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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나라 : HD 리마스터
양영희 감독, 아라타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1970년 대 ‘사회주의 지상낙원’으로 돌아갈 사람들을 일본에서 모집할 때, 일본 내 조총련 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 성호를 보내기로 결정한다. 그 때 성호의 나이 열다섯.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뇌종양을 앓게 된 성호는 치료 차 석 달 기한을 두고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게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과 오빠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안타까움과 집단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과거마저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성호의 사연, 여기에 사상 때문에 아들을 북에 보내 놓고서 후회하고 있지만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아버지의 애끓는 심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무겁고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 감상평 。。。。。。。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학한 감독은 이 슬픈 사건을 영화화 하면서 결국 사회주의 사상이 문제라는 식의 일방적인 비난을 주 기조로 삼지 않는다. 물론 자신들이 사회주의 낙원이라고 선전하며 이주한 재일 조선인들을 단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켜버린 북한 정권의 가혹한 조치야 분명 비판의 대상이 되어 마땅하지만, 어찌되었건 그 때 북으로 갔던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명시적이든 간접적이든) 결정에 따라 이주를 계획했던 것이고, 적어도 영화 속 성호나 그의 가족들도 그 일에 찬성했던 일이고, 현재도 이를 부정하고 있진 않으니까. 이 영화를 단순히 반공영화라고 단정 짓는 건 지나치게 나이브한 해석이다.
영화는 사상에 대해 강조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어쩌면 그냥 이미 주어져있는 환경일 뿐이었다. 영화 속 ‘양 동지’의 말처럼, 그들은 그냥 그 나라에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 나라에서 태어나 그 체제에서 살아왔는데 뭘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 낸 구조나 원리가 아니라 공기처럼 처음부터 그 안에서 태어난 것이니까.
어쩌면 영화는 그렇게 서로 다른 체제와 사상 속에서 자라고, 형성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근본적인 소통의 단절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식적인 수교를 맺지 않고 있는 두 나라의 관계처럼, 두 진영에서 온 사람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리애가 양 동지에게 뭐라고 말해도 그는 받아들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 동지의 세계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리애나 그녀의 가족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어딘가 부터는 풀어나가기 시작해야 하고, 이 슬픈 상황은 종식되어야 하는 게 분명하지만, 그 실마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를 지난 반세기 동안 지긋지긋하게 괴롭히고 소진시켜온 좌우의 갈등(대부분은 자칭 극우에 의한 빨갱이 딱지 붙이기 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물론 그동안 벌어졌던 북한의 실질적인 위협과 공작들의 실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은 진즉 해결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박진감 넘치는 전개나 화려한 볼꺼리는 없다. 하지만 조용한 가운데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