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긴급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전화번호 911. 조던(할리 베리)은 일명 하이브라고 불리는 911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베타랑 상담원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모든 긴급전화번호가 911로 통합되어, 즉각적으로 경찰과 소방관, 의료기관은 물론 온갖 단체들을 연결해주는, 말 그대로 하이브(Hive)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어느 날 조던은 괴한이 집에 침입하고 있다는 한 소녀의 전화를 받지만, 결국 그녀는 희생되고 만다.

 

     사고의 충격으로 다른 보직으로 자리를 옮긴 조던은, 어느 날 괴한에게 납치돼 트렁크에 실려 가고 있는 소녀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로 연결된 두 여자는 함께 ‘그 놈’과 싸우기 시작했고, 온 지역 경찰들과 함께 그놈을 추적한다.

 

 

 

2. 감상평     

 

     여전히 ‘전화’라는 도구는 조금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대화를 하게 되니, 상대방의 정확한 상황은 오직 그의 말을 통해서 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화는 마치 라디오처럼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그래서 좀 더 집중하게 만들고,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이 영화는 바로 전화의 그런 ‘묘한 긴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오직 전화로만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때로는 납치된 소녀의 입장에서, 또 때로는 조던의 입장에서, 답답함과 조급함, 불안감을 실감나게 그린다. 영화 후반부까지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긴장감도 유발시키고, 추격하는 자와 도망가는 자 사이의 머리싸움까지 더해져서 처음부터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말미에 범인을 잡은 두 여자가 어떤 ‘복수’를 할지를 두고, ‘영화 괜찮았는데 망가지나’ 싶은 생각이 잠시 드는 순간, 다행히도 ‘온건한(?)’ 복수(적어도 비주얼적으로는)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 주연을 맡은 할리 베리의 연기도 군더더기가 없었지만, 영화 자체도 질질 끄는 것 없이 딱 재미있을 때 끝난다. 볼만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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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왕조.왕들의 연대기로 읽는다
김봉수 지음 / 일빛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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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한반도와 요동, 요서 지방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역사를, 왕들과 그 계보를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조선왕조의 왕들 이야기는 물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왕들을 빼놓지 않고 기술하고 있고, 그 이전의 상고 시대에 만주지역에 존재했던 고대 국가들 - 부여, 조선 등 -의 익숙지 않은 왕들까지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2. 감상평      

 

     처음 기획의도 자체가 수천 년에 달하는 역사를 한 눈에 훑어보겠다는 것이어서, 각각의 왕들의 에피소드들은 간략하게 소개될 수밖에 없었다. 일종의 백과사전식 구조로 그 나름대로의 존재 의의를 갖는 책이라고 하겠다.

 

     고대사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흔히 고조선이라고 알고 있는 조선이 중흥기에 이르러 세 개의 영역(진조선, 번조선, 막조선)으로 구분되었고, 그 중에서 번조선은 요서지역에, 진조선은 요동과 만주지역에, 막조선은 한반도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고대사의 경우 남아있는 자료 자체가 워낙에 부족하기에 한단고기나 다른 문서들에 단편적으로 실려 있는 내용들을 토대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인정되지만, 이런 습관이 비교적 정확한 사실관계(해석 말고)가 남아 있는 부분까지도 과도한 저자의 해석이나 개입을 초래하지는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조선 세조를 설명하면서 그가 단종을 살해한 후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꿈속에서 세조와 그의 아들을 저주한 이후 죽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312), 실제로는 세조의 첫아들인 의경세자가 죽은 것은 음력 9월 2일이었고, 노산군이라고 불리던 단종이 죽은 것은 같은 해 음력 11월 7일이다. 야사와 정사의 혼동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시대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형제 계승이라든지, 짧은 재위 기간을 남긴 왕들은 거의 무조건 내부권력다툼의 희생자로 보려는 태도 또한 과도해 보이기도 하고.

