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 맥그래스, 과학과 종교, 삶의 의미에 대해 말하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박규태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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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인간은 사물의 의미를 찾아내기 원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물의 원리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과학은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무신론’자들은 과학만이 진리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믿음(신념)’ 아래 일련의 종교들을 항햔 맹렬한 조롱과 폭언을 쏟아내고 있다.

 

     저자는 그런 자연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 - 그것은 ‘의미’에 대해 말해주지 못하며, 그 자체도 일종의 신념 위에 서 있다는 사실 -을 밝히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인 모순점들을 지적한다. 또, 이런 과격한 유물론만이 현대 과학이 도달할 유일한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아울러 밝힌다.

 

     이어서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의의에 대해 논하는 저자는, 나아가 이 세계에 관한 기독교적 관점이 결코 고집이나 맹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관해 우리가 관찰하고 연구해 온 바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효한 원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2. 감상평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책이 한창 유행이었던 몇 년 전, 그들의 책을 직접 읽어 보고는 꽤나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뭐 대단한 이야기들이나 써있는 것처럼 광고를 해댔지만, 막상 책 안에는 그냥 다섯 살짜리 어린 아이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을 향해 마구 소리 지르고 손에 잡히는 걸 던져대는 듯한 모습을 강하게 받았을 뿐이었다. 딱히 논리라는 게 보이지 않았고, 세계에 관한 큰 문제에 대한 대답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매우 편협한 사고를 통해 과장되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들을 이리저리 꿰어 맞춰 자기들의 마음에 드는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때려대고 있었으니까. 이 책은 그런 애들 장난 같은 주장에 좀 더 어른스러운 대답을 하고 있다.

 

 

     C. S.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서 태어난 저자는, 그의 변증법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단지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전공 중 하나이기도 한 자연과학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논지를 강화시킨다. 적어도 그는 도킨스 부류와는 달리 ‘실재하는 상대’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주장’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으니 한 수 위라고 하지 않을까.

 

     책은 단지 자연과학적 변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철학적 논증도 더하고 있다. 이 책의 기독교세계관 안내서로서의 성격은 책의 후반부의 몇 장에서 빛이 난다. 저자는 전통적인 틀을 유지하면서도 풍성하고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면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결국 모든 인간은 ‘의미’를 찾아 헤맨다. 인간은 그냥 등 따숩고 배부르면 만족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니까. 이런 차원에서 자연주의자, 유물론자들은 인간의 가치를 바닥에 내던져 놓고서 자기들이 정 반대의 일을 해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의미를 발견하고 찾을 수 있는 것도 결국 정신의 영역인데, 이걸 그냥 전기적 자극 정도로 전락시켜버렸으니까. 그러니 유산을 ‘자연의 품질관리’라는 식으로 막말까지 할 수 있는 거고(크리스토퍼 히친스, 『신은 위대하지 않다』 중에서).

 

     하나님 안에 있을 때 눈을 뜨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고전적 진리를, 현대적으로 잘 ‘번역해낸’ 책. 이런 시도들이 좀 더 늘어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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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소녀시대 윤아가 결혼을 하고, 미쓰에이 수지마저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한다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이라는 아이디어는 러시아의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아 바다 속 기지에서 3년 째 연구되고 있었다. 그러나 수익이 나지 않는 연구를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었고, 결국 연구소로부터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우석(정재영)과 팀원들은 이론적으로 24시간이 지난 미래로 가서 15분 동안 머물 수 있는 현재의 기술을 먼저 실제로 실험해보기로 한다. 우석과 영은(김옥빈)이 캡슐에 탑승했고 곧 그들은 미래로 날아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처참하게 파괴된 연구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래에서 가져온 CCTV에 담긴 영상을 보고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2. 감상평    


     시작부터 빠르게 등장인물들을 소개한 후 곧바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바다속 기지, 그러니까 일종의 거대한 밀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란 말, 그리고 겨우 여섯 명(본사에서 파견된 조 실장을 포함하면 일곱 명)의 등장인물들이 그 안에서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 정해진 시간(다음 날 오전 11시)에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느낌이라, 확실히 점점 조여 오는 맛이 느껴진다.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

 

     영화의 소개나 타이틀의 중심은 시간여행이다. 하지만 웜홀이니 입자가속기니 하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복잡한 물리학적 개념은 당연히 금방 지나가 버리고, 심지어 시간 여행도 최초의 한 번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그 첨단기술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는 세트 안에서 어떻게 예정된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라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건 단지 바다 속 연구소 안의 그들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잘만 하면 얼마든지 미래에 예견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우석의 모습은, 과학기술로 유토피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계몽주의 시기 근대인들의 오만함이나 환경 파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자신들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며 시멘트를 처바르기 바쁜 개발지상주의자들의 그것이 떠오른다. 영화의 전개는 그런 교만함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뭘 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는 숙명론으로까지 나아가는 듯하지만 뭐 딱히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루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누구도 미래를 진지하게 바꿔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모두들 정해진 미래의 모습이 담긴 CCTV를 보며 패닉에 빠지거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물론 이건 영화 자체를, 현재와 미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이리저리 불길 속을 뛰어다니는 식으로 만들려고 했던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생각 때문이었겠지만.. 좀 아쉬운 것도 사실. 한국 영화에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더.

