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가 메리에게 정본 C. S. 루이스 클래식 14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1950년부터 63년까지 약 십수년에 걸쳐 C. S. 루이스는 미국에 사는 메리라는 여성과 편지를 교환한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편지를 통해 서로의 고통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특별히 루이스는 신앙적인 조언을 (그리고 나중에는 물질적인 후원가지) 해준다.

 

     만년의 루이스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편지 모음집.



2. 감상평   


     이번엔 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루이스의 서간집이다. 편지의 횟수나 거기에 적힌 날짜들을 볼 때, 루이스와 편지를 주고받았던 메리의 성격이 충분히 짐작된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하는 나이 든 노부인. 말과 글을 많이 하고 써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집요하게 사태를 과장하고 반복적으로 많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루이스는 그 많은 편지들에 일일이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단한 인내심이다.(메리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골라놓은 편지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두 엮어 놓았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이 없이 그저 안부만 묻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역시 루이스 특유의 인생과 죽음에 관한 탁월한 통찰들이 담긴 편지들도 적지 않다. 편지를 양 편이 모두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었고, 다양한 육체적 노화로 인한 질병과 통증들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지금보단 좀 더 나이가 들어 있었을 때 더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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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해안 거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길쭉한 나라가 바로 칠레다. 1970년대 군대를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켜 십 수 년 간 고문과 납치, 반대파를 숙청하며 권력을 장악해 온 독재자 피노체트였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또 다른 8년간의 통치를 받아들일 것인가 자유투표를 할 것인가를 두고 찬성(Yes, Si)과 반대(No)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 15분씩 선거 전날까지 홍보영상을 텔레비전과 극장을 통해 방송할 수 있도록 했고, 야당 측은 잘 나가는 광고 기획자였던 르네(레네)를 영입한다. 반대 측 광고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이끌어 내자 피노체트 측은 야당 측 홍보 영상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미행하고 협박 전화를 하는 등 전형적인 공작을 시작한다. 과연 그들의 캠페인은 성공할 것인가?

 

 

 

2. 감상평    

 

     피노체트 하면 박정희와도 매우 가깝게 지냈던 독재자로 알려져 있다.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경찰봉과 물대포를 사용해 탄압하고, 공식적으로 학살당한 사람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하지만, 불법적인 체포와 구금을 통해 그대로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숫자고 그 못지않게 많았다. 독재자들은 끼리끼리 통하는가 보다. 누구처럼 영구집권을 꾀했던 피노체트였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공조로(사실 피노체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건 바로 칠레에 친미정권이 세워지길 원했던 미국의 지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를 넘는 인권유린의 증거 앞에서 미국도 대놓고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 집권연장 여부를 두고 선거까지 실시하게 된다.

 

     이 영화는 ‘반대(No)' 투표를 위한 텔레비전 캠페인을 제작하던 팀을 그리고 있다. 주제가 좀 무겁고 일종의 정치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은 대중문화의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가 어떻게 제작되고 있는가가 중심이 되고 있는 꽤 흥미로운 영화다. 좀 오래된 느낌의 영상은 세련미는 덜하더라도 나름 80년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흠잡을 만한 데가 없었다.

 

 

 

     피노체트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자유선거를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슷한 예로는 4.19가 있었고, 6월 항쟁이 있었다. 이승만 정권의 경우 4.19로 스스로 퇴진했고, 정권의 시작 자체는 민주적인 선거를 통한 것이었으니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전두환놈 같은 경우는 피노체트와도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을 잡았고, 국제사회의 압력과 전국적인 국민의 저항으로 결국 자유선거를 수용했다는 데까지 비슷하다.

 

     문제는 칠레의 경우 선거를 통해 민주화 세력의 승리로 끝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김영삼의 변절로 3당 합당이 된 후 또 다른 군부세력인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차이가 있고..(이건 단지 한 번의 선거뿐만 아니라, 부마항쟁 등으로 전통적인 민주화 세력의 근거지이기도 했던 영남지방을 수구정치세력의 본거지로 만드는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선거, 정치, 캠페인에 관한 좋은 영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다면, 아마 영화관에 걸리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 시간이 갈수록 퇴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에도 시사점이 많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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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어린 시절 준석(주상욱)을 무지하게 괴롭히던 창식(양동금). 결국 준석의 여자친구를 강간하고는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고 만다. 사건의 충격으로 결국 자퇴하고 만 준석은, 도리어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그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 때문에 좀처럼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얻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입사 면접을 망치고 나오던 중 창식을 보게 되고, 복수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모든 걸 잃어버린 피해자가 모든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가해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미치는 것 뿐.

