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R.I.P.D.: 알.아이.피.디.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 케빈 베이컨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보스턴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던 닉은 동료인 헤이즈의 배신으로 사망하고 만다. 죽음 직후, 인간 세계에 나와 있는 악령들을 처리하는 사후세계의 경찰 부서라고 할 수 있는 R.I.P.D.(Rest In Peace Department의 약자. RIP는 보통 서양에서 무덤 앞 비석에 새겨져 있는 문구이기도 하고, 미국에선 뉴욕경찰국을 NYPD라고 부르는 것과도 연결되어 일종의 언어유희을 시도한 듯)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그렇게 족히 미국 남북전쟁 때 서부의 보안관 역할을 했음직한 파트너 로이와 함께 R.I.P.D.의 일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닉. 몇 건의 사건을 처리하던 중 자신을 쏜 헤이즈에게서 이상한 점을 깨닫게 되고 따로 조사를 시작하면서, 점점 엄청난 음모 - 이상한 기구를 만들어 저승에 갇혀 있는 악령들을 모두 세상으로 불러 오려는 -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해 뛰어든다.

 

 

 

 

2. 감상평    

 

     분명 A급의, 그러니까 매우 정교한 특수효과와 치밀한 스토리, 그리고 명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까지 더해진 그런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제프 브리지스와 라이언 레이놀즈 둘 모두 그리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고(특히 제프 브리지스, 참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내고 있다. ㅋㅋ), 어렸을 때 봤던 ‘고스트 바스터즈’라는 영화를 떠올릴만한 약간은 붕 떠 있는 특수효과들도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조금은 촌스러운 듯도 한 개그 코드들도 나름 미소를 짓게 만들고.

 

     처음부터 배신이나 죽음 같은 주제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 정도로 심각하게 다뤄지지는 않고 있고, 대신 악령들을 퇴치한다는 새로운 직업을 신나게 묘사한다.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봐도 되는.. 9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이랄까.

 

 

     감독 자신도 그리 힘을 주지 않고 만든 영화일 거고, 보는 사람 역시 그리 긴장하지 않아며 볼 수 있는 영화. 뭐 모든 영화가 바짝 힘을 주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제프 브리지스.. 잊을 수가 없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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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중국 송나라 시대. 등주에서 작은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대수는 어느 날 경성에서 온 한 노름꾼이 단돈 열 냥을 갚지 못해 수하인 해보를 시켜 손을 봐주고 있었다. 딱 여섯 대를 맞던 그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며, 품속에서 큼지막한 옥 한 개를 꺼내더니 담보로 맡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옥은 경성에서 후궁에게서 훔쳐온 것이란 게 문제. 이 사실을 모르는 고대수는 옥을 해보의 동생 해진에게 빌려줬고, 해진은 그걸 들고 모중의라는 작자가 운영하는 큰 도박판으로 나선다.

 

     설상가상 조정에서는 옥을 찾아내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고대수와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손신의 형인 손립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옥 한 개를 두고 고대수-손신과 모중의 패거리, 그리고 손립까지 복잡하게 뒤엉키며 소동이 일어난다.

 

 

 

 

2. 감상평    

 

     알고 보니 꿋꿋하게 수호지의 등장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감독이다. ‘수호지 가면영웅 귀두’, ‘수호지 불사영웅 석수’, ‘수호지 의적 유당’, ‘수호지 무사 조씨’ 등등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고 해도, 그 열정만은 박수를 쳐줄만 하다.(또 한 명 황조권이라는 이름의 감독도 계속해서 비슷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걸 보면 - 이쪽은 금모견, 손립, 소이광 편을 제작했다 - 두 사람이 서로 나눠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걸지도)

 

     영화의 수준은 극장 흥행을 바라고 만들었다기보다는, 텔레비전용 드라마, 혹은 비디오나 DVD 같은 2차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것 같아 보인다. 어렸을 때 즐겨봤던 포청천 시리즈 정도의 스케일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보단 훨씬 덜 무겁고, 유머 코드도 일부러 넣은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영화 중후반부 어딘가 이르면, 이젠 배우 자신들과 함께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

