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일본의 한 극장에서 공연을 보던 도중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만나러 잠시 나갔던 황태자비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시청에서는 최고의 수사전문가인 다나카를 수사책임자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특유의 노련함으로 조금씩 범인의 행방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난 후 납치범들은 전화를 통해 일간지에 요구조건을 내건다. 일제강점기 명성황후 시해 후 한성공사관에서 일본 본국으로 보낸 435호 문서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 하지만 일제의 만행과 식민통치의 부당함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그 문서에 관해 일본 외무성은 그 존재를 부정하고 나선다.

 

     차츰 경찰의 수사망은 좁혀오고, 황태자비는 자신을 납치한 범인들의 의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 감상평     

 

 

     수사물의 기본 얼개를 가지고 다나카 형사의 수사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과연 유명한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도대로 책장은 쉴 새 없이 넘겨져 갔고, 결국 예정과는 다르게 한 밤중까지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박력이 넘쳤고, 지나친 감상에 빠져서 스토리 진행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끄는 인물들이 없는 것도 좋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커녕 역사교과서를 통해 이를 왜곡하고 집단 기억삭제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 우익은 물론,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한 채 허둥대기만 하는 정부, 그리고 아예 역사 문제에 관심이 없는 국민들까지.. 작가가 책을 통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한쪽만이 아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한 순간 실행하라. 용기는 자유를 주지만 비겁은 굴종을 줄 뿐이다’라는 책 속의 문구는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이다. 다들 이리저리 재기만 할 뿐 정작 행동은 할 줄 모르는 현실. 누군가 나서서 뭐라도 할라치면, 선동가요 현실을 모르는 공상가로 치부하며 도리어 자제를 촉구하는 우익들(그러나 실은 일본과 관련된 이권에 지배당하는 게 보통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크든 작든 실제로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두 명의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의 국적을 한국인에서 중국인으로 바꾸는 재미있는 가필이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의 우경화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국민정서를 타깃으로 한 개작. 이 작품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괜찮은 시도인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조선미녀삼총사

감독/박제현 | 출연/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고창석, 송새벽, 주상욱

 

 

1. 줄거리 。 

 

     현상금이 걸린 사건을 해결하는 전문사냥꾼 그룹의 멤버 진옥(하지원), 홍단(강예원), 가비(가인). 어느 날 청나라의 군사기밀이 담긴 비밀문서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받고, 문서를 찾아 조선 최대의 국제무역항이었던 벽란도에 잠입한다. 미모와 무공을 겸비한 미녀삼총사가 기발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

 

 

 

 

2. 감상평

 

 

      조선시대답지 않은 복장과 캐릭터들, 특수효과들이 뒤죽박죽 섞여 나오더니, 심지어 스토리마저 금방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단순한 인물들은(특히 악역은...) 처음부터 이 영화가 탄탄한 스토리에 무게를 둔 게 아니라 볼 꺼리에 좀 더 치중한 작품이란 걸 보여준다.

 

     문제는 그 볼 꺼리 부분도 그리 대단하지 못했다는 점. 영화의 개그 캐릭터였던 강예빈, 송새벽, 고창석의 오버 연기는 새로울 게 없었고(안쓰럽게 보일 정도), 영화 속 등장하는 신기술은 시대착오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여배우 세 명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이란 것도 그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영화가 처음 알려졌을 때 나왔던 ‘왜색 논란’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복장에서 약간 일본풍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늘 그것만 입고 다녔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보단 대놓고 헐리웃의 그것을 모방했지만, 지긋지긋한 과거의 복수 같은 소재가 개입되면서 전체 스토리 라인이 망가져버렸다고나 할까. 차라리 깔끔하게 사건 하나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단한 작품은 분명 아닌데, 아주 형편없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 듯.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개봉 당시 변호인과 수상한 그녀 같은 대작들 사이에 끼어서 더 초라하게 보였던 면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모든 종류의 육체노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노동 덕분에 우리가 계속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망각한다.

