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권이라는 아이디어의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통상적 규범을 넘어서는 특수한 개인들이 있고

일반 국민은 그들을 이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권력을 감추고 보호하는 표준 절차입니다.

 

권력을 보통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하고 은밀한 물건으로 포장하는 거지요.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아무도

선뜻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까요.

 

- 노암 촘스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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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워커홀릭 경찰 종 반장(성룡)을 아버지로 둔 마오(경첨)는 반항심 충만한 딸이다. 아버지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클럽 사장인 우(류예)를 남자친구로 사귄 마오. 그런 마오를 만나기 위해 우의 클럽으로 간 종 반장은 인질이 되고 만다. 우는 5년 전 약국 인질 사건에서 죽은 여자의 오빠였고,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클럽에 모아 복수를 계획했던 것.

 

     하지만 우리에겐 종반장이 있었고, 그는 납치범 수하들과의 격투 + 납치법과의 협상을 통해 시간을 버는 동시에, 5년 전 진짜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친절하게 밝혀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2. 감상평     

 

 

    성룡이 주연한 액션 영화. ‘폴리스 스토리’라는 8,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제목을 따왔지만, 그 때 봤었던 설정을 가져온 건 아니다. 종 반장 1인의 활약을 그리고 있을 뿐, 팀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스토리 라인은 매우 단순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내용들이 끼어들어 괜히 어려워지는 일은 없다. 적어도 감독과 배우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알고 영화에 참여했었을 것 같다.

 

     특유의 액션 장면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이젠 나이도 많이 먹었을 성룡이지만, 그 나이 대의 다른 배우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할 움직임을 보여준다. 물론 전성기 때처럼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모습까지는 볼 수 없지만 말이다.

 

 

 

 

     감독은 액션 외에도 가족의 회복이라는 보편적인 소재까지 넣으려고 했고, 그건 아버지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오해가 있었음을 깨닫는 딸이 모습을 통해 구현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버지가 나쁜 일 하러 다니는 것도 아닌데, 반항하겠다고 불량한 남자 만나는 다 큰 딸의 심리는 쉽게 공감하기 어렵고.. 여기에 그렇게 어렵게 사건을 조성한 악당이 말 몇 마디로 모든 걸 내려놓는 것도 좀..

 

     꽃미남, 꽃미녀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보는 사람의 머리까지 쓰게 만드는 추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원한 볼꺼리가 보이는 것도 아닌, 이런 스타일의 영화는 이제 확실히 인기를 끌기 어려운 풍토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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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일할 때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 신영복,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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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Of Gods and Men (신과 인간) (한글무자막)(2Blu-ray/DVD Combo) (2011)
Sony Pictures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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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알제리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수도원에서 살고 있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 병원이 따로 없는 마을사람들은 수도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수도사들은 글씨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직접 써 주거나 마을 사람들이 대소사를 가지고 와 의논을 하는 상대도 바로 수도사들이었다.

 

     어느 날 이슬람 과격분자들에 의해 마을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근처에 와 있던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마침내 수도원에까지 쳐들어와 부상자들을 위한 약을 달라고 요구하는 괴한들. 수도사들은 계속해서 마을에 남아 있을 것인지 아니면 몸을 피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을 그곳으로 이끄신 분의 부르심에 순종하기로 결정하고, 끝까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한다.

 

     운명의 날. 한 밤 중 괴한들은 수도원에 침입해 수도사들을 납치했고, 그들을 인질삼아 잡혀있는 자신들의 동료와의 교환을 시도한다. 그러나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고, 수도사들은 차례로 살해된다.

 

 

 

 

2. 감상평  

 

 

    1996년 알제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수도사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감독은 반정부 이슬람 과격단체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가난한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프랑스인 수도사들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그들의 삶은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다. 매일 같은 채소를 가꾸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을 하고, 모여서는 성경을 읽거나 찬양을 부르고, 다시 흩어져서는 기도를 한다. 노동과 예배가 그들의 생활의 전부다. 하지만 그런 삶을 통해 그들은 신을 찾고 만나고, 그렇게 만난 신을 마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다.

 

     한편 그들의 반대쪽에도 신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외국인을 몰아내기 원하고,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얼마든지 신의 이름으로 사람까지 죽일 수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영화 속 한 마을 주민의 말처럼, ‘그들은 종교적이라고 하지만 코란을 읽은 적이 없’는, 그들 자신의 생각을 신성화 시키고 있을 뿐인 신성모독자들에 불과하다. 코란 역시 네 이웃을, 형제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던가.

 

 

 

 

     영화는 가톨릭교가 이슬람교보다 우월하다거나 더 낫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다시 영화 속 인용된 파스칼의 말처럼 “사람은 결코 종교적 신념으로 악을 행할 때만큼 그토록 완벽하고 기분 좋게 악을 행할 수는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종교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선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으며, 많은 경우 종교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물을 흐리는 건 비단 이슬람교만이 아니라 기독교도, 세계의 모든 종교들에게서도 나타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 자체를 부정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건 마치 한국사람 중 누군가가 범죄자라고 해서 한국인 모두를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바보스러운 주장이 아닌가. 해결책은 참된 종교다움을 회복시키는 데에 있다. 주방과 정원에서, 기도와 찬양 속에서 신을 찾고 만나는 수도사들은 종교의 참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삶과 예배는 분리될 수 없으며, 예배에서의 모습이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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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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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일본의 한 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도중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나러 잠시 나갔던 황태자비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시청에서는 최고의 수사전문가인 다나카를 수사책임자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특유의 노련함으로 조금씩 범인의 행방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난 후 납치범들은 전화를 통해 일간지에 요구조건을 내건다. 일제강점기 명성황후 시해 후 한성공사관에서 일본 본국으로 보낸 435호 문서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 하지만 일제의 만행과 식민통치의 부당함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그 문서에 관해 일본 외무성은 그 존재를 부정하고 나선다.

 

     차츰 경찰의 수사망은 좁혀오고, 황태자비는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의 의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 감상평     

 

 

     수사물의 기본 얼개를 가지고 다나카 형사의 수사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과연 유명한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도대로 책장은 쉴 새 없이 넘겨져 갔고, 결국 예정과는 다르게 한 밤중까지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박력이 넘쳤고, 지나친 감상에 빠져서 스토리 진행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끄는 인물들이 없는 것도 좋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커녕 역사교과서를 통해 이를 왜곡하고 집단 기억삭제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 우익은 물론,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한 채 허둥대기만 하는 정부, 그리고 아예 역사 문제에 관심이 없는 국민들까지.. 작가가 책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한쪽만이 아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순간 실행하라. 용기는 자유를 주지만 비겁은 굴종을 줄 뿐이다’라는 책 속의 문구는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다. 다들 이리저리 재기만 할 뿐 정작 행동은 할 줄 모르는 현실. 누군가 나서서 뭐라도 할라치면, 선동가요 현실을 모르는 공상가로 치부하며 도리어 자제를 촉구하는 우익들(그러나 실은 일본과 관련된 이권에 지배당하는 게 보통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크든 작든 실제로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두 명의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의 국적을 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바꾸는 재미있는 가필이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국민정서를 타깃으로 한 개작. 이 작품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괜찮은 시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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