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디
뤽 베송 감독, 양자경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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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버마 독립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아웅 산 장군의 딸인 아웅 산 수 치 여사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그린 영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암살당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결혼까지 하고 두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던 수 치. 어머니의 입원 소식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오랜 군부독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웅 산 장군의 딸이 돌아왔다는 소식들 듣고 찾아 온 반정부 운동 인사들은 그녀에게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고민 끝에 그녀는 이를 수락하고 민족민주동맹(NLD)을 조직해 전국적인 운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민주화운동의 순교자를 만들기 원하지 않았던 군부는 그녀를 가택연금 시키며 말려 죽이기를 시도하지만, 그 동안 수 치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택 연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녀의 남편인 마이클이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군부는 그의 버마 방문을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수 치를 괴롭힌다. 2010년, 마침내 오랜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방된 그녀는 지지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민주화를 위한 길에 나선다.

 

 

 

 

2. 감상평    

 

 

     실제 수 치 여사와도 참 비슷한 느낌을 줄 정도로 양자경은 배역 연구에 신경을 쓴 게 보인다. 단지 외모만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굳은 의지를 가진 주인공 역을 잘 연기해 낸다. 또, 감독은 단지 사건 중심으로만 영화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종 아름다운 영상과 잘 계산된 화면 구도를 담고자 노력하고 있고.

 

     영화를 보면서 독립운동가의 딸을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로 가지고 있는 버마와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영구집권을 꾀했던 인물의 딸을 대통령으로 갖고 있는 우리나라 중 어떤 나라가 장기적으로 더 행복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당장은 그들보다 우리가 경제적인 상황은 더 나을지 몰라도, 정의, 정직, 책임과 같은 중요한 덕목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나라에 장기적으로 어떤 희망이 있을지..

 

 

 

 

     영화 속 수 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 산 장군이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정치는 당신에게 관심을 갖는다.” 정치적인 수단(투표권)은 가지고 있지만 정치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투표가 오늘의 한심한 정치행태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단지 저기 멀리 여의도에서 투덕거리는 일을 넘어서 교육, 일자리, 주거문제와 같은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일들에 영향을 끼친다. 아웅 산 장군의 말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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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감수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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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자연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간 이해에 자신의 도구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 결과 그는 인간이 누구이고,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떻게 될 지와 같은 핵심적인 질문들에 관해 철학과 종교가 답하지 못하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호기 있게 장담한다.

 

     저자는 다윈식의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를 통해 인류가 발생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예술이나 도덕, 종교와 같은 문화적 도구들이 발생되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저자의 독특성은 자연선택에 있어서 그 중심이 개별 개체가 아니라 그 개체가 속한 하나의 집단이라는 것. 개체들의 활동은 그 집단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따라서 종종 혈연을 넘어선 이타적 행동들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미래에 관해 저자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 - 인류가 노력한다면 22세기쯤이면 지구는 인류의 낙원이 될 것이라는 -을 내놓는다.

 

2. 감상평    

 

     엄밀하게 말하면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는가를 밝히는 게 아니라, 그 역(逆)의 작업, 과거 있음직한 일들을 소재 삼아 인류의 우수성에 관한 신화를 창작하고 있다. 사용하는 용어들이 조금 학술적이고 전문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작업은 저자가 서두에서 비판하던 철학이나 종교에서 해왔던 일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긴 설명들이지만 결국 ‘인간 유일성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저자가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요행’(69), 즉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선택의 대상이 혈연이든 집단이든 이 점에 있어서는 공통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출연이 요행이라면, 인류가 생산해내 온갖 종류의 문화적 도구들의 탄생도 요행이라는 말인데,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여기엔 윤리나 도덕도 포함된다. 인류가 준거의 틀로 생각해 온 이런 것들이 단지 인류의 발명품들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따라가야 할 이유도 대단히 임의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리지 않을까?

 

     도덕이나 윤리마저 생물학적인 기원을 따라가려는 저자의 태도는 ‘현재 남아 있는 것이면 뭐든지 뭔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식의 논리와도 곧 맞닿게 될 것 같다. 전쟁도, 차별도, 살인과 강간, 인신매매까지도 진화라는 길 위에서 나름의 유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그 천박한 진화심리학 말이다.

 

 

     자연주의 세계관에 기초하고, 과학주의적 용어로 단련된 거대한 현대신화를 담아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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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법이 정한 수단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법대로 하라는 얘기는 폭력이다.

정당한 주장인데 수단이 잘못되었다면,

그 수단을 잘못이라 규정하는 사회를 의심해야 한다.

왜 누군가가 인정한 방식으로만 말해야 하는가?

 

- 하승우, 『민주주의에 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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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어린 딸을 암으로 잃고 직장과 아내 모두를 잃은 전직 경찰 빌(리암 니슨). 항공기 납치를 막기 우한 항공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좀처럼 술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어느 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탑승한 뉴욕발 비행기 안에서 보안통신네트워크로 의문의 협박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분 안으로 지정된 계좌로 1억 5천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승객 중 한 명을 죽이겠다는 것.

