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김희정 감독, 박지윤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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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훈(최원영)과 결혼을 앞둔 선주(박진희). 어느 날, 지훈이 새롭게 맡은 책의 작가가 고등학생 시절 함께 지냈던 소라(박지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라면 반가워 할 만도 한데, 선주는 소라를 경계하기만 한다. 과거에 그들 사이에 뭔가 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지훈을 대신해 부산을 방문하려는 소라와 동행하게 된 진희. 그곳에서 역시 고등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여은이의 언니를 만나게 되면서 크게 동요한다. 과연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 감상평    

 

     뭔가 과거의 비밀을 안고 있는 여고 동창생들의 재회. 그 기억이 끔찍한 것이라면 호러로, 서로를 향한 헌신과 희생이었다면 휴먼 드라마로, 그냥 편하게 첫사랑 이야기였다면 그 나름대로 전개될 수도 있는, 상당히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소재다.

 

     이 영화도 초중반 소라와 선주의 만남을 고리로 해서 그들의 과거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묘한 분위기의 소라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그녀를 대할 때는 과장되게 친절한 말투를 사용하는 선주 사이에 일어나는 묘한 긴장감만으로 영화는 중반까지 흐름을 끌고 간다. 문제는 중반이 지나도록 그 이상의 전개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심지어 종반까지도..) 결국 드러난 과거란, 그 또래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익히 벌어질 만한 미묘한 감정다툼과 그녀들로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적 사고였을 뿐이었으니..

 

 

     결국 영화는 시종일관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절정에서 바람이 빠져버린 모습이었다. 감수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약간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100분 넘는 영화를 이끌고 가기엔 조금 비어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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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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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요약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생각들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 실린 내용들은 이 책을 내면서 새롭게 쓴 것은 아니고, 기존에 발표된 책들 중에서 가려 뽑은 글들을 모아 엮어 냈다고 한다.

 

 

 

2. 감상평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묵직한 온기가 느껴진다. 20년이나 되는 오랜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세상에 관한 저자의 눈매는 매섭게 날카로워지기보다는 좀 더 많은 것들을 품어 낼 수 있도록 깊어졌나보다.

 

     (사실 이런 형식의 잠언집, 혹은 에세이집이 다 그렇듯이) 모든 페이지마다 깊은 여운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찬찬히 읽다 보면 지금 상황에 맞는 저자의 무게 있는 조언, 혹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장들이 분명 몇 장은 있을 법하다. 또,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한글 붓글씨들도 함께 실려 있는데, 부단한 연습으로 잘은 모르지만 확실히 어느 경지에 오른 수준처럼 느껴진다.

 

     복잡하게 머리 쓸 필요 없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읽을 만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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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아웃케이스 없음
올리버 스톤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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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11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직 월스트리트의 대부 고든 게코.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것은 지금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거대한 벽돌 크기의 휴대폰과 소지품 몇 개 뿐. 한편 그런 그와 의절한 상태인 딸 위니의 약혼자 제이콥은 자신을 키워준 제이블을 파산으로 몰고 가 결국 자살하게 만든 브레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뭐 당장 쫓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를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줬다가 망하게 하겠다는..)

 

     잘나갔던 금융전문가와 잘 나가고 있는 금융전문가 둘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미지만, 과연 이 둘은 서로를 믿어도 되는 걸까. 이 가운데 제이콥의 연인이자 게코의 딸인 위니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 전개도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한다.

  

 

 

 

2. 감상평    

 

     놀랍게도 이 영화에 전작이 따로 있었단다. 1988년 개봉했던 ‘월 스트리트’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도 감독은 올리버 스톤이, 고든 게코 역으로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맡았고 영화 말미에 감옥에 가는 설정이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감옥에 간 게코가 출소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 22년 만에 나온 속편이다.

 

 

     영화 자체는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탐욕스러운 자본의 성격을 드러내면서, 그 안의 인물들의 성격 변화를 그려내는 드라마다. 연기파 배우들이 출동해서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 없이 표현해 내고 있다. 캐리 멀리건이 조연인 위니 역으로 나올 정도니 뭐..

