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중국의 형제 소방관이었던 타이콴(유청운)과 퀑(고천락). 꽤 잘 맞는 콤비였지만, 동생인 퀑은 구조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 후 화재경보설비업체를 차린다. 공교롭게도 타이콴의 아내가 산부인과 정기검사를 하러 가는 건물에서 퀑의 회사 홍보를 위한 파티가 열렸고, 여기에 담뱃불로 인한 엄청난 화재가 발생한다. 아내를 위해 사직서를 낸 그 날, 타이콴은 마지막 출동을 나오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타이콴과 소방대원들의 노력이 시작된다.

 

 

 

 

2. 감상평   

 

     고층건물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화재라는 소재가 익숙하다보니, 이 영화를 보면서 몇 년 전 개봉했던 우리나라 영화 ‘타워’나 그 밖의 유명한 헐리웃 영화들을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게다. 감독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에, 가족(형제와 부부, 부모 자녀 사이 애정)과 이기심을 넣어서 적당히 버무려 낸다. 여기에 원칙주의자 주인공(타이콴)의 모습은 영화 내내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갈등이라는 화학반응을 일으켜내고..

 

     확실히 영화는 재난에 관한 일반적인 속설들 - 사람들은 극한의 혼란에 빠지고, 대개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사랑이라는 관계로 묶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외적으로 이타성도 발휘된다는 -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덕분에 영화는 내내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재난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영화적 문법도 충실히 구현해 내고 있고.(다른 대원들은 다 어디가고 주인공 혼자 활약하는가 하는 질문은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이 영화에서 아쉬운 건 한결같이 어색해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만은 아니고, 조금 지나쳐 보이는 우연과 작위적인 연출들(시종일관 사고 치던 놈만 딱 죽도록 떨어지는 철근 뭉치들..;;) 탓이 커 보인다. 규모로 승부를 걸었던 것도 아니고, 휴머니즘을 동반한 감동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애매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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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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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소설은 다양한 사정으로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여러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드라마처럼 그려내고 있다. 우울증, 정신박약, 환청, 자폐증 등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저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묘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는 병원생활에 잘 적응하며 서로를 배려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이 병원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폐쇄병동에서부터 준개방, 개방병동까지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고, 개방병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환자들은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외출도 가능해서 마음에 맞는 환자들끼리 봄이면 꽃놀이도 다녀올 수 있는 식이었다.

 

     병원에서 여는 발표회에 올릴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모두가 약간은 들떠 있을 즈음, 병원 안에는 잇따라 사건들이 (좋은 사건과 나쁜 사건이 함께) 일어난다.

 

 

2. 감상평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일본식 공포물이나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었지만, 웬걸 내용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실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작가는 정신과 병동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뭉뚱그려 ‘정신병자’로 치부하며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이상한 놈들’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쉬운 주인공들이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나름의 질서와 원칙에 따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의 제목인 ‘폐쇄병동’은 언뜻 소설 속 배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유롭게 병원 밖을 오고갈 수도 있고, 사실 소설 속 ‘현재’ 동안은 그저 ‘괴벽’이라고 부를 만한 행동 정도만 가끔씩 보일 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까. 병원에서 일한 지 오래된 간호사들은 그런 그들을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그들을 ‘폐쇄병동’에 가두려는 사람은 오히려 병원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오늘 우리들에게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소설 속 중심인물인 주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런 외부인들의 시선이라는 철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훈련을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해 오고 있었고, 마침내 스스로 병원 밖으로 나가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두려움의 극복’이었지만, 마침내 그들은 해 낸다. (이런 차원에서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 전반에 걸쳐 보이는 저자의 따뜻한 시각이 마음에 든다. 문득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봐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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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지 않은 일을 보고 한 번 눈 감으면

두 번째 눈을 감는 것은 더 쉬워진다.

눈을 자주 감기 시작하면 눈을 뜨려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

공감하고 격려하지 않고 오히려 냉소를 보내게 된다.

자신처럼 눈을 감지 않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지고 눈을 돌린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눈을 감는 것이 마음 편할 듯도 하지만

나중에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한 명씩 모두가 끌려가고 나면

결국 남은 나도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편안함이 우리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 하승우, 『민주주의에 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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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네
남기웅 감독, 김병옥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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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온갖 범죄로 교도소에 들락날락 하기를 수차례, 몇 년 만에 돌아온 아빠 장백호(김병옥). 교도소에서 사역을 하며 모은 돈으로 국수집을 차리려고 했지만, 모아 뒀던 통장의 돈이 사라지고 말았다. 출근을 하려는 아내와 딸들, 학교에 가려는 고3 아들을 창고에 가둬두고 5백만 원의 출처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밝혀지는 가족들의 감추고 싶었던 비밀..

 

     개판 5분 전의 콩가루 집안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사건들의 연속. 하지만 극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장백호의 사정이 밝혀지면서 변곡점이 형성된다. 관객은 장백호를 어떻게 이해하라는 걸까.

 

 

 

 

2. 감상평  

 

     영화는 가족 이야기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아빠가 귀환하면서 평온했던(?) 가족에 위기가 찾아온다. 시종일관 무대뽀 정신으로 들이받기를 한 시간, 하지만 감독은 그 과정을 코믹스럽게 그려내며 이 영화가 단순히 가정불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아님을 충분히 어필한다. 뭐 사실 돈 오백 만원을 찾겠다고 가족들을 헛간이 가두는 게 처음부터 어디 말이 되는 이야기던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독불장군 장백호의 인간적인 측면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조금 다른 결로 흐른다. 이 분위기에서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하지만 감독은 끝까지 개그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독특한 느낌의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

 

 

 

 

     약간 개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배우들의 능글맞은 연기가 부족함을 채운다. 특히 큰 딸 역의 심은진은 연기력이 부쩍 늘었다 싶은 느낌이었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저예산 영화였지만, 썩 괜찮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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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V/H/S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한글무자막)(Blu-ray) (2012)
Magnolia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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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지나가는 사람 괴롭히고, 빈 건물 깨부수며 지네끼리 시시덕거리는 한심한 패거리들이 술 처먹고 약 빨고 하는 것 이외에 가진 취미 중 하나는 비디오 촬영. 어느 날 한 집에 들어가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가져와 달라는 의뢰를 받고 의기양양 쳐들어가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캄캄한 집 안에는 한 노인이 소파에 앉아 죽어 있었고, 찾고 있는 테이프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이 외에도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모두 지긋지긋하게 비디오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안경형 카메라를 달고 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을 꼬셔 원나잇을 즐기려했던 친구들, 신혼여행으로 자동차 여행을 선택한 커플, 몇 년 전 끔찍한 사고가 있던 숲 속으로 여행을 갔던 두 명의 커플, 남친과 화상채팅을 하는 여자 등등.

 

     마치 하나의 오래된 테이프에 서로 다른 사건들이 겹쳐서 녹화된 듯한 모습의 영상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 공포영화.

 

 

 

 

2. 감상평     

 

     영화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건 페이크 다큐의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하게 흔들고 있는 카메라만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일관된, 혹은 익숙한 논리구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감독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고 자체가 단순 그 자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무지 생각들은 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는 ‘애들’이 하나씩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하다 끝난다.

 

     별다른 목적 없이 이루어지는 행동들을 쭉 지켜보는 일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차라리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지켜보는 게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쪽에선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목적 없이 이뤄지는 연속적인 잔혹한 장면들은 그냥 공장의 기계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전형적인 B급 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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