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또 한 번의 군부 쿠데타로 온 나라가 독재정권 아래로 다시 들어갔던 그 시절. 사진 기자였던 아버지(오달수)는 민주화운동에 연루되어 끌려갔다가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돌아왔다. 어머니는 그 일로 인해 홀로 미국으로 떠나버렸고, 덕분에 낙만(김준구)은 육개월 방위가 되어 부산 지역
헌병대에 입대, 아니 출근을 시작한다.
이발병부터 시작해 사진병, 정화조 청소병, 바둑병까지.. 부대 내 온갖 잡일은 다 하게 된 낙만. 하지만 어차피 6개월이면 끝이니 아무 사고
일으키지 않고, 무던하게 시간을 보내다 나가기로 결심한다. 아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를 어서 떠나는 것이 그의 소망.
그러던
어느 날 동기가 맡긴 책 때문에 졸지에 북한과 연계된 ‘빨갱이’로 몰리게 된 낙만. 개인이 무슨 책을 읽을 지까지 규제하지 못해 안달이 난 이
비민주적인 국가의 행태는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던 아버지를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2. 감상평 。。。。。。。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어리바리한 낙만의 군대생활 이야기로 가볍게 그려낸 작품. 하지만 평범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는 군 간부 혹은 선임들, 즉 군대인데 이는 군부에 의한 독재정권 수립이라는 당시의 사회정황을 반영한다.
당연히 구박받고, 무시당하는 낙만과 행자, 혜림 같은 인물들은 그 당시 압제 당하던 시민들을 가리킨다고 봐야할 듯하다. 힘없고, 가진 것
없어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언젠가 그들도 동화 속 미운오리새끼처럼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
감독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곽경택 감독이었다. 일견 가벼워 보이는 듯 하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를 능숙하게 요리해내는 능력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일단 대충 계산해도 전 국민의 1/3 이상은 경험한 군대 이야기를 배경으로 전개되니,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영화
속에 삽입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 연설이 반가웠다. 조금은 빠르고, 특유의 격앙된 어조의 목소리로 사건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던 그의
목소리가
인상적.

하지만
영화의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이 좀 아쉬웠다. 영화의 결말은 어쨌든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였는데, 그 과정이 딱히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 물론 그 시대로부터 30여년 지난 우리는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물론 여전히 세상은 약자에게 친절하지
못하지만), 그냥 무작정 기다리면 된다는 식은 확실히 부족해 보인다. 현실에선 시간이 지난다고 진실이 늘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린다고
언제나 좋은 결과가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