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홍콩에서 마약을 밀수하는 조직을 소탕하려는 작전을 펴고 있던 장 반장(손홍뢰)은 우연히 병원에서 마약 제조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입원한 채첨명(고천락)을 만난다. 반장에게 잡혀 꼼짝없이 사형을 당하게 될 위기에 몰린 그는 경찰을 도와 조직의 보스를 잡게 해 주겠다고 타협을 시도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작전에 나섰고, 복잡한 작전을 통해 마침내 대규모 거래현장을 덮치게 되지만, 이제껏 협조적이었던 채(차이)가 다른 생각을 품고 기어이 일을 내고 만다.

 

 

 

↑ 오해하지 마시라.. 왼쪽이 장 반장, 오른 쪽이 마약상 차이다.

 

 

2. 감상평    

 

     한 시간 여에 걸쳐서 치밀하게 작전을 수행하던 일행은, 이래서는 너무 밋밋한가 싶었던지 마지막 10여 분 정신없는 총격전을 벌인다. 약을 팔러 나온 조직원의 숫자도 여덟 명이나 되고, 경찰 쪽 인원들도 적지 않으니 피아식별이나 제대로 될까 싶은 혼전 속에서 등장인물 대부분은 총을 맞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웃음기를 쫙 뺀 영화다보니 이런 실제 같은 - 그러니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한 가지 계산에서 빗나가는 요인 때문에 모든 게 흐트러지는 - 전개도 뭐 꼭 이상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그렇게 총격전으로 끝내버리기엔 앞에 쌓아 온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없진 않다.

 

 

 

↑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최고의 미인 황혁(우리나라 같았으면 남자이름인 줄..)

 

 

     영화 전체가 사건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진 않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설명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이 적어서 뭔가 깊은 감동까지 전해주진 않는다. 잘 해야 끝까지 자기 임무를 수행하려는 경찰의 열심, 그리고 나쁜 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도?

 

     조금 손을 보면 훨씬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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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탐정사무소
오영두 감독, 배용근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1. 줄거리   

 

     한 박물관에서 고 유물을 연구하던 박사가 살해된다. 박사 아래서 함께 연구하고 있던 송현(최송현)은 그의 죽음에 미심쩍인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조사해 줄 것을 사설탐정인 영건(홍영근)에게 의뢰하지만, 영건은 대뜸 사진 속 시계의 주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송현의 말을 이해할 수도, 그녀의 요청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곧 그녀가 고통사고로 죽는 모습을 보고 놀란 영건은 자체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일하던 곳을 찾아가 본 결과 놀랍게도 살아있는 송현을 만나게 된 영건.

 

     사건의 중심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는 ‘타임머신’이 있었다.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추적하며, 송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뛰어다니는 영건의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2. 감상평     

 

     아무리 독립영화라지만 적어도 스토리에 개연성이라든지 논리적 연결은 충분히 확보해 낼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런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 너무 많은 허점을 보인다.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이야 임의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하면서도 딱히 말해주지 않는 주인공 캐릭터 형성의 비밀은 좀 불친절하달까), 사건의 중심에 있는 킬러의 행동 원인 자체가 지나치게 임의적이라는 것 - 그냥 화가 나서라니.. -은 전체적인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문제다.

 

     배우들의 연기는 딱히 인상적이지 못하고 - 특히 주인공 영건 역의 배우는.. - 그렇다고 액션 부분에서 볼만한 것도 아니다(지팡이를 휘두르는 액션은 너무 느리고 그냥 흐느적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들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주인공이 어디나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것도 이야기를 가볍게 만드는 요인.

 

 

 

 

     어디에 힘을 줬는지 알 수 없는, 갈팡질팡하다 끝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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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검사는 그 검사를 만든 사람들의 정신과

 

동일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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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포르노 배우로 일하고 있는 제인은 애완견 스타렛과 함께 친구인 멜리사 커플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어느 날 방을 꾸미기 위한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우연히 한 노부인 세이디의 정원에서 하고 있는 야드 세일(Yard Sale)에서 보온병을 사게 되는데, 돌아와서 보니 그 병 안에 옛날 지폐가 가득했던 것.

