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고양이처럼 - 아웃케이스 없음
미란다 줄라이 감독, 데이빗 워쇼프스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소피와 제이슨은 4년간 동거해 온 커플이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그들은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거기에서 고양이의 수명이 약 반 년 정도 남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한 달 후 치료가 끝나면 집에 데려가서 키우기로 하지만, 잘만 돌봐주면 5년 정도까지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감자기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남은 한 달 동안 자신들이 해 보고 싶은 일을 해 보기로 결심한다.

     일을 그만두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나무심기 캠페인(이지만 실은 나무 묘목 방문판매원)을 하기로 한 제이슨은 한 노인의 집에 매일처럼 방문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매일 한 가지씩의 춤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올리기로 결심했던 소피는 우연히 만난 중년의 사내와 바람을 피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이 제멋대로의, 그리고 거의 감독 혼자만의 생각을 강압적으로 그려내는 영화의 키워드는 ‘불안’이 아닐까 싶다. 4년 동안 동거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들의 상황은 미묘한 여지를 남겨 두었고, 그들의 불안정한 일 역시 미래를 걱정하게 만들 수밖에.. 길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그 자체보다는 일종의 방아쇠의 역할을 했다.

     주인공 커플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오늘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비슷하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와 계층, 극심한 양극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탈락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모험과 도전은 남의 일이 되어 버린다. 미래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뭘 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인사들은 넘쳐난다. 내가 위로해 주겠다고, 여기에 길이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감독의 제안은 썩 설득력이 있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감독은 또 하나의 익숙한 해답 - 그냥 네 마음속에 있는 걸 하라 -을 할 뿐이니까. 그래서 나온 결과는 바람과 그에 따른 관계의 파괴일 뿐. 미국에서 60년 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며 자연으로 나갔다가 결국 마약과 알콜 중독으로 마무리되던 히피적 삶에 관한 철지난 동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물론 그보단 극단적인 인본주의의 종교적 변형의 실천 같기도 하고.

     기대하게 만든 시작이었지만, 감독의 머릿속의 아이디어와 연출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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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란, 저항할 수조차 없이 어떤 것으로

 

당신 자신을 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의지란, 책임감 또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다.

 

- 랜디 코미사, 『승려와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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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한 200년 쯤 후의 미래, 지구는 외계인들의 공격으로 방사능 범벅이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하로 몸을 숨긴다. 우주에서 한창 싸우고 있는 일본 국적(승무원들이 다 일본말만 하는 걸로 봐서) 우주선들이 있지만, 적들의 대량공세에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 멸망으로 다가갈 뿐. 어느 날 우주에서 특정한 좌표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고, 생존자들은 최신형 전함 야마토호를 보내 좌표가 지시하는 행성을 탐사하기로 결정한다. 어차피 죽을 거 마지막으로 도박이라도 해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퇴역한 군인인 주인공 코다이(무려 기무라 타쿠야다!)는 이 작전에 자원하고, 오랜 항해와 고생 끝에 마침내 지구를 구할 방사능 제거기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 그들 앞에 나타난 거대한 적함. 이제 갓 복귀해 ‘임시함장’까지 된 코다이는 생존한 승무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홀로 적함을 향해 자폭공격을 감행한다.

2. 감상평     

    어린 시절 SF물에 한 번쯤 안 빠져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내 경우엔 다나카 요시키가 쓴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이름처럼 전설적인 작품들에 한참 빠져 초등학교 시절을 다 보냈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이 한 푼 두 푼 모아질 때마다 동네 서점으로 달려가 한 권씩 사 모은 게 몇 년, 마침내 열 권의 본편과 네 권의 외전까지 모두 구입했을 때의 기쁨이란..(한참 후에 내가 그렇게 아끼고 모아 놓은 것이 ‘해적판’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놀라움이란...ㅋㅋ)

     이 영화를 대하는 기본적인 생각도 그런 기대감의 연장선상 위에 있었다. 우주를 활보하는 거대한 전함들의 전쟁을 어떻게 실사 영화로 구현해 냈을까 하는.. 헐리웃 쪽에서는 비슷한 영화들이 제법 제작되었지만, 이건 우리랑 가까운 일본에서 만들어지기도 했으니까. 한 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의 나라 일본.

