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역사상 가장 쭈글쭈글한 영웅 마체티. 워싱턴을 향해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멕시코의 무장조직의 보스를 처리해 달라는 미국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날아가지만, 거기에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은 우주기지로 도망가려는 얍샵한 군수업자 루더 보즈가 있었다. 옛 동료들(대부분 날씬한 여자들이다)과 함께 보즈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마체티.

 

 

놀라지 말자. 뒤에 칼 들고 서 있는 분이 무려 주인공이시다.

 

 

2. 감상평    


     처음부터 B급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특히 주인공은 대부분의 대사의 시제가 현재형이다. 예컨대 이 영화의 제목인 ‘마세티 킬즈’라는 문구를 보면, 말 그대로 ‘마세티는 죽인다’는 뜻이다. 이건 마치 어린 아이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역시 영화 속 주인공은 그냥 정의감은 있지만 칼만 들고 설치는 어린아이, 혹은 바보의 성격을 가진다. 사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뭔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인물이 전혀 없으니..

 

 

 

 

     영화의 불편함은 단지 캐릭터에만 기인하는 건 아니다. 영화 전체에 걸쳐 목을 자르고 팔 다리를 베어내는 식의 장면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노출이 심한 여배우들도 잔뜩 출연한다. 심지어 이런 행동들에 별다른 필연적인 이유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장난식으로 툭툭 던져댈 뿐. 전반적으로 인간의 몸과 목숨을 하나의 소품이나 도구로 전락시키는 나쁜 관점이다.

 

     내용도 없고, 관점마저 질이 낮다. B급 정서라며 그냥 넘어가기엔 영화를 보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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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열 살 때 납치된 소녀 나타샤. 그녀는 알지 못하는 남자의 집 지하에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좁은 방에서 무려 3096일 동안 ‘사육’되었다. 감금과 학대 속에서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기억하려 하며 버텨낸 나타샤는 마침내 이기고 만다.

 

 

2. 감상평    


     영화는 감금된 소녀가 어떻게 납치범에게 ‘적응해 가는가’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 오히려 감독은 정 반대로, 그 끔찍한 일들 속에서도 어떻게 소녀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왔는가를 보여준다. 납치범에게 나타냐가 보내준 미소는 적응의 미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그녀는 미소 뒤에 굳은 의지를 갈고 또 갈아 날카롭게 벼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굳은 의지였다.

 

 

     나타샤를 납치하고 감금해온 볼프강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마초이자 독재자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복종할 것을 명령하는 그는, 자신의 반대파는 무조건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에서 나타샤에게 독재적으로 행동하는 볼프강에게는 어머니라는 또 다른 독재자가 있었다는 것. 장성한 아들의 집에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식사를 준비해주고 마치 어린 아이를 다루듯 엄격한 훈계를 늘어놓는 그녀에 대한 억압을 나타샤에게 풀어내고 있다고나 할까. 여자에게서 시작된 폭력이 다시 여자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사실 모든 게 밝혀진 뒤 그저 자살을 택하는 볼프강의 모습은, 그에게 무슨 대단한 명분이나 이유 따위는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저 자기보다 더 약한 대상을 만나자 위축된 자아가 왜곡된 채 튀어나왔을 뿐,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괜찮은 존재라고 자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자신감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타샤 역을 맡은 두 여배우(어린 나타샤와 좀 더 큰 나타샤)의 열연이 돋보였다. 스토리 자체는 단선적이었지만, 두 여배우의 열연으로 이야기에 깊이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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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철저한 제자도가 초래할 위험이

우리가 감수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라는 깊은 바다에

전심으로 배를 띄우는 사람들의 모든 필요를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의 충족성을 믿지 않는다.

 

- 제임스 패커, 『하나님을 아는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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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모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이야기들을 백과사전식으로 편집한 책. 세계 곳곳에서 신화와 속설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엉뚱한 발상들이 담겨 있다.

