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영웅의 부활
루추안 감독, 다니엘 우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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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항우와의 대결에도 승리해 마침내 중국 전역을 통치하는 자리에까지 이른 한 고조 유방. 노년에 이른 그는 두 명의 적수의 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명은 당연히도 그의 일생의 숙적이었던 항우였지만, 다른 한 명은 그의 수하로서 전국의 2/3를 정복한 유능한 대장군 한신이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반복적으로 오고 가면서, 조금씩 권력과 명예를 소유해 가는 유방의 변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어하는 권력의 냉혹함은 한신의 목을 요구하고 있었다.

 

 

 

2. 감상평    


     영화의 부제가 ‘영웅의 부활’이다. 누구를 부활시켰다는 걸까. 일단 영화는 철저하게 유방이 시각을 따라가고 있는데, 영화 속 현재의 그는 한신이 반역을 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는 늙은이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봐도 그는 영웅의 풍모 보다는 나라를 손에 넣으려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복권(復權)되고 있는 건 그의 반대편에 서 있었던 항우와 한신일게다. 그리고 이 작업은 유방을 조금 더 꾀죄죄한 모습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이루어지고 있다. 뭐 이런 식의 이해였을까.

 

     그런데 영화의 원 제목은 ‘왕적성연(王的盛宴)’, 영어로 ‘The Last Supper’, 최후의 만찬 정도가 되겠다. 아무래도 이쪽이 좀 더 깊은 함의를 담고 있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우리말로 된 부제는 이런 ‘은유’에 담긴 멋을 지워버린 느낌이다.

 

 

 

     영화는 중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특유의 엄청난 인력을 동원한 전투 장면 같은 물량공세를 펴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의 대부분은 유방이 거처로 삼고 있는 궁궐을 배경으로 하면서, 언뜻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 대업을 위해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공신을 이제는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게 되는 -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유방의 심리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감독은 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할 수밖에 없도록 절묘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오랜만에 선 굵은 영화를 봤다. 땅따먹기 식의 단순한 전쟁 이야기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인간사의 복잡함을 그려내는 중후한 맛이 있는 역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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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돈을 받고 남을 대신해 교도소에 다녀오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창수(임창정).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미연(손은서)을 통해 그는 이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폭 보스의 여자였고, 보스가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조직의 2인자인 도석(안내상)을 만나던 중이었다. 도석은 보스의 출소가 임박하자 미연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터.

 

     어느 날 미연에게 줄 선물을 사오는 길에 창수는 그녀가 살해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과 조폭 보스로부터 추격을 당하게 된다. 물론 사건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보스에게 감추려고 했던 도석의 소행이었고. 창수는 미연의 죽음의 진상을 풀려 하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2. 감상평    


     창수라는 인물의 성격이 좀 복잡하다. 언뜻 그냥 동네 양아치처럼 보이지만, 또 미연을 대하는 모습은 숙맥을 보는 듯하다. 심성이 아주 나쁜 건 아닌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이런 지경이 되었다 뭐 이 정도의 설정인 듯하다. 자신을 배신한 동생마저 살뜰히 챙기는, 겨우 며칠 동안 만났을 뿐인 미연의 복수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리는 의리 있는 인물.

 

     주연인 임창정은 이런 창수라는 인물을 맡기에 참 적당해 보인다. 일단 그의 얼굴 자체가 좀 억울해 보이지 않던가. 웃고 있어도 슬픈, 요새 말로 ‘웃픈’ 얼굴. 물론 그 인물에 공감이 되는가는 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여기엔 영화 초반 창수와의 짧은 로맨스를 만들어 낸 미연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애매함도 한 몫을 한다. 그녀의 정체는 도대체 뭔가. 뭐가 그녀로 하여금 동네 양아치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게 만들고 마음을 열게 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창수와 미연의 동거는 처음부터 설득력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했다.

 

 

 

     한 시간 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이 있었는데도, 감독은 뭔가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다. 그저 창수라는 캐릭터만을 시종일관 부각시킬 뿐, 사건의 전개는 좀처럼 시원하게 진행하지 못하고 비슷한 자리만을 맴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왜’라는 질문이 없이 ‘어떻게’만 보이는 게 문제.

