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무림 7대 고수전
양백견 감독, 조문탁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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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유명한 문화재 연구자이자 무술 고수인 당운룡(조문탁)은 우연히 전설적인 일곱 가지 보물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얻게 된다. 마침 무당산에서는 도장이 세워진 지 5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한 무술대회가 열리게 되었고, 당운룡은 보물을 훔쳐내기 위해 딸과 함께 무당산으로 향한다. 사실 당운룡은 보물을 찾아 딸의 병을 고치려고 하고 있었다.

 

     한편 그곳에는 자신의 가문의 보물인 검을 찾으러 온 ‘티안신’도 신분을 위장한 채 침투해 있었는데, 당연히 당운룡과 마주치게 된다. 그녀 역시 당운룡과 같은 보물지도를 가지고 있었고, 둘은 힘을 합쳐 보물찾기에 뛰어드는데..

 

 

 

 

2. 감상평   

 

     허술하다 못해 조악한 수준의 시나리오와 등장한 인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해 결말부에서는 사라져버리는 최악의 섭외, 연출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나치게 가벼워 좀 민망한 수준의 무술장면까지.. 조문탁 같은 그래도 왕년의 이름 있는 배우까지 출연했지만 영화의 수준은 안쓰러울 정도다.

 

     나름 비중 있게 나와 당운룡의 딸과 로맨스까지 형성하는 듯했던 슈헤이는 영화 말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보물을 모아 신선이 되겠다는 어이없는 발상에, 별을 보고 기도하니 하수오 커플이 땅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온다는 설정까지.. 이 정도면 코미디 중에서도 저질 코미디.

 

 

 

 

     이 정도면 우리나라 아마추어 작가들도 안 쓸 듯. 원 제목은 ‘대무당’을 기껏 바꾼 게 ‘태극권’인데, 정작 영화 속에서 태극권은 그다지 비중 있게 등장하지도 않고, 여기에 붙은 ‘무림7대고수전’이라는 부제는 더욱 얼토당토않다. 영화 어디에도 7대 고수 따위는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으니.. 빈약한 영화를 가지고 세일즈를 해 보려던 수입 배급사의 기만 수준으로 느껴진다. 보는 내내 한숨만 터져 나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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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한 밤 중 검은 옷을 입고 차도로 뛰어들려고 하는 40대 여자를 보고 서둘러 달려가 말리는 남자. 밤새 달려 양배추를 배달하다 잠시 편의점에 들렀던 참이었고, 여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 차에 태워줄 것을 요청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장난 섞인 거짓말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여자였지만, 잠시 동안의 동행은 왠지 모를 동질감 같은 걸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여자의 이름은 토코. 두 번째 이야기에서 그녀는 오래된 극장에 간다. 극장 주인인 키쿠치와는 예전에 함께 일하기도 했던 사이. 영화가 끝난 후 두 사람은 극장 로비에 앉아 잃어버린 꿈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토코의 세 번째 행선지는 동물원. 대학 입시에 여러 번 떨어지고 동물원 매표소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야스코는 자신이 운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토코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녀로 하여금 뭔가를 시작해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거대하고 번잡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 한없는 외로움과 팍팍함을 주기도 하는 도시 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오아시스 같은 아줌마 토코의 활약(?).

 

 

 

 

2. 감상평   

 

     우연찮게 마음이 참 헛헛할 때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속 토코와 만났던 사람들처럼 큰 위로를 얻거나 하지는 못했다. 다만 거대한 도시 속에서 길을 잃은 ‘도시 미아’들의 심정을 좀 더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정도..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자리에 앉아 같은 것을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면 조금쯤은 아는 사람이 되는 거고,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위로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메시지 자체야 크게 나쁠 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좀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보여서 잘 와 닿지는 않는다는 거.

 

 

 

     세 개의 에피소드는 토코라는 인물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빼면 표면적으로는 서로 별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속된 세 편의 에피소드들에 나오는 대사들을 잘 조합해야 한다. 예컨대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길을 잃은 할머니 에피소드를 통해 첫 번째 에피소드의 토코의 행동이 설명되고 하는 식. 그러니까 감독은 나름 잘 짜인 퍼즐식 구조를 담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일상적인 배경에,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해 무슨 큰 소란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나름 여운이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영화. 대박을 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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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소문을 읽으면 조선이 보인다
구자청 지음 / 역사공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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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상소란 왕에게 써 올리는 선비들의 제안을 담고 있는 글을 말한다. 현직에 있는 사람도 있고, 관직에 나가지 않고 재야에 있다가 왕의 하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개중에는 특정인 - 가끔은 왕 자신이 배후가 되기도 했다 -의 사주에 의해 특별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도 물론 있었고.

 

     오랜 공직생활을 하고 은퇴한 전직공무원이자 한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재직하면서 수차례 작성했을 제안서와도 비슷한) 조선시대의 상소 스물다섯 편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더듬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 감상평    

 

     책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번역도 괜찮은 편이었다. 아쉬운 부분은 서술의 방향이랄까, 이 책을 펴낸 이유랄까 하는 부분이 잘 와 닿지 않는다는 점. 상소는 일차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문서이기에 그 안에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담겨 있는 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다만 조선시대 내내 수만 편의 상소들이 등장했었을 텐데 그 중에서 굳이 스무 개 남짓의 상소들만을 뽑았다면 여기엔 뭔가 이유가 있었을게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어디에서도 굳이 이 상소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상소들은 그 연대가 조선 초부터 말까지 대체로 퍼져 있다는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임팩트가 부족하다. 각각의 상소 앞뒤에 붙어 있는 간단한 설명은 단편적인 지식일 뿐이고, 특히 앞쪽에 실려 있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상소문의 작성자 설명 부분은 서로 겹치는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상소의 결과가 어떤지를 실어 놓은 것은 좋은 생각이었다.

