을 소리만 반복하는 동안 아시아의 악동은 보스 놀이에 점점 더 심취해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노무현 이라는 인물이 남북관계 문제와 관련해서 얼마나 깊은 이해와 통찰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사태를 늘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인 정치인들의 거짓된 혀가 아니라, 요새 자주 사용하는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팩트(fact)를 가지고 설명하니 이해하기 더욱
쉬웠다. 그저 경찰 동원해서 국민들 사찰하고 억누르기 바쁜 반면 뒤로는 세금 동원해 친인척들, 재벌들 배불려주기 바쁜 대통령들과는 차원이
다르달까.
물론
북한 정권의 엘리트들이 인민들의 삶보다는 자신들의 안전을 더 먼저 생각하는 집단인 건 분명해 보이지만(뭐 우리나라는 다르고?), 적어도 협상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탁월한 언변의 소유자로서의 충분히 능력을 발휘했다. 역대급의 형편없는 후임자만 아니었다면, 이 대화는 남북관계에 있어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중요한
발을 내딛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아쉬운
부분.
그리고
또 하나. 그에게 유시민이라는 동지가 있었다는 건 큰 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기더라도, 치졸하고 비열한 정적들의
흑색선전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패거리들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 그걸 바르게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터. 유시민이라는 타고난 말재주꾼이 열심히
그가 한 일의 진의를 알리는 건 비록 사후지만 조금은 위안이 되는
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