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전문가들 사이의 친밀한 웃음이야말로,

모든 세속의 권력 중에서도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기 전에

아주 나쁜 짓을 하게 만드는 가장 강한 요소다.

 

- C. S. 루이스, 『그 가공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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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영화가 시작되면 두 남녀의 대화가 이어진다. 남자는 감독이었고, 여자는 작가였다. 두 사람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고, 남자의 제안에 여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하나씩 인물들을 창조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좀처럼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에 감독의 짜증은 극에 달했고, 결국 회의는 중단되고 만다.

 

     잠시 짬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 여자. 현실 속의 그녀의 모습은 앞서 감독과 만들었던 작품 속 여주인공처럼 답답하고, 자신이 처한 한계에 갇혀 있는 듯하다.

 

 

 

 

2. 감상평   

 

 

     작품을 써 내려갈 때 작가들은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뻔한 전개와 캐릭터를 넣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요샌 여기에 개연성 없는 전개까지 더하는 막장 드라마, 막장 작가들도 넘쳐나긴 하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싶기도 하지만, 비정상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거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여기에는 뛰어난 창조성이 필요한데 그런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재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 역시 쉽게 얻어지는 건 아니니까. 영화 속 작가인 여자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도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앞에 두고 현실의 우울함까지 더해진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일종의 영화를 다룬 영화인데, 요샌 종종 이런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다.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흥미가 될 만한 요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내려는 작가들의 고민과 우울함, 고뇌를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작품은 아니라는 거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 즐겁지 않았던 것도 당연한 결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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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모든 일을 계획대로, 정해진 시간표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석(정재영). 매일 점심시간마다 들르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원(차예련)를 보고 반해버렸다. 자신처럼 늘 청결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야말로 자신의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정작 지원은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자 애쓰고 있었고, 자신과 꼭 같은 성격의 정석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원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성격도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정석. 지원의 후배 소정(한지민)의 도움을 받아 완전히 ‘무계획적인 삶’을 실현하기 시작하고, 설상가상 소정과 2인 밴드를 구성해 오디션에까지 나가기로 한다.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싹트는 둘 사이의 애정..

 

 

 

 

2. 감상평   

 

     최근 들어 정재영 주연의 영화들에 딱히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우선 그가 연기한 배역들이 그다지 호감이 가거나 재미있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늘 비슷해 보이는 정재영 식의 연기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실미도에 나왔을 때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꽤 과장된 성격의 주인공을 맡게 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역시 10년전에 출연했던 ‘아는 여자’의 ‘동치성’이나, 이번 영화의 ‘정석'이나 딱히 다른 점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뭐 같은 연기자가 비슷한 느낌의 연기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중심인물들이 여럿이라 전체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갈 수 있는 연속극과는 다르게, 주인공 한 둘이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영화의 경우는 이런 부분이 확실히 지루함의 강도를 더해주는 듯하다. 확실한 연기변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배치된 과장된 에피소드들은 웃음을 주고, 한지민의 막 가는(?) 노래 역시 나쁘지 않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귀엽다. 영화 말미에 일종의 치유 이야기까지 집어넣으니 전체적인 구색은 갖춰진다.(물론 그게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 강했지만) 오락 영화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히 대단해 보이는 부분도 없는 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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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의 서재 - C. S. 루이스를 만든 작가와 글 믿음의 글들 271
제임스 스튜어트 벨 외 엮음, 강주헌 옮김 / 홍성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 요약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탁월한 통찰들을 제시해 온 ‘C. S. 루이스를 만든 작가와 글’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 말 그대로 그의 서재와 저작들에서 발견되거나 언급된 111명의 저자들, 사상가들의 작품을 일부 발췌해 각각의 항목별로 분류해 놓았다. C. S. 루이스의 폭넓은 사상적 원류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2. 감상평   

 

     각 단편들이 두 페이지 이상을 넘어가지 않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기에도 편하지만, 나처럼 한 번에 쭈욱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은 책이다. 한밤중에 처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새벽 세 시가 다 될 때까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물론 당일에 다 읽은 건 아니고 사흘 정도 그렇게 몇 시간씩 투자했다) 모든 내용들이 인상적인 작품들은 아니지만(특히나 내 경우엔 ‘시’ 쪽은 영...), 확실히 ‘아, 이런 부분은 루이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C. S. 루이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들의 경우 메모 같은 것도 남아있었을 테고, 또는 그의 작품에 어떤 식으로 언급되거나 영향을 주었는지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되면 책을 만드는 일 자체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했겠지만, 그리고 일종의 연구서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전체가 어렵다면 일부 항목이라도 그렇게 만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책 말미의 옮긴이의 글을 일고 살짝 당황했다. 왜 역자가 가끔 ‘사이비’ 소리를 듣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을 거면 그런 부분을 쓴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어떤 목회자를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도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사족(蛇足)’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부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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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또 한 번의 군부 쿠데타로 온 나라가 독재정권 아래로 다시 들어갔던 그 시절. 사진 기자였던 아버지(오달수)는 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끌려갔다가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돌아왔다. 어머니는 그 일로 인해 홀로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덕분에 낙만(김준구)은 육개월 방위가 되어 부산 지역 헌병대에 입대, 아니 출근을 시작한다.

 

     이발병부터 시작해 사진병, 정화조 청소병, 바둑병까지.. 부대 내 온갖 잡일은 다 하게 된 낙만. 하지만 어차피 6개월이면 끝이니 아무 사고 일으키지 않고, 무던하게 시간을 보내다 나가기로 결심한다.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를 어서 떠나는 것이 그의 소망.

 

     그러던 어느 날 동기가 맡긴 책 때문에 졸지에 북한과 연계된 ‘빨갱이’로 몰리게 된 낙만. 개인이 무슨 책을 읽을 지까지 규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이 비민주적인 국가의 행태는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던 아버지를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2. 감상평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어리바리한 낙만의 군대생활 이야기로 가볍게 그려낸 작품. 하지만 평범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는 군 간부 혹은 선임들, 즉 군대인데 이는 군부에 의한 독재정권 수립이라는 당시의 사회정황을 반영한다. 당연히 구박받고, 무시당하는 낙만과 행자, 혜림 같은 인물들은 그 당시 압제 당하던 시민들을 가리킨다고 봐야할 듯하다. 힘없고, 가진 것 없어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언젠가 그들도 동화 속 미운오리새끼처럼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

 

     감독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곽경택 감독이었다. 일견 가벼워 보이는 듯 하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를 능숙하게 요리해내는 능력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일단 대충 계산해도 전 국민의 1/3 이상은 경험한 군대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개되니,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영화 속에 삽입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 연설이 반가웠다. 조금은 빠르고, 특유의 격앙된 어조의 목소리로 사건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던 그의 목소리가 인상적.

 

 

     하지만 영화의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이 좀 아쉬웠다. 영화의 결말은 어쨌든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였는데, 그 과정이 딱히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 물론 그 시대로부터 30여년 지난 우리는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물론 여전히 세상은 약자에게 친절하지 못하지만), 그냥 무작정 기다리면 된다는 식은 확실히 부족해 보인다. 현실에선 시간이 지난다고 진실이 늘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린다고 언제나 좋은 결과가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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