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한 살 때 엄마는 떠났다. 아빠와 재혼한 새엄마는 자영이라는 동생을 데리고 왔다. 뭐든지 잘하는 자영과는 달리, 공부도 그럭저럭, 남자들에게 인기도 없는 진영(김규리)은 말 그대로 천덕꾸러기처럼 자랐다. 그런 진영의 유일한 친구는 좀비. 어렸을 때부터 좀비에 빠져버린 그녀는 좀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몇 년째 노력중이지만 좀처럼 그녀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대학시절 꾀죄죄했던 복학생 선배가 잘나가는 영화감독이 되어 돌아왔고, 그는 진영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한다. 인생역전의 찬스(!!)가 찾아 온 것. 여기에 친구를 통해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게 된 진영은 친엄마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이 이제까지 새엄마로 알고 있던 ‘박 여사’가 바로 진짜 친엄마였던 것.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또 사랑이란 걸 알게 되면서, 그렇게 나이 서른에 진영은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인정은 사람을 성숙시킨다.

 

 

 

2. 감상평    


     언뜻 서른 살 난 ‘소녀’가 ‘어른’이 되는 성장이야기처럼 보인다. 감독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애쓰고 있고. 실제로야 미녀 배우인 김규리이지만, 아무튼 영화 속에서는 그닥 잘난 것 없는 우리와 비슷한 캐릭터가 좌충우돌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흐뭇하기도 하고, 꽤나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감독이 영화 속에서 사용하는 소재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진영의 동생 자영은 동성연인과 동성결혼을 하려는 듯한 설정이고, 진영은 무당집 딸 자매들에게 학습지를 가르치면서 교제를 나누는데, 여기엔 부족이니 신점(神占)이니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영화 종반부에 갑자기 선회하는 가족의 화해라는 주제는 앞서의 내용들을 가벼운 에피소드 정도로, 그래서 그냥 충분히 받아들여야 하는 무엇으로 여기도록 만들지만,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전반적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씩 여기저기를 톡톡 쳐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충분히 작품이 될 만한 영화다. 여기엔 김규리나 박원상 같은 베타랑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 몫을 했고. 기대 반 염려 반이란 느낌의 감독, 그리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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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공포관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타야마라는 이름의 형사와 그의 파트너인 이즈미, 그리고 가타야마의 여동생이자 이즈미의 애인인 듯한 하루미, 여기에 가타야마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삼색(검은색, 갈색, 흰색) 고양이 홈즈다.

 

     어느 날 한 아파트의 가스폭발 현장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여학생을 발견한 가타야마와 하루미. 사건의 단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어느 날 가타야마에게 칼에 찔린 한 여학생이 찾아온다.(근데 이 사건은 앞서의 중심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는 거라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어찌어찌 해서 가타야마와 하루미, 그리고 홈즈는 사건이 여학생의 학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학교의 ‘괴기 동아리’에 속한 남학생들도 연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추측에 도달한다.(하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증거는 없다) 학교를 집중적으로 파기 시작하는 가타야마.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숙모가 맞선 상대로 소개한 것이 공교롭게도 그 학교 여학생이라든지 하는 예상 못한 전개 속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지만,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홈즈’가 결정적인 상황마다 ‘야옹’ 하는 울음소리와 눈빛으로 단서를 찾아내면서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2. 감상평    


     고양이의 이름이 전설적인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홈즈다. 그에 걸맞게 이 작품에서 사건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단서들은 모두 이 고양이가 발견하고 알려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고양이에게 무슨 초능력이 있다던가, 인격이 부여되는 설정이라든가 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평범한 고양이의 행동처럼 보이는 일에 가타야마의 여동생인 하루미의 ‘통역’이 더해지면서 실제보다 뭔가 대단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과장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통해서 사건의 단서들이 또 발견되고 있으니, 확실히 작가의 능력이 가장 공들여 발휘되는 포인트다.

 

     살인사건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워낙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어리숙해 보여서 그런지 생각만큼 무거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가타야마와 여동생, 홈즈의 일화가 등장하는 부분이면 분위기는 확실히 개그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코미디가 약간 가미된 텔레비전 수사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이들은 사건을 해결해 간다기보다는, 그저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모습을 따라간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이렇게 수사해도 경찰노릇을 할 수 있을까도 싶지만, 확실히 ‘홈즈의 수사’를 부각시키는 덴 이만한 설정도 없다.

