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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로 올라간 정치 - 10대가 말하는 유쾌한 정치 ㅣ 우리 청소년 교양 나ⓔ太 7
파트리스 파바로, 필리프 고다르 지음, 김혜영 옮김, 조선진 그림 / 우리교육 / 2013년 5월
평점 :
1. 요약 。。。。。。。
저자들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물론 여기에서 ‘정치’란 단지 소수의 특권귀족들이 국회의사당 안에서 벌이는 이권다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다.
책은 단순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서 부드럽게 접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2. 감상평 。。。。。。。
자유, 평등, 박애를 국시로 하고 있는 나라답게, 프랑스에서는 이런 교육도 하나 싶은 느낌이 든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 진리처럼 여겨지고, 고등학생이 학교 안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썼다고 학부모를 불러오라고 요구하는 조선시대 교육을 신조로 여기 듯한 한심한 교장들이 넘쳐나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더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민주주의는 단지 다수결이 아니고,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 또한 아니다. 시민 대다수가 제대로 된 정치의식을 갖고,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이를 발휘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오직 선거만이 민주주의의 전부인 양 꾸며대는 건, 정치꾼들의 고도의 술책이다. 몇 년에 하루만 정치에 일반 시민들의 접근을 허용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 동안에는 이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니까. 이런 차원에서 이 책처럼 학생들에게 정치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시도는 매우 적절하다.
하지만 책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자주 보인다. 동성애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같은 주제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자유’의 측면으로만 옹호하는 모습은 좀 불편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공격을 옹호하는 건 아니나, 다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자연스러운 일인 양 치부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나 신념에 따른 음식 선택의 문제를 다룰 땐(12장) 이슬람교나 유대교에 속한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종교의 자유를 다루는 것으로 보이는 7장에서는 한 학생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교실 안에서 표현하는 것을 비웃으며 ‘부유한 국가에서 사는 국민에게는 종교가 더 주요하단 것을 보여’주고 있다(110쪽)며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식의 편견을 보이는 건 일관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여기에 낙태를 뭐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인 것처럼 묘사하고 넘어가는 부분(234쪽)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물론 어떤 의미로 그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전쟁에서 적을 쏴 죽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건 가능하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로 여겨져야지 사람을 죽이는 걸 칭찬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물론 책은 빅 데이터의 문제라든지, 빈부의 격차, 가상현실 등 청소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현실에서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배경이 서로 다른 지나치게 여러 가지 주제를 관용이라는 바구니에 모두 담으려다보니, 각각의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무시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수는 무조건 옳고, 배려 받아야 한다는 식의 생각 역시 또 하나의 도그마가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