 

     현직 의사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멋져 보인다. 진짜 풍요로운 나라가 된다는 건,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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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연애 다음에 결혼이 오듯이,

결혼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죽음이 온다.

그것은 과정의 단절이 아니라 그 여러 단계들 중의 하나이다.

춤이 중단된 게 아니라,

그 다음 표현 양식으로 옮겨 간 것이다.

 

 

- C. S. 루이스, 『헤아려 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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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 (만화) - 교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교사들에게
윌리엄 에어스 지음, 홍한별 옮김, 라이언 앨릭샌더 그림 / 양철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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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동명의 책을 만화로 컨버젼 해 낸 책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거의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서술의 긴 내용들은 과감하게 줄이고 그림으로 설명한다. 주인공 격인 등장인물은 한 교실을 맡은 교사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지만,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관리자들은 자신들이 고안해 낸 새로운 평가방식, 지도방식들을 현장에 강제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2. 감상평 。   

 

     같은 이름의 원래 채을 읽고 난 뒤에 만화를 봤기 때문인지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과감하게 서술을 줄이고 그림으로 내용을 채웠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은 약간 줄어든 대신 핵심이 좀 더 간결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쉬운 건 그림 부분인데, 그림이라는 게 글로서 설명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부분을 직관적으로 바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도구인데, 서양식 카툰 그림체가 일단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지나치게 말풍선에 의존하는 (어쩔 수 없다 싶긴 하지만) 방식이어서 글로만 설명할 때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웠던 그 이상을 그려냈다기 보다는 원본의 다이제스트 판이라고나 할까.

 

     아,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교실 내부의 모습을 표현한 컷들이다. 바둑판처럼 구획을 나눠놓고 아이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유도하는 모습이 아니라, 교실 자체가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이 길거나 어렵지 않아서 한 시간 정도 집중해서 읽으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정도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면, 단지 정보제공이 아니라 상대의 성장과 성숙을 목적으로 한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한 번 봐도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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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 : HD 리마스터링
이윤형 감독, 서지석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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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1. 줄거리      

 

 

     연인과 함께 로맨틱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싶은 수정(정다혜). 하지만 남자친구인 정수(서지석)는 좀처럼 아무도 없다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억지로 억지로 그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수정. 문득 그녀를 보면 무조건 섹스만 떠올리던 이전 남자 친구 상철(연제욱)이 떠오른다. 한사코 싫어하는 그녀에게 한 번만 하자고 애걸복걸하던 상철.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제 정수를 유혹할 정도로 변했다.

 

     한편, 이사 오는 당일부터 뜬금없이 나타나 작은 장식품을 찾아달라던 석태(이상일). 그는 이후로도 종종 나타나서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곤 한다. 정수와 억지로 하루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떠나 버린 정수로 인해 심란해 하던 수정을 위로해 준 것도 바로 석태. 그렇게 수정은 새로운 애인을 얻게 된다.

 

 

2. 감상평      

 

     세 명의 남자를 잇달아 바꾸며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는 수정. 그 과정에서 그녀의 성격은 점점 변해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화 속 나머지 인물들 역시 성격의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 수정에게 한 번만 자자고 애걸하던 상철은 정작 한 번도 여자와 자 본 적 없는 숙맥이었다. 그날 이후 소심남으로 변해버린 상철. 수정의 유혹을 물리치며 순진의 화신처럼 보였던 정수는 이전 여자 친구에게는 노골적으로 들이대던 음흉남이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수정을 도우러 나타났던 석태는 사실 가장 계획적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이고..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의 현재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특정한 사건들로 인해 그 성격까지도 크게 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영화 말미에 드러나는 인물 성격의 반전은 이 영화에서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론 지나치게 과장된 변화는 오히려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아기자기하게 진행되는 스토리를 그냥 장난스럽게 비춰지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주연인 정다혜라는 배우는 자주 보지 못했는데, 극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강한 사투리 연기를 보여준 석태 역의 이상일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의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은 있는데 왜 그것들을 배치했는지는 모르겠고, 결과적으로 뭔가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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