 

 

 

 

 

2. 감상평    

 

     요새도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학교 내 집단 괴롭힘. 대개는 누구 한 명이 크게 다치거나 죽지 않는 이상 이슈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이젠 흔해져버렸다. 그리고 크게 문제가 되더라도 사건의 당사자들(특히 가해자)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성문을 몇 장 썼다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기 일쑤. 심지어 부모가 돈도 좀 있고, 괜찮은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가벼운 징계로 끝나곤 한다. 자연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좀 더 강하고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지만, 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물론 어린 나이에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이미 성인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 제도를 조롱하고 있는 어린 악당들에게, 그럼 뭐가 있을까.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생각나는 건, 역시나 힘에 의한 해결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단순한 해결책을 선택한 주인공을 보여준다. 하지만 복수가 진행되어도 주인공의 기분이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맞기만 하는 방식 자체가 그닥 유효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자신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그의 인생은 점점 더 복수의 대상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준석의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 숨을 돌릴 수 있게 한 건 창식을 궁지로 몰아넣었을 때가 아니라, 그런 준석을 이해하고 같이 있어주려고 했던 편의점 아가씨 현주(나현주)와 함께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가 이를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 버렸다. 준석의 캐릭터는 처절한 복수를 할 만큼 충분히 모질지 못했고, 영화 역시 복수와 치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약간은 허무하게 마무리 되고 만다.

 

 

 

 

 

     배역의 배분이 좀 아쉽다. 약간은 어리숙한 듯 느릿느릿 복수를 해 나가는 준석 역의 주상욱은 그 동안의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인지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했고, 양동근은 냉혈한을 연기하기엔 표정이나 뭐나 독기가 부족해 보인다. 미스캐스팅이라고 밖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복수에 관해 그의 작품 속에 이런 구절을 넣어 둔 게 있다.

 

비너스를 복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복수란 자기의 온 시간을 바쳐서 해야 하는 일인데,

그녀는 지금 남에게 해를 끼치느라고

시간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천사들의 제국』중

 

 

     어쩌면 주인공 준석은 복수를 하느라 더 중요한 시간과 기회를 낭비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의 복수 실패는 단지 본인이 죽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복수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악한 힘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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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1-2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을 바꿨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노폴리에서의 어리버리한듯 하면서 치밀함은 오히려 복수를 위해 미치려는 모습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노란가방 2013-11-22 18:35   좋아요 0 | URL
양동근, 주상욱 크로스체인지도 한 방법이었을 것 같긴 해요. ^^
 
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책에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 소설들이 실려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모두 ‘연애’라는 중심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 편(‘위로해줄까?’)을 제외하고는, 이제 서른 살이 넘은 지 한두 해가 지난 미혼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2. 감상평


     연애 소설이라고 해서 정말 ‘소설 같은’ 만남과 사귐을 그리고 있는 트렌디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쪽은 좀 더 실전에 가깝다. 연애에 대한 환상 따위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그런 실감나는(?) 세계다. 물론 이 진짜 같은 세계가 작가의 창조물이라는 게 또 흥미로운 부분이고.

 

     요새는 많이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이나 일본에서 서른 살은 여자에게 큰 의미를 주는 시점인 것 같다. 그 자신은 어떤지 몰라도, 주변에서는 좀처럼 결혼 이야기가 잦아들 줄 모르고, 또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기 시작하면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지는 법. 작가는 이런 심리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별히 우스운 대사나 설명으로 웃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상황 자체에 유머를 버무려 놓은 작품들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주 코믹물로 가는 건 아니고, 작가 나름대로의 인생에 대한 통찰들도 담겨 있는 안정적인 느낌의 소설. 내 20대 초반의 가장 인상 깊은 영화 중 하나였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원작자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고,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필력(筆力)이구나 했다.

 

 

     확실히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던 대목은 신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제 어느 모로 봐도 성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거니까. 하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길목은 조금 더 잠잠하고, 무게감 있게 지나온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엔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간신이 서른을 넘은 지금도 비슷한 마음이지만.

 

     이 미묘함을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좀 더 깊이 와 닿지 않을까 싶다. 20대에겐 조금 덜 어울리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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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민족 전체를 위해 한 사람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민족 전체가 그걸 핑계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추악한 일이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민족이 조금 손해를 보면 안 되나?

 

- 이우혁, 『퇴마록 : 국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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