 

 

 

 

 

     큰 기대를 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무장해제를 한 채 누워서 보면, 뭐 또 나쁜 수준까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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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파시즘 - 근대 일본의 군국주의 전쟁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타야마 모리히데 지음, 김석근 옮김 / 가람기획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요약      


     책은 20세기 초반 아시아 지역에서 한창 승승장구하던 일본이 왜 2차세계대전의 추축국의 일원으로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전쟁에서 패배하고 몰락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살피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 중 하나였던 일본은, 엄밀히 말해 전쟁에 직접 참여한 당사국이라기엔 모자란다. 물론 독일이 중국에 가지고 있던 조차지에 대한 공격으로 실전을 경험해 본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지전에 해당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 총력전화 되면서 필요한 막대한 군수물품을 생산함으로써 일본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일본이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전에 참여하면서 일본 군부는 전쟁의 양상이 기존의 보병중심의 돌격전에서 포병중심의 과학전, 현대전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깨달았던 것. 일본은 앞서 언급한 중국내 독일 조차지에 대한 전투인 칭다오 전투에서 이런 깨달음을 십분 살려 최신식 전투 기법을 시험해 보았고, 그 효과는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 총력전 양상의 현대전에서는 필연적으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후방자원이 중요해진다. 이건 단지 예비군 같은 병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화약과 고무, 유리, 철과 같은 진짜 자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일본은 영국, 미국과 같은 국가에 비해 그런 자원의 절대 양도, 질도 역부족인 상황. 과연 이 ‘못 가진 나라’가 ‘가진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뭐 그렇다면 강대국과의 전쟁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으련만,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나보다.(뭐 그리고 전쟁이란 건 언제 누구와도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결국 무형의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쉽게 말해 정신력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책은 이런 경향을 강화시키는 여러 일본 내 사상가들의 입장과 그 근원을 추적해낸다. 옥쇄니 가미가제니 하는 비이성적인 태도들에 대한 찬미는 이런 사상들에 기원한 것. 하지만 처음부터 허무맹랑한 기초 위에 세워진 전략은 결국 2차대전에서의 몰락을 초래하고 말았다.

 

 

 

2. 감상평    

 

     저자는 일본의 파시즘을 ‘미완의 파시즘’이라고 진단한다. 파시즘은 일종의 독재주의를 가리키는데, 일본의 경우는 독재적 체제를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고, 그 결과 국가를 총력전 체제로 전환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전쟁에 패배해버렸다는 이해다. 일차적으로는 일본 내에 파시즘적 시도에 대한 반대하는 이성적인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고, 또 일본의 정치 체제 자체가 특정한 세력이 전권을 장악하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그래도 2차 세계대전 때는 군부의 독주가 대단하긴 했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 일어났던 이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입장이 왜,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고 발전해 왔는지를 매우 훌륭하게 밝히고 있다. 그저 일본의 국민성이 이상해서, 혹은 몇몇 정신병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국민들을 선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일본이 세계의 최종적인 통치자가 되었을 때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있을 것이라는 뿌리 깊은 자민족 우월주의,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자신들이 (그게 역사건, 신이건 누구 혹은 무엇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선민주의에서 시작되었다.(비슷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던 유대인들이 단지 이방인들을 무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이 비전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전쟁을 선택했고, 실제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이기기 위해 그들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정신력을 강화하다보니 옥쇄 같은 헛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일본 우익의 전형적인 언사들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그래도 꼴에 극우라고 끼리끼리는 통한다는 건지, 자파(自派)의 이익에 반대되는 집단은 온갖 색깔론부터 근거 없는 의혹제기로 매장시켜버리고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들이 나와도 모르쇠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저급한 정치인들과 그 주변에 썩은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초파리 같은 인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식의 위험한 생각을 퍼뜨리기 위해 ‘국격’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말을 멋대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위해 국민들은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자기들의 망상에 빠져 세계대전까지 뛰어들었다가 수많은 일본 국민들을 희생시킨 전례를 따라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

 

     좋은 세상에 관한 정의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세상의 조건 중 중요한 하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자꾸만 억지를 부리는 인간들은 중요한 위치를 맡으면 안 되는 거고, 거짓말이 익숙한 인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이젠 거짓말을 해 놓고 억지까지 부리면서도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니..