 

 

     일본 소설들을 읽을 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이름이다. 일단 길기도 길뿐더러,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 여기에 이 작품의 경우는 등장인물도 적지 않아서 더욱 힘들었다. 책의 중간을 읽을 때까지도 형사 이름과 괴기 동아리의 회장 이름이 헛갈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다른 일본 작품들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세계관이나, 뜬금없이 형이상학적 주제를 논하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고, 현실세계 안에서 문제를 만들어나가고 풀어나가는 점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전개 자체가 빨라서 몰입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묘한 분위기가 있는, 썩 괜찮은 연작물. 나머지 책들도 기회가 된다면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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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 신영복,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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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역사상 가장 쭈글쭈글한 영웅 마체티. 워싱턴을 향해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멕시코의 무장조직의 보스를 처리해 달라는 미국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날아가지만, 거기에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은 우주기지로 도망가려는 얍샵한 군수업자 루더 보즈가 있었다. 옛 동료들(대부분 날씬한 여자들이다)과 함께 보즈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마체티.

 

 

놀라지 말자. 뒤에 칼 들고 서 있는 분이 무려 주인공이시다.

 

 

2. 감상평    


     처음부터 B급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특히 주인공은 대부분의 대사의 시제가 현재형이다. 예컨대 이 영화의 제목인 ‘마세티 킬즈’라는 문구를 보면, 말 그대로 ‘마세티는 죽인다’는 뜻이다. 이건 마치 어린 아이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역시 영화 속 주인공은 그냥 정의감은 있지만 칼만 들고 설치는 어린아이, 혹은 바보의 성격을 가진다. 사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뭔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인물이 전혀 없으니..

 

 

 

 

     영화의 불편함은 단지 캐릭터에만 기인하는 건 아니다. 영화 전체에 걸쳐 목을 자르고 팔 다리를 베어내는 식의 장면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노출이 심한 여배우들도 잔뜩 출연한다. 심지어 이런 행동들에 별다른 필연적인 이유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장난식으로 툭툭 던져댈 뿐. 전반적으로 인간의 몸과 목숨을 하나의 소품이나 도구로 전락시키는 나쁜 관점이다.

 

     내용도 없고, 관점마저 질이 낮다. B급 정서라며 그냥 넘어가기엔 영화를 보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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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열 살 때 납치된 소녀 나타샤. 그녀는 알지 못하는 남자의 집 지하에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좁은 방에서 무려 3096일 동안 ‘사육’되었다. 감금과 학대 속에서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기억하려 하며 버텨낸 나타샤는 마침내 이기고 만다.

 

 

2. 감상평    


     영화는 감금된 소녀가 어떻게 납치범에게 ‘적응해 가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감독은 정 반대로, 그 끔찍한 일들 속에서도 어떻게 소녀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왔는가를 보여준다. 납치범에게 나타냐가 보내준 미소는 적응의 미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그녀는 미소 뒤에 굳은 의지를 갈고 또 갈아 날카롭게 벼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굳은 의지였다.

 

 

     나타샤를 납치하고 감금해온 볼프강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마초이자 독재자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하는 그는, 자신의 반대파는 무조건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에서 나타샤에게 독재적으로 행동하는 볼프강에게는 어머니라는 또 다른 독재자가 있었다는 것. 장성한 아들의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식사를 준비해주고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듯 엄격한 훈계를 늘어놓는 그녀에 대한 억압을 나타샤에게 풀어내고 있다고나 할까. 여자에게서 시작된 폭력이 다시 여자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사실 모든 게 밝혀진 뒤 그저 자살을 택하는 볼프강의 모습은, 그에게 무슨 대단한 명분이나 이유 따위는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저 자기보다 더 약한 대상을 만나자 위축된 자아가 왜곡된 채 튀어나왔을 뿐,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괜찮은 존재라고 자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자신감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타샤 역을 맡은 두 여배우(어린 나타샤와 좀 더 큰 나타샤)의 열연이 돋보였다. 스토리 자체는 단선적이었지만, 두 여배우의 열연으로 이야기에 깊이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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