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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평점 :
1. 요약 。。。。。。。
과거 소련에서 태어나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북한에 관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을 이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우선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북한 정권이 어떻게 세워지고 어떤 (특히 외교적, 군사적) 정책들이 있어왔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현재의 북한 정권은 이미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기에, 외부의 원조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개혁, 개방이지만, 이는 현재의 북한 기득권층들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낙관적인 기대를 갖기에 어렵다. 때문에 핵무기를 밑천삼아 인근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회유하면서 원조를 얻어내는 벼랑 끝 전술은 현재의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결국 북한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단기적으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다. 책은 향후 20년을 내다보면서, 북한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현재의 김씨 왕조의 붕괴 후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2. 감상평 。。。。。。。
책의 서문에도 쓰여 있듯,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견해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독재세력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반공주의에 매달려 왔고, 덕분에 자칭 우파라는 이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몰고 있다. 또 아직도 북한을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좌파의 일부는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 온정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지독한 독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남북의 문제를 너무 ‘우리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 때문에 어쩌면 이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제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나름 중립적인 위치에서 북한이라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북한의 소위 ‘벼랑 끝 전술’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 부분이다. 왜 북한은 그런 전술을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도발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건 일부 군부 강경론자들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현재 북한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그리고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개혁, 개방은 현재의 북한정권의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보면 북한 정권의 당국자들도 꽤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에 어떻게 대응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느냐 인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개 한심한 해결책만 내기 마련인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은 좀처럼 정답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제가 쉽게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있다곤 하나, 적어도 교수 한 사람이 생각해 내는 것보다도 못해서야..
다양한 방식으로(이를테면 개성공단과 같은 것은 책 속에서도 칭찬되고 있다) 북한과, 그리고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일견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지만 꽤 타당성이 있다. 정보통제는 북한정권이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체제 안에 미묘한 긴장감, 혹은 개혁에 대한 압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 현재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무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데도, 당장에 그것부터 폐기하면 모든 걸 해 주겠다는 식의 얼토당토않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정부 여당은 정말 각종 이권사업으로 세금 빼돌릴 궁리밖에 안 하는 건지..
늘 북한이라는 변수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꽤나 적절하고 좋은 책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