 

     사랑과 폭력, 죽음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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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성명서]

박근혜 대통령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하나님의 품성인 공의를 삶에서 실천하기 위해 모인 우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8대 대통령선거 1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사회에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공의의 훼손과 이로 인한 공동체의 분열을 개탄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다양한 의혹이 검찰수사를 통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초에는 국가정보원의 댓글조작 사건으로 시작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군 사이버사령부와 보훈처 등 여러 국가 안보기관의 총체적이고 불법적인 선거개입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선거의 공정성이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그것이 설사 기관의 조직적인 개입이 아닌 소속원 한 개인의 범죄라 할지라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아울러,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범죄행위를 미리 개인의 일탈이라 치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3.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검찰의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외압 의혹은 사법적 정의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도리어 대선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 대해서 대선불복세력,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시도조차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4. 만일 지금까지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선거에서 선출된 박근혜 대통령의 정당성은 심각하게 훼손되는 국가적 위기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계속 모르쇠로 일관함으로서 국가적 위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떳떳하다면 공정한 조사와 재판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그리하여 국가적 분열이 종식되도록 대통령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5.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로부터 1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복지공약은 대폭 후퇴했고,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은 슬그머니 사라졌으며,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선공약 파기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6.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방관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일이 아닙니다. 먼저 공정한 수사가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하십시오. 또한, 수사결과에 따라 범법자들을 엄중한 처벌을 실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7. 그동안 이 땅위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습니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공명선거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우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실천을 예의 주시할 것입니다.

너희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강물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

2013년 12월 20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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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反하다
하승우 지음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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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저자는 실제적인 민주주의 - 통치하는 자와 통치 받는 자가 동일한 체제 -를 위해서 현재의 (절차적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민주주의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원에서 시민불복종은 현행 법률을 어기는 것일지는 모르나, 그 법이 최종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일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책에는 우리나라의 사정에서 왜 그런 종류의 진지한 시민불복종 운동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분석하고 있다.

 

     2부도 1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다만 1부가 좀 더 역사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보다 가까운 과거,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아니 그 자체가 이미 현실에 대한 변화이기도 한 직접행동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2. 감상평

 

     뭐 노무현 정권 때라고 해서 전혀 달랐던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조금은 낫긴 하지 않았을까), 지난 이명박 정권과 지금의 박근혜 정권을 보면서 우리는 이 나라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가진 자들을 위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고 있다. 그것이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선전되더라도, 그 국익의 ‘국(國)’ 안에, ‘국민’ 안에 기득권층 이외의 사람들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 몇 번이나 공약했던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되나 기득권층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는) 복지정책들은 휴지쪼가리로 만들어 버리고, 임기 내내 세금으로 재벌들 배불려주기에 바빴다.

 

     상황은 이런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고 헌법에 써 있다던데, 대통령과 그 수하들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짓만 골라서 한다. 그래놓고서 선거로 뽑혔으니 지들 맘대로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그게 민주주의라고 우긴다. 슬슬 성질이 나는 국민들이 함께 모여서 뭔가를 요구하면 이젠 경찰을 동원해 막고 때리고 잡아간다. 법에 나와 있는 대로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불법’화 시키고 또 끌고 간다. 법에는 임금이나 근로조건 말고 파업하면 안 된다고 써 있다는데, 임금협상 위해 파업하면 돈만 밝힌다고 비난하는 언론기사들로 넘치고, 공기업 민영화 반대 같은 구호를 내걸기라도 하면 당장에 또 불법파업이라고 위협한다.

 

     결국 법 안에서만 움직여서는 되는 일이 없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법이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보장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모든 국민의 유익을 어떻게 그 안에서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여기에서 시민불복종의 정당성을 부각되는데, 책은 이 부분을 매우 인상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우리 안의 이야기들을 자주 인용하고 언급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서 남의 선례들만을 인용하고 반복해야 한다는 건 분명 아쉬운 측면인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의 갈증을 좀 해소시켜 줄 수 있었다. 또, 이런 종류의 사회비판서의 저자들이 종종 우월의식에 갇혀서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계와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하면서 발전적인 제안을 덧붙이는 식이라 받아들이기에 좀 더 나을 것 같다. 흔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지나친 의식화에 대한 욕심, 또 과격한 언행들 말고도 좀 다른 길도 있음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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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not that I'm so smart.

But I stay with the questions much longer.

- Albert Einstein

저는 그렇게 똑똑한 편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들을 오래 품고 고민하는 편입니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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