 

     돈을 다시 보온병에 넣어 세이디의 집으로 찾아간 제인. 하지만 세이디는 환불은 안 된다면 문전박대를 한다. 하는 수 없이 그녀의 집을 맴돌며 기회를 찾던 제인은, 조금씩 그녀에게 다가가게 된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던 제인은 조금씩 세이디와의 만남을 즐기기 시작하고, 처음엔 왠 이상한 여자인가 싶었던 세이디도 제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나이를 초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귐을 그린 영화.

 

 

 

 

2. 감상평    

 

     솔직히 영화가 빠르고 즐겁지는 않다. 보통의 기준으로 보면 왜 저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 지치면 대마초나 피우는 멜리사 커플이나, 괜찮은 외모를 가지고도 포르노 배우로 일하며 딱히 계획하는 것 없이 그냥 날들을 보내는 제인도 그리 부러워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 세이디를 계속 찾아가며 친해지려고 애쓰는 제인의 모습은 단순히 죄책감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게 더 큰 동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늘 함께 하는 강아지 스타렛은,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제인의 외로움을 더욱 강하게 보여주는 존재였다. 사람이 아닌 동물을 늘 옆에 끼고 있다는 건 그만큼 누군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니까. (사랑 없는 성관계를 하는 그녀의 직업도 그런 외로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인지도..)

 

 

 

 

     어쨌든 그렇게 영화 속 제인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살고 있는 세이디와 묘하게 닮아 있었고,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이 과정이 썩 매끄럽게 그려지는 건 아니었고, 또 그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불안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건 늘 그렇게 완벽한 것만은 아니니까. 그렇게 시작되고, 또 할 수 있는 한 그런 사귐을 유지해 나가는 것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지도..

 

     감독의 연출에선 아직 능숙함은 부족해 보인다. 영화 속 제인처럼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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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노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찮게 사건수사에 참여하게 된 한국의 유학생 상훈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이 일본 역사학계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광개토대왕비와 칠지도의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정당화시키려는 극우세력들의 음모와 관련된 살인사건들을 축으로, 일제강점기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 당했던 조선인들의 비극적인 삶과 그들의 후손들과 관련된 이야기, 북한의 정세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10여 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딱히 상황은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작품 속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 북쪽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는 않은 채 국방위원장의 젊은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여전히 일본의 어용사학자들과 극우 정치인은 엉터리 이론으로 교과서까지 조작하며 망언을 밥 먹듯 내뱉고 있고,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이 우리의 영토마저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강한 역사의식 고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뭐 이 점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종종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야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작품을 소설이 아니라 딱딱한 강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형식은 소설 속 인물의 생각이나 말을 통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아 여기선 지금 작가 자신이 하고 싶어 준비해 놓은 걸 넣었구나 싶은 데가 눈에 띈다.

 

     이번 책의 경우 지나치게 판이 크게 벌여진 건 아닌가 싶은 느낌도 준다. 일단 무대부터가 동경 유학생인 주인공이 시베리아 벌판까지 헤매더니, 약간은 뜬금없이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등장해서 일본의 역사의식을 꾸짖는다. 판이 커지다 보니 사건의 전개에도 지나치게 우연적인 요소들이 자주 보이기도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 넓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얻어내는 건 개연성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차라리 좀 더 밀집도 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하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려고 했던 메시지의 타당성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모르고 있고, 문화재에 대한 관심 역시 낮은 수준이다.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군인정권의 낮은 문화,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쩌면 당장의 따뜻함을 위해 1등 당첨 로또 복권을 불쏘시개로 사용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차곡차곡 자신들의 논리를 준비하며, 필요하다면 왜곡과 은폐, 억지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일본과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정말로 배우는 게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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