     영상 부분만 보면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 우주 전함들의 전투씬에 함재기들의 활약, 그리고 거대한 광선포까지, 큰 무리 없이 원하던 바를 그려내고 있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아직 우리나라에선 이 정도까지 만들기는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나가는 능력, 즉 연출력 부분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진지함만을 보여주고 있고, (뭐 지구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다보니 영화 내내 하는 말과 행동들에서 어떤 경직성마저 느껴진다. 마지막 주인공의 자폭공격 장면에서는, 할복이나 가미가제 같은 일본 특유의 죽음에 대한 과도한 미화마저 그대로 보이는 듯. 이런 심각함이 도를 넘게 되면 오히려 헛웃음이 나오는 법이다.

     여기에 전함의 모양도 좀 마음에 안 든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던 배를 그대로 우주 공간에 올려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전함 상부에만 몰려 있는 포탑만 해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하부에서 공격해 오는 적들에 대해서는 전혀 대응이 안 되는 거니까.. 우주 공간이 전후좌우, 상하가 없다는 걸 생각해 볼 때, 대단히 비효율적인 구조다. 함내의 모습은 대단히 제한된 세트에서만 촬영된 느낌이고, 그렇게 큰 함선에 승무원이 생각보다 적다. 마지막엔 열두 명이 대피했던가..

     결국 영화란 화려한 CG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라는 걸 확인해 주는 작품. 여기에 군국주의 같은 경직된 사고방식을 어떻게든 어필하려고 해서는 좀처럼 답이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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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전쟁과 정복을 삶의 목적으로 생각하던 고대 그리스의 폭군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는 이 끝없는 폭력을 끝내기 위해 헤라 신전에 가서 기도를 하던 중 신의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헤라클레스다. 그의 아버지 암피트리온은 그런 헤라클레스를 인정하지 않았고, 한술 더 떠 그를 제거하고자 적은 수의 군대와 함께 이집트로 보내버린다.

​     결국 전투에서 패해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 하지만 뛰어난 싸움꾼이었던 그는 곧 투기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마침내 그리스로 돌아오게 된다. 암피트리온의 폭정으로 괴로워하던 사람들을 규합해 반란을 일으킨 헤라클레스,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전혀 다른 버전으로 탄생시킨 영웅의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됐다.

 

2. 감상평 。    

 

        영화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 고대 그리스 신화라는 게 한 사람이 쓴, 일관된 내용과 구조, 의의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다양한 지방에 살던 다양한 이야기꾼들에 의해 만들어진 전승인 이상, 뭐 꼭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가 알려진 고대 신화의 내용과는 상당부분 다르다는 건 알고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예컨대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의 의미가 ‘헤라 여신의 선물’이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그건 헤라 여신의 축복 속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제우스의 간통에 분노한 헤라 여신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 다분했다는 것..;; 그 외에도 영화는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과 구도만 가져와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쯤 되면 그냥 헤라클레스의 모티브만 가져왔다고 해야 하는 게...

     영화의 아쉬운 부분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단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고 어디선가 봤던, 전형적인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주인공이 노예 검투사가 되어 연전연승한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극 드라마에서도 사료가 부족한 인물을 다룰 때 즐겨 사용하던 뻔한 에피소드다.(대조영도, 해신도..ㅋㅋ) 헤라클레스가 백성들의 지지와 인기를 모으는 이유도 거의 설명되지 않으니.. 영화를 보는 사람도 그에게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규모도 좀 아쉬운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상당 부분 커버를 시도하긴 했지만, 실제 전투 장면은 그럴 수 없으니까.. 물론 300 시리즈처럼 엄청난 물량을 동원하는 장면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지나치게 적은 수의 액션배우들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반란군을 진압하는 데 고작 80명의 진압군을 보낸다는 것도 우습지만, 정작 싸움장면에는 그 반쯤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MBC나 SBS 사극 수준. 여기에 광선검, 아니 번개채찍이 등장할 때의 놀라움(?)이란.....;;