 

     20분이 지났을 때 협박범들의 말처럼 정말로 한 사람이 죽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방식이었다. 혼란에 빠진 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누가 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찾아내려고 하지만 희생자들은 계속 늘어가기만 한다. 빌의 강압적인 수사방식은 오해를 낳고, 그가 테러범이라는 의혹이 퍼져가기 시작한다. 15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탄까지 발견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테러범을 찾기 위한 빌의 노력은 계속된다.

 

 

 

2. 감상평  

 

     잘 짜인 각본에, 적절한 인물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 안이라는 제한적 공간이 잘 어우러져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관객의 머리마저 쥐가 날 정도로 치밀하게 만들어 놓은 스토리 장치들이 좋다. 20분마다 한 명씩 살해된다는 기본 얼개는 영화가 진행되면서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열쇠였고, 그 많은 승객과 승무원 중에 누구를 의심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 동안 수집해 온 정보의 신빙성조차 의심되는 상황 등등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 소재들이 다양하다. 극의 중반에 이를 때 즈음에는 정말로 빌의 자작극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

 

    물론 영화의 결말 부분의 지나친 영웅 만들기는 갑자기 좀 억지스러운 느낌을 준다. 또, 물론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한 사람을 테러범으로 몰았다가 갑자기 영웅으로 떠받드는 언론의 가벼움은 영화 속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고.

 

 

 

 

     영화 속에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 전체를 휩쓸고 있는 일종의 공포감을 반영되어 있다. 부시 정권은 소위 ‘애국법’을 제정하고 ‘국토안보부’(요새도 치약폭탄이니 신발폭탄이니 하는 것들을 주장하면서 예산을 계속 타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부서다)가 창설되면서 미국 사회는 대단히 경직되기 시작했고, 실체가 없는 적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집단적인 정서불안에 빠져들어 버렸다. (물론 이런 가운데서 이득을 보는 건 따로 있었지만 말이다.) 항공기마다 사복 차림의 요원들을 탑승시킨다는 아이디어도 이런데서 나온 거고.

 

     하지만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그렇게 안달하면 할수록 빠져나갈 구멍은 더욱 넓어지는 법이다. 허둥대다 보면 챙기지 못하는 것이 나오게 되고, 적의 위협을 과장하다보면 어느 샌가 자기가 만들어낸 허상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거니까.

 

 

     주말 저녁, 물론 그리 넓은 극장은 아니었지만 꽉 채울만한 영화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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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에 실린 스캔들 기사로 인해, 자신이 맡고 있는 배우를 잃게 된 우곤(김강우). 자신을 믿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왔던 배우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친 사람처럼 찌라시를 만든 사람을 추적한 끝에 마침내 전직 기자이자 이젠 유력한 정보지를 만드는 박사장(정진영)을 만나게 된다. 박사장으로부터 찌라시에 실린 정보의 출처인 ‘정보회의’의 존재를 알게 된 우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거대한 비밀. 찌라시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접근을 시도해 본 영화.

 

 

 

 

2. 감상평   

 

    왜 대규모 공공시설을 재벌들에게 팔아넘기거나, 유력한 정치인들이나 대기업 경영진들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부기관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시민들을 괴롭히거나 하는 소식이 들릴 때 즈음이면 연예인 스캔들이나 결혼 기사들이 튀어 나올까?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수작의 뒤에는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사설정보지가 있다.

 

     정치, 경제, 연예계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소문을 담아서 전달해준다는 찌라시는 일반적인 신문이나 뉴스와는 달리 사전, 사후 심의라는 과정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온갖 종류의 소문들이 여과 없이 실려 있는 게 보통. 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의 90% 이상은 거짓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다섯 개, 열 개의 출처에서 그 정보를 접하게 되면 어느 덧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인지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런 찌라시의 속성을 중심소재로 잡아 진행된다. 결국 언론을 간접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정재계의 고위인사들이 찌라시를 조작한다는(그리고 그 행동대장 격으로는 전직 국정원 요원이 참여하고), 충분히 있을 법한 (그리고 예상할 만한) 이야기다. 영화는 주인공 팀이 사건의 본질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제법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몇몇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력이야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었지만(다들 실력은 인정받는 배우들이니까), 영화 속 인물의 성격은 조금 더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 주인공 우곤의 막무가내식 접근은 영화 초반 위기를 고조시키는 기능은 하지만 답답함을 주고, 영화의 정교함을 좀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영화 속 개그코드를 담당하고 있는 괴짜 도청업자 백문의 경우는 고창석이 아니라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의 연기력이 문제는 아니고, 캐릭터 자체가 좀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달까.

 

 

     손가락 꺾기만 아니면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 볼만 했던 한국식 추격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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