 

     차라리 항목을 좀 더 분명하게 구분해서, 각각의 상소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목적에 따라 나눠두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간신배가 올린 상소, 왕의 잘못을 지적하는 상소,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작성된 상소 하는 식으로. 여기에 적절하게 오늘날의 현실로의 적용까지 더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구성과는 별개로, 책에 실린 상소들이 정말로 ‘선비정신’을 제대로 담아내고, 또 그걸 잘 보여주고 있는가도 의문스럽다. 물론 당대의 역사적 상황의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시종일관 성현들의 경전만 인용하며 뻔한 소리만 하는 상소들을 계속 읽고 있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개중에는 이론과 실제의 적용을 당부하는 율곡 선생 같은 분의 글들도 있었지만, 예송논쟁이니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짜증이 밀려온다. 송시열, 윤선도 같은 인물들은 당대에 꽤나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인물인데, 백성들의 피폐한 삶은 생각도 안 하고 왕이 몇 년 동안 상복을 입어야 하는지 같은 쓸 데 없는 논쟁으로 서로 죽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조선이 망한 데는 다분히 이런 좁은 시야의 헛똑똑이 선비들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하다고 할 수 없으리라.

 

 

     선택과 집중이 아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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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우주 어디에선가 구조 요청이 오면 즉각 달려가는 우주영웅...은 개 뻥이고, 실은 생각이란 건 전혀 할 줄 모르는 단순 무식한 근육덩어리 외계인 스콜치. 하지만 그에겐 우주적 천재인 형 개리가 있어서 언제까지나 영웅놀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이 진짜 영웅이라고 믿고 있었고, 어느 날 지금껏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 ‘어둠의 행성’에서 온 구조신호에 출동하라는 약간은 미심쩍은 임무를 수행하러 독단적으로 떠난다.

 

    ​그가 출동한 ‘어둠의 행성’이란 건 사실 지구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게 이 영화의 비장의 무기. 지구에는 외계인들을 납치해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는 악당 장군이 있었고, 스콜치는 아무 것도 못 해본 채 그에게 납치된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직접 지구로 날아간 개리가 동생과 다른 외계인들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환상적인 작전.

 

 

2. 감상평   

 

   어지간하면 이렇게까지 보기 힘든 애니메이션은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 경우엔 보고 있는 내내 참 힘들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일단 달려들고 보자는 식이어서 한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일관된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놀람, 아니 당혹스러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건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런 의외성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나...;;)

 

     더 힘든 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목적성이다. 영화는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종의 영웅놀이 이야기다. 이미 수많은 영웅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서, 이 작품은 생각 없이 달려드는 약간 멍청한 영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던 것 같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의 영웅들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가치’들마저 해체되고 있다는 것. 만화라는 특성상 조금은 가벼운 묘사들이 나오는 거야 이해하지만, 이 과정에서 윤리나 정의, 존경심, 심사숙고 같은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던 유산들마저 상당부분 제거된다.

 

 

 

    결국 하고 싶은 대로,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메시지가 영화 내내 선포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 따위는 들을 필요가 없고, 그저 내 생각에 괜찮으면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것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메시지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정신없이 빠르고 어지러운 영상으로 가려져 쉽게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마음을 괴롭히는 영화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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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중국의 형제 소방관이었던 타이콴(유청운)과 퀑(고천락). 꽤 잘 맞는 콤비였지만, 동생인 퀑은 구조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 후 화재경보설비업체를 차린다. 공교롭게도 타이콴의 아내가 산부인과 정기검사를 하러 가는 건물에서 퀑의 회사 홍보를 위한 파티가 열렸고, 여기에 담뱃불로 인한 엄청난 화재가 발생한다. 아내를 위해 사직서를 낸 그 날, 타이콴은 마지막 출동을 나오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타이콴과 소방대원들의 노력이 시작된다.

 

 

 

 

2. 감상평   

 

     고층건물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화재라는 소재가 익숙하다보니, 이 영화를 보면서 몇 년 전 개봉했던 우리나라 영화 ‘타워’나 그 밖의 유명한 헐리웃 영화들을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게다. 감독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에, 가족(형제와 부부, 부모 자녀 사이 애정)과 이기심을 넣어서 적당히 버무려 낸다. 여기에 원칙주의자 주인공(타이콴)의 모습은 영화 내내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갈등이라는 화학반응을 일으켜내고..

 

     확실히 영화는 재난에 관한 일반적인 속설들 - 사람들은 극한의 혼란에 빠지고, 대개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사랑이라는 관계로 묶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외적으로 이타성도 발휘된다는 -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덕분에 영화는 내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재난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영화적 문법도 충실히 구현해 내고 있고.(다른 대원들은 다 어디가고 주인공 혼자 활약하는가 하는 질문은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이 영화에서 아쉬운 건 한결같이 어색해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만은 아니고, 조금 지나쳐 보이는 우연과 작위적인 연출들(시종일관 사고 치던 놈만 딱 죽도록 떨어지는 철근 뭉치들..;;) 탓이 커 보인다. 규모로 승부를 걸었던 것도 아니고, 휴머니즘을 동반한 감동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애매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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