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청룡영화제 2연속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톱스타 원준(김민준)의 매니저인 태식(엄태웅). 어느 날 원준이 일으킨 음주 뺑소니(그래도 상대가 중상까지 입은 건 아니었다)를 대신해 나서면서 그 보답으로 오랜 꿈인 연기자 데뷔를 하게 된다. 자신이 얻은 기회를 십분 살려 단숨에 톱스타까지 오른 태식. 높이 올라갈수록 그는 더 높은 자리를 탐내고, 교만한 원준을 누르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망을 감출 수 없었다.

 

     욕망은 필연적으로 무리수를 두게 만들었고, 주변 사람들은 물론 그 자신마저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었다.

 

 

2. 감상평    

 

     배우 출신 감독들의 데뷔야 이제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족히 수십 년 간 영화계에서 입지를 굳혀 온 박중훈의 감독 데뷔는 분명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 자신도 이런 부담감을 의식했는지 적극적인 노출과 홍보보다는 차분한 스탠스를 유지하려는 게 보인다.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감독 자신이 직접 영화계 안에서 보고 느꼈던 일들이 덧붙여지면서 흥미로운 소재들까지 덧붙여진다. 쓸 데 없이 과도한 노출이나 노골적인 잔인함으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많은 에피소드들을 억지로 우겨넣은 느낌이 든다. 감독의 의욕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조금은 힘을 빼고, 정서의 전달이라든지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 좀 더 공을 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인물들 사이의 관계(태식과 그의 아버지라든지, 미나와 현준의 관계, 또 현준과 미나의 관계도..)에는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는 느낌. 뭔가 빽빽하게 꽂아 놓기는 했는데, 밀집도가 보이지는 않는달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비슷한 시기에 나온 하정우의 영화보단 좀 낫다는 생각. 다만 뭔가 특별함이 느껴지기엔 아직 이른 듯. (아, 그리고 주요 축 가운데 하나인 김민준의 어색한 연기는 도대체 언제쯤 나아질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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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한 때는 잘나가던 축구선수였던 조지. 그러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이제는 지역 방송국의 진행자 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을까 살피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잘못으로 이혼을 한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지만,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수시절 사용하던 축구화와 메달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 벌써 월세는 두 달이나 밀렸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간 축구 클럽에서 소싯적 실력을 보여준 후, 학부모들로부터 클럽의 코치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 조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은 이후 승승장구 하고, 여기에 각종 부가적인 소득까지 - 돈은 많지만 의처증이 있는 친구 킹과 그의 아내를 알게 되고, 여러 싱글맘들의 적극적인 대시(?)까지.. - 얻게 된다. 아들을 고리로 매주 전처인 스테이시를 만나는 조지. 어느 날 스테이시가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조지는 많은 유혹들을 뿌리치고 스테이시에게 다시 한 번 갈 것인가, 그리고 스테이시는 그걸 받아들일까.

 

 

 

 

2. 감상평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모습 - 이혼은 한 번쯤 하고,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상대편 전 배우자와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나러 가고, 또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활발하게 스포츠 클럽활동을 하고, 이혼남, 이혼녀끼리 뭔가 일이 일어나는 -을 배경으로, 결국 가정의 회복이라는 꿈을 보여주고 있다. 나쁘지 않은 목적지였고, 또 그다지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드라마적 요소를 약간 가미한 정도라 보기에도 편하다.

 

     감독의 다른 영화인 ‘행복을 찾아서’를 보며 감동까지 했던 터였지만, 이번 영화에선 감동까지 기대하는 건 욕심. 대신 ‘모범시민’에서 눈 깜짝하지 않고 수사당국마저 감쪽같이 속인 채 범죄를 저질러 가는 주인공 역으로 인상 깊었던 제라드 버틀러를 비롯해, 제시카 비엘이니 우마 서먼이니 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유명배우들이 잔뜩 등장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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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1-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봐야겠습니다. 요즘은 액션도 힘들고 그저 잔잔하게 그리고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가 필요하네요.

