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영화는 30대 직장여성인 제갈재영(박희본)의 고민을 따라가면서, 각각의 에피소드 마다 한 가지 요리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직장과 연애, 친구 등 30대 싱글 직장여성이 마주할 만한 일들이 음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독특한 작품.

 

 

 

 

2. 감상평     

 

    쓸 데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 서 있는 포스터 속의 박희본이 오히려 코믹스럽게 느껴진다.(이런 모습이 참 귀엽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느낌도 그렇게 너무 심각해지지 않고 적당히 해소된다. 30대라면 충분히 공감이 되는 고민들이지만, 각각 10분 내외로 구성된 짧은 단편들을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만든지라 충분히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좀 모자랐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의 백미는 박희본의 먹방.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는지.. 또, 각 에피소드마다 이야기에 한 가지씩 음식이 등장하는데, 말미에 다시 한 번 레시피를 정리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굴소스 회사의 제작지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간단한 간식 수준이 아니라 굴소스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나름 괜찮은 일품요리들이 소개되어 입맛을 돋운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식욕이 살아나는 느낌이 드는 영화. 근데 다들 볶음 요리라 칼로리는 좀 높을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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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밀이라는 게 대부분 국가 안보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건 국민들에게 사태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말자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 노암 촘스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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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맨드릴

감독/에르네스토 디아즈 에스피노자 | 출연/마르코 자로, 셀린 레이몬드

 

1. 줄거리    

 

     괴한에 의해 부모님을 잃은 맨드릴은 삼촌에 의해 전문적인 킬러로 성장한다. 어느 날 임무를 받아보니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를 제거하라는 것. 이를 위해 그의 딸(도미니크)에게 접근한 맨드릴은 어이없게도 그녀의 미모에 빠져버린다. 여차저차 해서 결국 ‘임무’에는 성공한 맨드릴. 하지만 이번엔 아버지를 잃은 도미니크의 반격을 받는다.

 

 

 

2. 감상평    

 

     아..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요새 말로 ‘병맛’? 약간은 생소한 칠레 영화다. 2009년에 제작됐다고 하는데 영상의 질이나 스토리 전개, 인물의 캐릭터까지 어느 것 하나 세련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의도된 ‘올드함’인가 잠시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 결국 영화 제작 역량의 부족함이 잔뜩 느껴진다.

 

     스토리 전개의 어설픔도 어설픔이지만, 카메라 앵글은 애처로울 정도고, 마치 8, 90년대 홍콩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주인공의 붕붕 날아다니는 액션신은 성룡이나 견자단의 그것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단지 기계적인 모방일 뿐 전혀 느낌이 다르다. 아무나 쏘고, 일격에 기절시키고 하는, 딱히 생명이나 인간에 대한 진지한 관점이 아예 담겨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최근에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는 ‘마세티 킬즈’가 있었다(작년에 봤던 영화 중 최악이었다).

 

 

 

 

     영화에서 별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주인공 맨드릴 때문인데, 부모의 복수를 위해 놈을 제거하러 나선다는 설정 자체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시종일관 유아적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나오는 마초 영웅을 여전히 동경하고 있다)데다, 딱히 이런 부분이 진지하게 다뤄지지도 않는다.

 

 

     작년에 ‘NO'라는 칠레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카메라 워크는 좀 거칠긴 했어도 괜찮은 내용을 담아냈던 걸 보면, 칠레 영화라고 해서 아주 다 못 볼 수준은 아닐 게다. 물론 진지한 영화로 제작된 NO와 오락 영화가 분명한 이 영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고...;;;;

 

     차라리 다른 걸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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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른다

감독/박은형 | 출연/윤진서, 오민석, 이봉규

 

 

1. 줄거리    

 

     시골의 한 작은 마을 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는 진경(윤진서). 한 유부남과 의미 없는 만남을 갖고 있지만 딱히 뭔가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을 한 마디로 특징짓자면 ‘까칠함’ 그 자체. 주변의 모든 일들에 무관심하게,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대한다.

 

     그런 진경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 경호(오민석). 그는 극장 근처의 전자대리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얼마 후 그녀의 어머니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진경의 과거(그녀의 친어머니는 ‘첩’이었고, 진경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은 후 현재의 ‘어머니’가 그녀를 키워왔는데, 실은 진경 친모의 불륜상대의 본부인이었다는 것)가 밝혀지면서 그 ‘까칠함’의 원인을 짐작케 해준다.

 

 

 

2. 감상평    

 

     외로운데 아닌 척, 뭘 할지 몰라 바쁜 척, 상처받을까봐 관심 없는 척. 어쩌면 영화 속 진경만이 아니라, 고립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상당수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영화 속 진경이 실은 극도로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고,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을 뿐이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들도 누군가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우리를 위로해주고, 토닥여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사랑(그것이 꼭 남녀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친구, 그냥 아는 동생 등 누구와도 이룰 수 있는)이었다.

 

 

 

     영화는 진경의 무덤덤함을 그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는다. 덕분에 영화 초반은 상당히 건조하지만, 중후반의 한 방을 터뜨리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완전히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영화가 단선적이라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몇 편 본 적이 있는 것도 같다.

 

     주연을 맡은 윤진서의 연기는 괜찮았다. 특히 자주 좀 지나친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을 맡곤 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 너무 강하지도, 너무 무색무취라는 느낌도 아닌 적절한 인물을 연기한다. 그 밖의 조연들의 경우 그리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었고.

 

     아주 인상적인 건 아니지만, 나름 독특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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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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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과거 소련에서 태어나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북한에 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이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북한 정권이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특히 외교적, 군사적) 정책들이 있어왔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현재의 북한 정권은 이미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기에, 외부의 원조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개혁, 개방이지만, 이는 현재의 북한 기득권층들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낙관적인 기대를 갖기에 어렵다. 때문에 핵무기를 밑천삼아 인근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회유하면서 원조를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은 현재의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결국 북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단기적으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다. 책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면서, 북한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현재의 김씨 왕조의 붕괴 후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2. 감상평    

 

     책의 서문에도 쓰여 있듯,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견해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독재세력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반공주의에 매달려 왔고, 덕분에 자칭 우파라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몰고 있다. 또 아직도 북한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좌파의 일부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 온정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독한 독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남북의 문제를 너무 ‘우리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 때문에 어쩌면 이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제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나름 중립적인 위치에서 북한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부분이다. 왜 북한은 그런 전술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도발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건 일부 군부 강경론자들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그리고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개혁, 개방은 현재의 북한정권의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보면 북한 정권의 당국자들도 꽤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느냐 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개 한심한 해결책만 내기 마련인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좀처럼 정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가 쉽게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있다곤 하나, 적어도 교수 한 사람이 생각해 내는 것보다도 못해서야..

 

     다양한 방식으로(이를테면 개성공단과 같은 것은 책 속에서도 칭찬되고 있다) 북한과,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일견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지만 꽤 타당성이 있다. 정보통제는 북한정권이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체제 안에 미묘한 긴장감, 혹은 개혁에 대한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현재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데도, 당장에 그것부터 폐기하면 모든 걸 해 주겠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정말 각종 이권사업으로 세금 빼돌릴 궁리밖에 안 하는 건지..

 

 

     늘 북한이라는 변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꽤나 적절하고 좋은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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