 

 

     배우들의 연기력은 괜찮은 편이다. 고집불통의 정우석 박사 역의 정재영은 딱 짜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하고 있고, 최다니엘은 조금은 불안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지완이라는 인물을 무난하게 연기한다. 무엇보다 김옥빈이 참 예쁘게 나왔는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예술 한다는 감독보다는 이 정도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면서 차분하게 이미지나 커리어를 쌓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늘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15세 관람가라기엔 조금 잔인한 장면들이 눈에 띄지만,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참, 다른 사람들도 봤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종반부에 박철민이 했던 대사 -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 는 동명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꽤 위트가 넘치는 단편소설집이니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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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만일 ‘신의 죽음’이 있었다면,

과연 ‘어느 신이 죽었는가?’하고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전통적인 서양 유신론의 신,

곧 여러 가지 존재 증명으로 입증된 그 뛰어난 존재인 것 같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가 믿지 않기로 작정한 이 신은 17세기의 산물이다.

더군다나 이 유신론의 신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너무 동일시되어 온 나머지,

많은 사람은 전자를 버리는 것과 후자를 버리는 것을 동의어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 케네스 리치, 『하나님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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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2-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락과 배경은 무시하고 결론만 따다가 신은 죽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니체의 저작은 다 읽었습니까? 하나님 체험이라 한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노란가방 2013-12-02 19:01   좋아요 0 | URL
괜찮은 책이었어요. ^^
 
엽문4: 종극일전
구예도 감독, 황추생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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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불산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영춘권의 대가 엽문. 정식으로 도장을 차리기를 마다한 그였지만, 모여든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까지 물리친 것은 아니었다. 평생을 무도의 길을 가며 옳은 일에 무술을 사용하려 했던 그의 주변에 자주 다툼이 생기곤 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던 20세기 중반 국제도시 홍콩을 배경으로 엽문과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그의 제자들, 주변인물들이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들.

 

     영화는 만년의 엽문을 아들의 회고 형식으로 잔잔하게 그리는 영화.

 

 

 

2. 감상평    

 

     엽문이라는 인물을 다룬 영화가 참 자주 만들어진다. 그만큼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이었던 걸까? 이 영화 자체도 엽문의 네 번째 이야기라는 걸 제목부터 보여주고 있고, 얼마 전 압구정 CGV에서 봤던 ‘일대종사’라는 영화도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였다.

 

     그 많은 엽문의 이야기 중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라면 역시 ‘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 엽문 시리즈의 전편에는 견자단이 연기하는 좀 더 젊은 엽문의 이야기였다면, 또 일대종사에서는 양조위가 주연한 중년의 엽문이었다면, 이 작품은 그보다 더 늦은 시기의 엽문을 황추생이 연기한다. 확실히 같은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연령대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이 작품에선 늘 한 발 뒤에서 좀처럼 나서지 않는, (물론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않지만)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노신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야 이소룡의 스승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이랄까.

 

 

 

     1900년대 중반의 홍콩이라는 도시는 뭔가 짠한 느낌이 든다. 영국의 조차지가 된 그곳에서의 중국인들의 삶은 마치 식민지 시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세계관이나 얼토당토않은 엄청난 무게를 부여하는 (예컨대 민족을 위해 1:1 싸움을 한다는 식의) 대결 따위는 없다. 어쩌면 그냥 시장판의 소동을 진정시키고, 투덕거리는 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나름 한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년의 한 모습이 아닐까.

 

     무술영화 특유의 적당한 대결신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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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언젠가 자신의 운명의 남자가 나타날 것이라며 기다리는 수진(홍수아)과는 달리, 육감적인 몸매로 적극적인 대시를 하는 지영(한수아)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어느 날 우연히 당첨된 필리핀 세부 여행권을 가지고 한국을 떠난 두 사람. 실수로 가방을 놓고 와 공항에서 방황하던 중 태훈(서지석)을 만나 가까스로 세부에 도착하지만, 잘 생긴 2인조 사기꾼들에게 걸려 남은 카드와 비상금마저 털려버린 그들. 가까스로 다시 태훈을 찾아가게 되고, 그를 유혹하기 위한 한 판 승부(?)를 벌이는가 싶었지만 의외로 결판은 싱겁게 나 버리고..

 

 

 

 

2. 감상평   

 

     영화 제목은 왜 ‘연애의 기술’일까. 영화 속 어디에도 연애를 가르쳐 주는 내용 같은 건 없다. 그냥 우연히 얼굴 잘 생기고, 돈 많고, 성격까지 좋은 남자를 만난, 또 예쁘장한 여자의 이야기일 뿐. 딱 영화처럼 우연이 연속되고, 딱히 기술 같은 거 없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끌려버리고 마는데 말이다. 그냥 처음 제목이었던 ‘망고 트리’ 쪽이 좀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이 허접한 제목은 제작자 쪽에서 낸 건가.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듯한데, 딱히 특별함을 찾아 볼 수 없다. 등장인물들도 그렇고, (특히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는.. 서지석은 이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나 싶었고, 홍수아도 이제 일정 수준에는 올라야 하는 연차인데.. 한수아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스토리도 산만하기 그지없다. 필리핀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어졌나 싶을 정도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관광장면들은 또 뭐고..

 

 

  

     전역 하고 반 년 정도 머물렀던 필리핀의 풍경과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던 점을 빼면,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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