    ​하지만 액션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를 그려내는 카메라워킹도. 사실 헤라클레스라는 인물 자체가 누구와 함께 일하기보다는 자기 잘난 맛에 혼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천방지축 캐릭터니 차라리 이쪽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처음부터 ‘레전드 비긴즈’라는, 대놓고 속편을 제작하겠단 의지를 보이고 내놓았으니 최소한 속편이 하나 이상은 만들어질 것 같은데, 첫 편을 이렇게 말아먹었으니 다음 작품들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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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스테이션
카스퍼 바포드 감독, 존 쿠삭 외 출연 / 루커스엔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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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CIA 현장 요원인 에머슨(존 쿠삭)은 라이오를 통해 전달되는 암호화 된 숫자를 듣고 지시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임무를 수행하던 중 목격자를 남기게 되고, 그를 죽이러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의 딸을 만나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물음을 뒤로 한 채 그녀 역시 에머슨의 동료에 의해 제거되고 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일에 회의감이 생긴 에머슨. 위에서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겸 그를 잉글랜드의 방송국(으로 위장된 암호화된 숫자를 단파 라디오 주파수에 맞춰 방송하는 기지)으로 보낸다.

     방송국에서 암호방송을 담당하는 캐서린을 경호하며 기지를 지키던 에머슨은 어느 날 캐서린과 함께 기지로 돌아오던 중 갑작스런 총격을 받는다. 누군가 기지에 들어가 앞선 근무자를 위협해 CIA의 주요 요인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보낸 것. 가까스로 들어간 기지 속에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두 사람.

 

2. 감상평  

 

    오프닝 자막에 주연으로 ‘존 쿠색’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이 영화의 규모가 짐작이 됐다. 일단 그 이름 자체가 약간은 비주류의 느낌이랄까,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엄청난 감동을 주거나, 무릎을 탁 치는 치밀함을 보여주는 건 아니었으니까. 살짝은 마이너 정서도 있고, 딱 그 정도 수준의 짜임새를 가진, 종종 주변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과장된 연기까지.. 전형적인 B급영화지만, ‘나쁜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그런 영화.

     이 영화는 그래도 나름 괜찮은 시작을 가지고 있었다. 암호화 된 지령을 받고 목표인물을 살해하는 CIA 요원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양심적 가책, 회의감을 갖게 된다는 설정은 나름 다음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습격당한 기지까지는, 정말로 괜찮았다.

     하지만 그 이후 에머슨과 캐서린은 그 기지에 갇히더니 별다른 걸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나온 세 명은 너무 적었고(제작비 때문이었을까..;;), 그들이 일으킬 수 있는 일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겨우 그 정도로는 존 쿠삭 특유의 허세가 작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직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일이 정당한가라는 질문,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일해오던 동료마저 죽이라는 명령과 갈등처럼 제법 묵직한 소재들이 있었지만, 그걸 긴장감 있게 엮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보다.

    정부의 명령이라고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지명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영화 속 정보국 요원들을 보면서. 상관의 명령이라고 인터넷 상을 돌아다니며 여당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실어 나르고, 그러면서도 막상 일이 발각되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국정원, 기무사 요원들이 문득 떠올랐다. 자신들이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은 그들이 지켜야 할 사람들을 도리어 위협하고, 조작하면서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환각제와도 같다. ‘국가’와 특정 성향의 ‘정권’을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 해버리는 최소한의 분별력도 없는 인간들이 권력을 손에 넣으면 결국 그 나라는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증거를 조작해 한 탈북자를 간첩으로 몰고 가려고 했던 국정원의 시도가 들통 나자, 관련된 중간관리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요원씩이나 돼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죽는지도 제대로 숙지가 안 됐는지 용케 살아났지만, 곧 그 충격으로 단기적인 기억상실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절묘한 주치의의 소견이 덧붙여지면서 존 쿠색도 차마 쓰지 못할 유치한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7, 80년대에나 통할 어이없는 설명을 뻔뻔스럽게 내는 것도 우습지만,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 잘난 정부는 한심한 수준이다. 존 쿠색의 영화보다 더 우스워지는 현실이라니.. 이거 웃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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