 

 

2. 감상평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이어온 베르나르의 ‘이야기 수집’이 이번엔 훨씬 더 두꺼운 책으로 모아져 나왔다. 앞서의 두 권을 모두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의 상당수는 이미 한 번 이상 (사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에도 ‘쥐의 똥구멍~’에 나왔던 내용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접해봤던 내용들이었다.

 

     몇 개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이전만 같지 못했고, 새로운 지적 자극보다는 이젠 정(情)으로 읽는다는 느낌이 더 든다. 특히나 책에 실린 내용들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항목들도 보이고(이를테면 539페이지의 ‘태아’라는 항목은 이미 헤켈 생전에 조작으로 판명된 - 하지만 한심하게도 교과서에 여전히 나오고 있는 - 발생학적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항목들 사이의 논리적 일관성의 불일치도 자주 보인다. 결국 이런 부분들은 책 자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 ‘사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딱히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사람마다 독특한 걸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베르베르의 경우는 이야기꾼이다 보니 이야기 자체를 수집하는 취미를 갖게 된 것도 뭐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이젠 개인의 취미와 공적인 노출 사이에는 좀 더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반의 기발한 상상력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에 좀 더 많은 걸 담아내려는 압박감까지 더해져서 최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확실히 초기작들보단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두꺼운 노트를 보니 확실히 어떤 벽에 부딪힌 건 아닌가 싶은 우려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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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연쇄살인마에게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딸을 잃고, 그 자신도 하반신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어버린 은아(김선아). 시간이 흘러 그녀는 놈에게 처절하 복수를 하기로 계획한다. 이 계획에는 그녀를 도와줄 네 명의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그렇게 모두 다섯 명이 모여야 작전을 완수할 수 있었다. 놈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 이 작전의 목표. 대신 은아는 작전이 성공하면 자신의 장기를 참여한 멤버들에게 주기로 한다. 사실 멤버들은 모두 은아와 혈액형과 조직이 맞는 환자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었던 것.

 

     하지만 놈은 만만치 않았고, 도리어 멤버들과 은아가 쫓기는 지경에 처하기까지 한다. 과연 그녀와 멤버들은 작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일단 신까지 저주하면서 자신의 심장마저 내어주겠다는 기세로 짠 작전 치고는 좀 허술한 게 아닌가 싶다. 놈의 위치를 찾고, 추적하고, 제압하기 위해서는 그냥 심부름센터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지 않았을까.(돈만 주면 뭐든지 하는 쓰레기들은 어느 사회나 있으니까) 막상 그들이 하는 일은 생각만큼 어려워보이지도 않았으니까. 더구나 일의 대가로 자신의 신체를 내어주겠다는 엄청난 결심까지 했으면서도 딸의 점토 목걸이 하나에 미련을 두고 결국 그 때문에 모든 계획을 스스로 틀어지도록 만든 은아의 모습도 애매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고.(결국 그 미련 때문에 한 사람이 더 죽지 않았던가)

 

     애초부터 이런 주제로 만들 거였으면, 영화는 좀 더 잔인하게 가야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을 사용해야 했다는 말이 아니라, 진행이나 전개에 있어서 좀 더 과감하고 강력한 무엇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초보감독은 그럴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주인공을 중요한 장면에서 주저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영화의 원작이라는 웹툰을 보지 못해서 원래는 정확히 어떤 느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영화라는 건 만화와(그 중에서도 웹툰이라는 장르와) 다른 면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결국 영화는 비슷한 상황(놈을 잡아서 처단하기까지의 과정)을 두 번에 걸쳐 반복하며 지루함을 만들고 만다.

 

 

 

     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김선아를 제외한 조연들은 예상됐던 수준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고, 그 와중에 악역을 맡은 온주완은 나름 선방을 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김선아의 경우는 이미지 변신을 하긴 했지만,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허약함 때문에 그리 강해보이지만도 않은..

 

     초반부의 전개는 제법 반전이라 느껴질 것도 있고, 흥미롭게 진행되었지만, 중후반까지 끌고 갈 만한 힘이 좀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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