 

     문제는 역시 비주얼이 아닌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 이 영화의 특성상, 조금 더 치밀하고 단단한 이야기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야 쉽게 그려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그런 일들이 가능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이 부분은 주인공인 제이콥의 복수와도 관련되어 있어서 나름 중요한 주제였다) 하는 부분들이 좀 더 정교해야 하지만, 고작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소문만으로 권선징악이 가능하다는 설정은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대체 에너지 회사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PPL인가?) 모르겠고, 영화의 중후반부에는 게코와 위니, 제이콥의 관계가 엉키면서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원래 스토리가 흐려지는 듯한 느낌.

 

 

 

 

     물론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들은 많이 있다. 다만 대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해왔기에, 이걸 극으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영화였더라면 이 작품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었을 것 같다. 영화 결말부의 가족의 회복도 나쁜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건 미국 영화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라 새로운 감이 없으니..

 

     여러 모로 탁월하다는 평가는 받기 어렵지 않나 싶다. 위기를 그려내는 방식이나 그 과정을 설명해 나가는 모양 모두 정교하지는 못하고, 적진 한 가운데 들어가서 휘젓는 모습의 주인공도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단지 탐욕스러운 개인들 몇 명에게 있다기보다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맹점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이 부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그냥..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가족 회복을 그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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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와 불합리는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올바른 이성에 비추어 정의롭지 못한 것은

동시에 합리적일 수 없다.

- 헨리 조지,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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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짓
안토니오 니그렛 감독, 제임스 카비젤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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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주인공 네이트는 두 아들과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니 조금 더 쉽게 돈을 벌어보려고 잘못된 부동산 거래를 하려다가 감옥까지 다녀온 그였으니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런 일로 가정에서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고, 곧 이혼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있다.

 

     비슷한 시간 현금수송차량을 털고 4백만 달러를 훔쳐난 강도단. 이미 모든 도로가 봉쇄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검문을 받기에 앞서 돈을 일단 다른 차에 실어 놓은 뒤 다시 찾기로 한다. 공교롭게도 그 차가 바로 네이트 가족의 차가 된 건 단지 우연이었다.

 

     그렇게 강도단의 추격을 받게 된 네이트.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그가 강도단과 한 패라고 생각하고 길바닥에 내버리고 떠나버리고, 머리가 좀 컸다고 큰 아들은 엄마 말만 듣고는 그를 도둑놈 취급하며 욕하기 시작한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경찰은 영화 내내 거의 보이지 않고, 당연히 이 꼬여버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역시 가장인 네이트 뿐이었다.

 

 

 

 

2. 감상평    

 

     영화는 초반부터 강도질에, 차량 추격전에 하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더불어 등장한 액션 장면은 볼만 했고. 특별히 화려한 동작이나 엄청난 스케일의 무엇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추격전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현금을 강탈한 4인조 강도단은 조금은 멍청해질 필요가 있었다.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생각 없이 대들다가 어렵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역시 총기 소유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미국다운 내용. 범죄자들은 늘 그렇듯 총질을 자유롭게 해 대고, 심지어 영화 막판으로 가면 평범한 가정주부처럼 보이던 네이트의 아내마저도 강도들을 향해 소총을 연사하기 시작한다. 견착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족히 수백 발은 쏠 수 있었던 그녀의 능력(?)은 신기에 가깝다. 여기에 역시 보통의 전직 부동산업자처럼 보였던 네이트는 평범한 가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특수요원급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고.ㅋㅋ

 

 

 

     깨어진 가정을 지켜내는 가장의 활약과 그로 인해 다시 모이게 되는 식구들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결말이 충분히 예상되었고, 역시나 그 틀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바로 옆에 강도의 시체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데 그 옆에서 가족들이 서로 얼싸 안는 장면을 연출할 정도로 영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폭력적인 부분에만 집중해 낸 영화. 아, 주인공하고 나쁜 놈하고 비슷한 색인 청바지와 검은 티를 입혀놔서 영화 후반부 맞장을 뜨는 장면에서 좀처럼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꼭 찾아볼 만한 영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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