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자유의 브로맨스 - J.R.R. 톨킨과 C.S. 루이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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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와 J. R. R. 톨킨에 관한 책이 새로 나왔으니 안 읽어볼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저자의 이름이 좀 낯설다. 소개를 보면 꾸준히 책을 냈던 것 같은데, 내 독서 레이더망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제목들이다. 뭐 그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아무튼 루이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한 명은 더 늘어났다는 거니까.


이 책은 루이스만이 아니라 그의 친구였던 톨킨의 이야기까지 함께 다룬다. 여기에 제목에 ‘브로맨스’라는 단어까지 들어있으면, 이 두 사람의 우정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그런데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이미 비슷한 책이 나와 있다. 홍성사에서 나온 “루이스와 톨킨”이 그 책이고, 최근에는 같은 저자가 쓴 또 한 권의 비슷한 책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도 나왔다. 이 책은 주로 두 사람이 함께 활동했던 잉클링스라는 모임에 좀 더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와는 좀 다른 방향에서 주제에 접근했어야 했는데, 결과는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먼저 저자가 루이스와 톨킨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부터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톨킨 쪽은 몰라도, 책에서 인용된 루이스에 관한 책들은(다섯 권, 잘 쳐줘서 여섯 권이다) 다 읽어본 상황에서. 책에 소개된 정도의 루이스에 관한 정보는 충분하지 못하다. 확실한 건 저자는 루이스의 팬은 아니라는 느낌. 루이스에 대한 저자의 언급은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관찰자적 입장일 뿐이다.


물론 무조건 팬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인물을 잘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쓴 루이스 평전의 경우 이런 서술적 거리감을 부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맥그래스의 책의 경우 다른 데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정보와 통찰을 나름의 탄탄한 조사를 통해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일부 내용이 지나친 감이 있기는 했으나 읽을 만한 책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런 유인점도 부족하다. 저자가 언급한 루이스의 책은 몇 권 되지도 않을뿐더러, 이 안에서 새로운 부분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물론 이건 내가 루이스 관련 책들을 너무 많이 읽었기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무신론자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루이스와 톨킨의 인생과 작품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점이었던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다. 아예 일부러 그런 요인들을 배제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리고 책의 제목에도 있는 ‘브로맨스’라는 단어는 이 두 명성 있는 작가들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말로 들렸는데, 정작 내용에서는 그런 부분이 매우 적다. 대부분의 내용은 두 작가에 대한 개별적인 고찰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물론 두 사람이 옥스퍼드에서 함께 지냈던 시간이 꽤 길었으니, 이 시기에 관한 서술에서는 함께 언급도 되지만 단순한 스케치에 불과하다.


책 후반부는 두 작가의 작품 속에서 저자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들을 뽑아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는데, 저자가 골라낸 주제들이 아주 틀린 주장들은 아니긴 하지만 충분히 종합적인 이해였을까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특히나 저자는 아나키즘에 대한 애착을 자주 보이는데, 그 때문에 이 두 작가들에게서 그런 요소들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루이스는 권위주의에 대한 반대는 분명히 표했지만, 아나키즘에 대한 호의를 품은 적은 없다.


결국 책은 루이스와 톨킨에 대해서도, 그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썩 좋은 요약이나 정리를 하지 못했다. 브로맨스라는 용어는 거의 의미가 없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되었던 주제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콜린 듀리에즈의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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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7-2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님 인문학 분야에서는 나름 유명한데 가방님 잘 모르시는가 봅니다. 근데 크리스찬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영문학적 관점에서 다룬건 아닐까요? 평점은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만...

노란가방 2024-07-25 11:17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이렇게 또 저의 짧은 견문이 밑천을 드려내는...
본문에도 썼지만 저의 독서레이더망에는 안 걸리는 저자였던 것 같습니다.
평점 3점이면... 그냥 기본점수입니다. ^^;

stella.K 2024-07-25 11:27   좋아요 0 | URL
아니 다른 리뷰어들 평점을 보니깐요. 남들이 예스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거죠. ㅋㅋ

노란가방 2024-07-25 19:54   좋아요 1 | URL
아하 다른 사람들이 준 평점 말씀이셨군요...
알라딘 평점 분포를 보니... 저 3점의 11.1%가 제가 준 평점을 반영한 거라면, 4점이 1명, 5점이 7명이네요.
저도 더 잘 소개된 책들이 이미 있다는, 그래서 이 책의 설명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지 책이 나쁘단 건 아니었으니까요..ㅋ
 


창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임인 것 같네.

하나님은 피조물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분 혼자서 처리해 버리지 않으시네.

그건 하나님이 주시는 분이기 때문 아닐까.

하나님은 오직 그분 자신을 주시네.

친히 창조하신 것들을 통해 그분의 일을 하시는 것,

그것이 바로 그분 자신을 주시는 걸세.


- C. S. 루이스, 『개인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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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범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존재할 뿐

그 목적이 다하면 바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은 잊은 채,

사람을 고정된 범주로 분류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 차이가 있지만,

세상에서 근본적 차이란 그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

나이는 성차만큼 근본적입니다. 국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범주는 그것이 필요한 직접적 목적을 넘어서까지 강조되면

그룹들 사이의 반목을 형성하고 국가의 분열을 가져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것입니다.


도로시 세이어즈, 『여성은 인간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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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송은 대기오염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운송수단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비행기를 주요 운송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 비행기가 여행이나 비즈니스의 주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언제나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 오렐리앙 바로, 『어떻게 지구를 구할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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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7-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의 모든 나라가 서로 적대적이지 않다면 아마도 열차(고속열차)가 가장 좋은 운송수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란가방 2024-07-20 22:39   좋아요 0 | URL
ㅎㅎ 가능하지는 않겠지요.
환경을 위해 올림픽 선수 숙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떠오르네요.
전 세계에서 족히 수십 만 명의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오는 행사를 열면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