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어린 시절 준석(주상욱)을 무지하게 괴롭히던 창식(양동금). 결국 준석의 여자친구를 강간하고는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고 만다. 사건의 충격으로 결국 자퇴하고 만 준석은, 도리어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그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 때문에 좀처럼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중 창식을 보게 되고,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모든 걸 잃어버린 피해자가 모든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가해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미치는 것 뿐.
2. 감상평 。。。。。。。
요새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학교 내 집단 괴롭힘. 대개는 누구 한 명이 크게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이상 이슈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이젠 흔해져버렸다. 그리고 크게 문제가 되더라도 사건의 당사자들(특히 가해자)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성문을 몇 장 썼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기 일쑤. 심지어 부모가 돈도 좀 있고, 괜찮은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가벼운 징계로 끝나곤 한다. 자연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좀 더 강하고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지만, 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물론 어린 나이에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이미 성인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제도를 조롱하고 있는 어린 악당들에게, 그럼 뭐가 있을까.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생각나는 건, 역시나 힘에 의한 해결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단순한 해결책을 선택한 주인공을 보여준다. 하지만 복수가 진행되어도 주인공의 기분이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맞기만 하는 방식 자체가 그닥 유효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자신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의 인생은 점점 더 복수의 대상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준석의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 숨을 돌릴 수 있게 한 건 창식을 궁지로 몰아넣었을 때가 아니라, 그런 준석을 이해하고 같이 있어주려고 했던 편의점 아가씨 현주(나현주)와 함께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가 이를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 버렸다. 준석의 캐릭터는 처절한 복수를 할 만큼 충분히 모질지 못했고, 영화 역시 복수와 치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약간은 허무하게 마무리 되고 만다.
배역의 배분이 좀 아쉽다. 약간은 어리숙한 듯 느릿느릿 복수를 해 나가는 준석 역의 주상욱은 그 동안의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인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했고, 양동근은 냉혈한을 연기하기엔 표정이나 뭐나 독기가 부족해 보인다. 미스캐스팅이라고 밖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복수에 관해 그의 작품 속에 이런 구절을 넣어 둔 게 있다.
비너스를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복수란 자기의 온 시간을 바쳐서 해야 하는 일인데,
그녀는 지금 남에게 해를 끼치느라고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천사들의 제국』중
어쩌면 주인공 준석은 복수를 하느라 더 중요한 시간과 기회를 낭비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복수 실패는 단지 본인이 죽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복수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악한 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