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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생각 - 지성과 지혜의 아이콘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김세영.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1. 요약 。。。。。。。
물리학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그 이름, 아인슈타인. 이 책은 그가 생전에 각종 행사에서 한 연설문들, 신문이나 잡지 등에 발표한 기고문 등을 과학, 종교, 유대인, 평화, 개인, 학문, 경제와 같은 항목에 따라 분류해 실었다. 겨우 몇 줄에 해당하는 짧은 글부터 몇 페이지에 달하는 조금은 긴 글들까지 다양한 분량의 글들이 있지만 대체로 한 번에 읽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의 짧은 분량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학 주제를 다루고 있는 1부를 넘어가면, 이 책의 제목처럼 말 그대로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2. 감상평 。。。。。。。
아인슈타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가진 짧은 지식으로 그에 관해 전체적인 평가를 내린다는 게 좀 우습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관한 그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으니 짤막하게 드는 생각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그는 인류의 ‘선의(善意)’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휴머니스트였다. 물리학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학문을 연구하면서도, 인간성에 대한 관심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활동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시대적 한계에 매여 있었던 인물이다. 그의 전공 영역에서는 단숨에 이를 초월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 외의 분야에 있어서는 당대의 사상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예언자는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계몽주의적 사상은 모든 것을 인간 이성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설명해 낼 수 있다는 낭만적 견해를 보인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인간 이성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
계획경제에 대한 신봉이나 세계정부에 의한 전쟁 억지에 대한 기대 같은 부분은 좀 당황스럽다. 초국가적 기구가 모든 무기를 통제해야만 인류는 전멸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199)은, 그 기구를 어떤 성향의 인물이 선출되어 통제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데도, (선거가 늘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요새 자주 보지 않던가) 이에 대한 생각의 발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주의나 계획경제의 이상이 어떤 식으로 독재자들에 의해 변질되었는지를 그가 보았다면, 이 일견 전체주의적으로 보이는 발상을 수정했을까? 요컨대 이상적으로는 계획경제 만한 게 없겠지만, 그것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것은 어쩌면 인류의 능력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또, 아인슈타인은 여러 연설에서 ‘도덕적 가치’ 강조하고 있지만, 그 근원, 혹은 기초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더하지 못한다. 우주의 신비로움 자체를 통해 범신론적 경외감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종교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도덕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근원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총평을 하자면, 한 분야의 우수한 인물이 다른 분야에까지 늘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번역이나 편집은 대체로 괜찮다. 다만 그다지 깊은 통찰이 담겨 있지 않은, 또 앞서 나온 내용들과 비슷한 문장들이 반복되는 글들까지도 여럿 집어 넣은 게 아쉽다. 어느 정도 페이지를 맞추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늘어지는 느낌이랄까.
※ 83페이지 네 번째 줄은 줄바꿈이 잘못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