     억지 앞에 상식은 종종 힘을 잃기 마련이다. 결국 일본은 상식이 억지 앞에서 무너진 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든 어디에서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깨어있어야 하는데, 뭐 현대의 민주주의라는 게 상식에 의해서보다는 선동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더 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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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신들의 나라인 ‘아스가르드’를 파괴하고 어둠으로 가득 찬 세계를 바라는 다크 엔젤들. 그들은 비장의 무기 에테르를 만들어내지만, 전쟁에서 패하고 에테르는 봉인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아홉 개의 하늘이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가까워지자, 다시 한 번 다크 엔젤들은 에테르의 힘을 빌려 온 세계를 파괴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연찮은 기회로 에테르는 지구에 사는 인간인 제인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는 아스가르드의 왕자인 토르의 연인..(늘 스토리는 이런 식이다.) 소중한 연인을 지키고, 어머니를 죽인 원수도 갚기 위해 나선 토르는 적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2. 감상평    

 

     오랜만에 밤늦게 극장에 가봤다. 보통은 쉬는 날 오전 중에 조조로 보는 편인데, 갑작스럽게 극장에 가기로 결정한 일이라 선택의 폭도 넓지 않았고..;

 

 

     영화 자체야 미국의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그 스토리라인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다른 영웅물들 -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같은 -과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등장인물의 경우는 몇몇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의 분량에 비해 너무 적게 할애되어 있고(전편에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상세하게 나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시종일관 우주를 지키는 우리의 영웅 토르라는 단순한 구도만 반복된다.

 

     치밀한 전략으로 상대하는 것보다는 임기응변, 1대1의 승부라는 모습이 강조되는데, 그나마 전투 장면에서 웅장함 같은 걸 느끼기도 어려운,(그보단 어렸을 때 봤던 후뢰시맨 같은 필이..) 영화. 여기에 상영시간은 좀 긴 편이고 특수효과는 우주전함을 연출하는 데 돈을 다 써버렸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매력은 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오래된 신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영화 속 세계관의 구조가 아름답다. 여러 개의 세계들이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고, 지구와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는 또 연결되어 있다. 요컨대 지구를 ‘닫힌 세계’가 아니라 ‘열린 세계’로 묘사하고 있다는 건데, 이건 과학주의의 함정에 빠져 일찌감치 상상력을 잃어버린 근대인들에게서는 지워져버린 개념이다.(문제는 그 결정이 그냥 ‘내가 이해할 수 없으니까 없는 거야’라는 어린 아이 떼쓰기 같은 면이 있다는 거고)

 

     물론 이런 부분은 단지 이 영화의 독특한 부분 때문이라기 보단 원래의 신화가 가지고 있는 깊은 통찰의 한 부분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멋지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저 위에는 진짜 세상이, 더 풍요롭고 온전한 세상이 있다는 그 설명이.(진짜 그런 세상에는 다크 엔젤 같은 존재들은 힘을 못 쓰는 게 정상이니 걱정은 안 해도..)

 

 

     영화 자체로서는 아쉬운 면이 많이 보이지만, 나쁘지는 않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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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라고 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던가.

병원 간다고 다 의사가 명의라 병이 낫던가.

극장가면 재미있는 명화만 트는가.

그래도 배고프면 식당을 찾아가듯이

모든 교회가 다 탈속하고 영적인 것은 아니지만

역시 영혼이 메마른 사람이 찾아갈 곳은 교회가 아닌가.

 

부패한 교회가 있다고 해서 교회를 가지 말라는 것은

병원 의사가 오진하여 죽었으니

앞으로 병이 나도 병원 가지 말라는 말과 같은 거지."

 

-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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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가방 2013-11-1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서글픈 변호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