노란가방 2013-11-16 11:18   좋아요 0 | URL
네. 섬뜩한 반전이나 충격에 대한 걱정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니까요. ^^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양혜원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하는 느낌인데, 찾아보니 그녀가 번역한 몇 권의 책들(C. S. 루이스와 유진 피터슨)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오랫동안 번역가로 살아온 저자가 엄마로, 목사의 사모로,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로 살아오면 느껴왔던 것들을 짤막하게 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2. 감상평   

 

     책 제목은 교회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그 중에서 여성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성학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에세이라는 느낌이랄까. 그 중에서도 이 책에 실린 칼럼들이 주목을 받은 것은, 일반적으로 세속적인 여성학이 보여주는 극단적 현실인식을 좀 누그러뜨리게 만드는 기독교적 배경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오랫동안 동서양에서 여성이라는 성이 남성에 비해 억압을 받아왔고,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그런 잔재들이 남아 있다는 저자의 지적에 십분 공감을 한다. 저자 자신이 그 ‘억압 받아 온’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말 저자가 책에 쓰고 있는 것만큼 교회에, 사회에 엄청난 오류와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웃 사람들, 혹은 아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여 있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지만, 대개 그런 사람들은 어쩌다 만나고 말지 않나? 마찬가지로 책 속에 등장하는 교회의 억압(?)들을 다 모아 놓은 교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요컨대 책을 쓰고, 말을 하려다 보니 상황이 점점 심각한 듯 묘사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

 

 

     차분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서 그냥 무작정 내용을 따라가기 쉬울 정도이다. 하지만 자주 그 논리들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면 ‘고객 대우, 사람 대우’라는 글의 논리는 이렇다. ① 지하철에서 나오는 방송에 자신을 포함한 승객을 ‘고객’으로 부르는 걸 듣고 불만이 생겼다. ② 고객이란 돈을 주는 만큼 그 대접을 받는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③ 하지만 오늘날은 고객을 사랑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인간관계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논리의 점프를 감행하더니 ④ 집근처 교회에서 길가에 나와 전도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교인을 고객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을 꺼낸다. 서너 번을 읽어봐도 딱히 공감되지 않는 논리전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보다는, 그저 문제를 인식하고 드러내는 정도의 기능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는 책이다. ‘교회 언니’로서 지혜롭게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내를 받으려 한다면 이 책으로는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에 담겨 있는 내용들 중엔 새기며 읽어야 할 부분도 많다. 저자가 여성으로써 겪어야 했던 많은 부담들은, 남자인 나로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이런 부분에서 저자의 지적은 분명 기억해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추천도서 목록에 올리기가 좀 주저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책이 ‘여성’으로서의 ‘개인’의 경험에 강하게 기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편적 공감, 혹은 유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은데.. 뭐 이것도 내가 남성우위의 사회와 교회 안에서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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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육두문자맨’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름의 영화로 일약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던 중 그가 탄 비행기가 악천후를 만나 몇 번이고 착륙에 실패하고 만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 여기에 이 비행기에 탄 승객들은 하나같이 진상 끼(?)가 다분한 사람들뿐이니.. 과연 이 비행기,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안 그래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행기 때문에 정신이 없는 마준규와 관객에게, 어디서 튀어나와서 또 정신 사납게 할지 모르는 다른 승객들과 승무원들의 등장은 말 그대로 말의 폭격처럼 느껴진다. 보통 말이라는 게 외부의 반응이 귀를 통해 들어와 대뇌를 거쳐 이해가 된 뒤 언어 중추를 거친 뒤 성대와 혀를 사용해 나오는 건데,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그냥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영화를 보며 정신이 없다고 느끼게 되는 건, 단지 말이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든 내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상한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분명 우리말을 사용하는 문장들로만 가득한데 그 내용이 뭔지를 아무리 읽어도 알 수가 없는. 언뜻 보면 번역기를 돌려 직역한 문장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도, 목적어도, 동사도 정신없이 그냥 늘어져 있는 비문(非文)들의 향연이었다. 이 영화가 딱 그런 느낌.

 

     코미디 영화다보니 일상적인 논리나 문법 따위는 무시될 수도 있다고 치자. 그 논리적 틀을 깨뜨리는 게 코미디의 기본 중 하나이니까. 난감한 상황 자체가 주는 웃음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자아내는 황당함도 좋지만, 그냥 말장난으로 한 시간 반을 보내는 걸로는 대중성을 얻기엔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정우라는 배우가 감독이라는 옷을 입고 만든 첫 영화다. 얼마 전 봤던 ‘더 테러 라이브’처럼 이 영화 역시 좁은 세트 안에서 거의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연극적 느낌을 강하게 준다. 첫 걸음 치고 최악은 아니었지만,(일단 판을 작게 벌려 놓은 건 현명한 선택인 듯)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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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1-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정우는 배우로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애들이 조물딱거려서 만들어 놓은 장난감같은 느낌이랄까요?

노란가방 2013-11-13 11:15   좋아요 0 | URL
이제 처음이니까요.. 또 다른 작품도 준비중이라니깐 좀 더 지켜보는 것도.. 그래도 첫 작품이 다음 작품들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남자들은 말야,

애인으로 삼고 싶은 여자에게는 목숨을 걸 수 있대.

그런데 정작 애인한테는 목숨을 걸 수 없대.

 

- 김종은, 『첫사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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