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한 때는 잘 나가던 앵커였지만,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진행자로 내려앉은 윤영화(하정우). 방송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청취자와의 전화를 연결하던 중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 건설노동자의 전화를 받게 된다. 시답잖은 반응을 보이며 전화연결을 끊으려고 하지만, 웬일인지 전화는 끊어지지 않는다. 곧 상대편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한강 다리를 폭파시키겠다고 위협을 했고, 이를 믿지 않는 윤영화는 해볼 테면 해보라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웬 걸. 정말로 다리가 폭파되지 않았던가.
깜짝 놀란 영화는 곧 이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궁리를 시작하고, 결국 테러범과의 인터뷰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하기로 국장과 협상을 마친다. 그렇게 시작된 사상 초유의 방송. 테러범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건설노동자들의 목숨까지 희생시키고도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도 없었던 정부를 비판하며, 대통령이 사과가 있지 않으면 추가적인 폭발이 있을 거라고 위협한다.
점점 테러범이 말한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윤영화가 귀에 끼고 있는 장치에 폭탄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2. 감상평 。。。。。。。
영화는 하정우라는 배우의 원맨쇼로 펼쳐진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한 라디오 스튜디오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고(그 안에는 하정우 혼자만 있다), 카메라는 시간이 흐르며 사건이 전개되는 데에 따라 그의 표정과 태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배우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라고 하겠는데, 하정우는 겉으로 보기에는 젠틀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앵커이면서, 뒤로는 때로 찌질하기도 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기도 한 윤영화라는 인물을 나름 열심히 표현해 냈다. 시종 누군가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듯한 느낌이 약간 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A-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나름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아낸다. 고작 야근 수당 몇 만원을 위해 밤늦게까지 작업에 뛰어들었다가 사고로 죽은 건설노동자들을, 정부는 사건을 키우지 않기 위해 제대로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덮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아무런 힘도 없는 소시민들이 그런 정부의 강력한 힘에 대해 뭐라고 항거할 수 있을까? 영화가 한참 진행되는 동안 윤영화는 합법적인 방법도 있을 거라고 테러범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정말로 우리 사회에 힘없는 사람들이 강력한 권력자들과 재벌들에 맞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도구가 있던가?

뭣도 모르면서 무조건 언론에서 넣어주는 말을 진리로 알고 따르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있는 한, 정부에서 하는 일 반대하면 무조건 색깔론부터 꺼내는 외눈박이 키클롭스 떼가 사방에서 설치고 다니는 한, 그리고 이젠 양심이라고 부를만한 부분마저 완전히 마비되어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비열하고 파괴적인 행위에 대해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소시오패스 무리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한, 이런 상황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는 왕정이나 제정에서 민주주의보다 더 자주 테러나 암살이 발생하는 이유는, 후자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권력자를 바꿀 수 있지만, 전자는 그럴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어 테러와 암살 이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쩌면 갈수록 중세식 신분제, 혹은 독재적인 권력이 부활할 기미가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예언이 될지도 모르겠다.
연극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