 

-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승려와 수수께끼 - 두려워 말고 부딪혀라! 성공한 벤처창업가들이 이 시대 청춘들에게 권하는 책!
랜디 코미사 지음, 신철호 옮김 / 이콘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미국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가 중 하나인 저자에게 레니라는 이름의 창업지망생이 찾아온다. 그는 funeral.com이라는 장례용품 인터넷 판매회사의 기획안을 가지고 와 그에게 투자조언을 받고자 했고, 저자는 그런 그의 사업구상에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음을 느낀다. 레니는 단순히 사업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더 중요한 비전이 없었던 것. 내일 당장 숨을 거두게 되더라도 오늘 하고 싶은 일, 즉 자신과 세상에 진정한 만족과 유익을 줄 수 있는 것을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 자신의 일을 통해 구현해 내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

 

 

2. 감상평     

 

 

    굳이 따지자면 경영 쪽 책이라고 해야 하나. 경영학 관련 책 하면 일반적으로 복잡한 수학과 통계, 전문용어로 넘쳐나는 조금은 어려운 이론서나 트렌드를 빠르게 잡아서 성공하는 법 같은 가벼운 책들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읽는 내내 이런 책도 있었구나 하며 책장을 넘겼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일단은 성공을 하고, 나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식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 물론 이 충고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장에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 우선은 돈을 벌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타협(?)도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사업의 성공을 넘어서 인생의 성공까지 조망하며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에 이를 확률이 더 높다는 좀 다른 결의 조언을 하는데, 사뭇 와 닿는 점이 많다.

 

 

     비전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라는 조언은 힘이 느껴진다. 단지 목표 지향적으로 살지 말고, 과정 자체를 즐기며 거기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그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바이기에 더욱 강력하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지금 나의 상황과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간밤엔 좀 끼적여 보기도 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 다만 굳이 이 주제를 동양의 선(禪)과 애써 연결 지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은 든다. 동양적 분위기에 대한 서양인들의 막연한 동경의 산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또 하나의 약속

감독/김태윤 | 출연/박철민, 윤유선, 김규리, 박희정

 

 

 

1. 줄거리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동생 대학교 학비 벌고,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겠다고 취업에 나선 윤미.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다는 진성전자에 들어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채 2년이 되지 못해 그녀는 백혈병에 걸려버렸고 그렇게 짧은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윤미의 아버지인 상구(박철민)는 딸 이외에서 같은 공정에 세 명 이상이 백혈병에 걸렸고, 그 이외에서 비슷한 암들이 놀랄 정도로 높은 비율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노무사 난주(김규리)와 함께 산재인정을 거부하는 건보공단(그리고 그 뒤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진성그룹)에 대한 길고 힘든 싸움에 나선다.

 

 

 

 

2. 감상평    

 

 

    인물의 이름과 회사명은 가공의 것이지만, 내용 전체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화 속 진성전자는 삼성전자를 가리킨다는 건 누구나 아는 부분이고, 영화 속 등장하는 회유와 감시, 적반하장식의 태도와 반성하지 않는 모습 역시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을 때 실제로 그들이 보여주었던 반응이기도 하다. 국내 최저수준의 재해라는 거짓 신화의 뒤편에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퇴사를 종용하고 입막음을 하는 대기업의 비열한 행태가 있었다.

 

    온통 하얀 작업장에, 일하는 사람들도 온몸을 가리는 하얀색 옷을 입고 있는 반도체 공장은 문외한들의 눈에는 말 그대로 청정지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얀색의 방진복은 처음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옷이 아니라, 노동자들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을 외부의 유해성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기능 따위는 전혀 없다는 뜻. 그리고 이건 그들이 노동자들을 보는 시선을 대변해준다. 인간보다 제품생산이 우선이 되는 공정.. 최첨단 산업이라는 반도체 공장의 실제 모습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아버지는 이런 거짓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는 그저 국민학교만 졸업한 ‘무식한 택시기사’일 뿐이고, 딸의 어이없는 죽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고 돈 몇 푼으로 끝내려는 안이한 재벌그룹을 상대로 최소한의,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는 많이 배웠다는 대기업 간부들보다 훨씬 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가리켜 빨갱이물이 들었다느니, 데모쟁이라느니, 돈에 미쳤다느니 하며 손가락질을 하기 바쁘고, 가족조차 그런 그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사업에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비난한다. 여기에 자기가 몸을 관리 못해서 병에 걸린 것이라는 힐난까지.. 너무나 멍청해서, 그래서 자신들이 욕을 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이 땅의 수많은 필부필부의 모습을 지나치리만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오히려 슬펐던 장면이다.

 

 

 

 

   배우들은 열심히 연기했다. 그러나 제작비도 충분하지 못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보니,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장면들을 만들어내기엔 좀 힘에 부쳤던 느낌이다. 여기에 시나리오 상에도 뭔가 탁 치는 대사가 부족했던 점도 아쉽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