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감독은 4.3 사건 때 가족을 잃은 강상희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유가족들을 만나 사건이 남긴 상처들을 재조명한다. 영화는 인터뷰 형식으로 잔잔하게 진행되면서 4.3 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 장소들을 따라간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조차 금지된 채 숨죽이며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야 ‘비념’이라는 이름의 굿을 통해 한을 풀려 하지만, 어디 그런 것으로 이 아픔이 쉽게 가실 수 있을까..
영화의 후반에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한다. 다시 한 번 제주의 강정 주민들은 자신의 의사는 전혀 묻지 않고 저질러지는 국가의 힘에 의해 고통 받고 있었다.
2. 감상평 。。。。。。。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동의하지만, 영화의 구성이나 논리적 흐름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인터뷰 형식의 영상에 일종의 르포 같은 느낌도 주는데, 여기에 딱히 진행자가 등장하지도 않아서 영화가 뚝뚝 끊기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영상도 그다지 친절한 느낌을 주지 않으니깐. 물론 대형 제작사를 끼고 만들지 않은 독립영화라는 성격도 이해는 하지만, 얼마든지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여기에 4.3 사건의 본질에 관한 일방적인 설명만을 약간은 감성적인 어조로 풀어내는 것은 좀 더 분명한 조사와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한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제주는 반공주의로 명성이 높았으며, 처음부터 공산주의자는 없었고, 외지에서 온 악랄한 도지사와 계엄군 지휘관이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는 설명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분명 그 섬에서 학살당한 민간인 모두는 아니었더라도, 몇몇은 해방 직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설사 누군가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그가 무슨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로 잔혹한 처벌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인데, 영화 속에서는 단지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었다’는 식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점 또한 약간 아쉽다.

개인적으로 일단 영화라는 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물론 여기서 재미란 단순히 ‘오락성’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이 부분에서 약점이 보인다. 아무리 좋은 얘기도 지루하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던가. 여기에 영화 자체는 굉장히 빈 구성이 많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감정의 과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예컨대 영화 초반과 종반의 굿이나 아무 대사도, 사람도 없이 그저 특정한 장소만을 비추는 카메라 워크라든지..) 주제만으로 모든 걸 덮기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