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정신과 의사인 지훈(이종수)은 어느 날 자살에 실패한 현진(구지성)을 만나게 된다. 정확히 알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그녀는 차료를 받으면서 지훈의 친구 준기(원기준)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를 자주 만나면서 지훈은 그녀를 욕심을 내기 시작하고, 결국 최면으로 그녀를 매주 일요일 세 시 불러내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녀가 귀찮아 지는 지훈. 그러나 여전히 현진은 매주 지훈의 집으로 찾아온다. 이쯤 해서 고조되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갑자기 파국으로 치닫더니 생뚱맞게 끝난다.

 

 

 

2. 감상평   

 

     어디선가 본 듯한 줄거리와 소재에 문어체 대사들을 남발하는 연기자들, 그리고 억지로 고조시키는 분위기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연출력까지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영화. 최면을 통해 여자의 마음을 얻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다는 설정은 90년대 SBS의 한 예능프로에서 단편 드라마 형식의 코너로 했던 기억이 있는데(물론 그 때는 여자가 사고로 죽은 뒤에도 귀신이 되어서 계속 찾아온다는, 그런데 죽은 사람에게 최면을 풀 수 없다는 설정이었다) 아무리 모든 창작물이 모방요소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뭐 전혀 발전이 없다고 밖에..

 

     물론 그보다 더 문제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법과 그 해소에 관한 영화적 문법을 전혀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고, 이 와중에 영화 홍보를 위해서인지 감독은 주구장창 주연 여배우 옷을 벗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작품에 배우들이라고 어디 쉽게 몰이빙 될까.. 두 명의 여배우들은 말 할 것도 없고, 꽤나 여러 작품을 해왔던 이종수나 원기준 역시 실망스럽다.

 

     한겨울에 다들 고생했을 텐데.. 어쩌나 이 수준 밖에 안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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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없다는 사실은 마치 하늘과 같아서,

모든 것들을 뒤덮고 있다.

 

- C. S. 루이스, 『헤아려 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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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기지촌 미군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엄마 홀리(신이)와 함께 사는 완이(민아). 학교에서는 왕따로 지내지만,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당찬 소녀다. 어느 날 어린 시절 홀리와 함께 고아로 자랐으나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다가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어 돌아온 수진(정애연)이 귀국을 했고, 그런 수진은 홀리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완이에게 발레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처, 그리고 자신처럼 키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 수진에 대한 미움 등이 복잡하게 얽힌 홀리는 완이의 레슨을 막으려 한다. 홀리와 완이 사이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마침내 오디션 당일 홀리는 완이의 방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근다.

 

 

 

 

2. 감상평    

 

     일단 영화가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내고 미군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홀리와 그녀의 딸, 그리고 홀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던 수진. 당연히 영화의 성패는 이 여자들의 서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얼마나 잘 그려내는가에 달려 있었다.

 

     수진이 홀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고, 스무 살에 자신을 낳고 키우기 위해 쉽지 않은 삶을 해왔을 엄마에 대해 완이가 애정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수진에게 홀리가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도 크게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데 그 도가 좀 지나치다. 수진이 자신을 속이고 입양을 갔다는 사실에 섭섭한 마음이 아무리 컸다고 하더라도, 족히 20년 이상이 흘렀는데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얼굴조차 보기 싫어한다는 건 오버다. 그렇다면 지난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원망해왔다면 모르겠는데, 영화 속 홀리의 성격을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고생 딸이 수진에게서 발레를 배우는 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는 건 그냥 고집으로만 보일 뿐 깊은 공감을 주지는 못했다(근데 이게 영화 중반 이후의 흐름을 계속 끌고 가는 소재다). 영화 후반 완이의 방문을 자물쇠로 잠그는 장면에선, 이러다 불이 나거나 완이가 자살시도 하며 충격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 후반 이야기들은 잘 공감되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 수진 역으로 출연한 정애연의 책을 보고 읽는 듯한 대사처리는 계속 눈에 거슬렸고, 이제 중견배우라고 할 수도 있을 신이 역시 좀처럼 코믹 연기를 벗어나서는 그다지 인상적 모습을 보기 어렵다. 오히려 완이 역으로 나온 아역 배우(인 줄 알았는데)의 연기력이 눈에 더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가수란다!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면 이쪽으로도 충분히 계속 일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다른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와 대조가 되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내용이 나쁜 건 아닌데,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연출력,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아쉬운 것 투성이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지 못할 거라면, 잘 그려내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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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기업 엘리트의 손에 권력을 쥐어 주려는 보수의 계략은

법인세 전면 폐지를 외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업이 국가의 공동 자산을 마음껏 이용하고 빼먹으면

그 비용을 국민이 죄다 메우라는 소리이다.

 

- 톰 하트만, 『중산층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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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알고 지내던 선배 모로 고사쿠의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류헤이. 얼마 후 선배인 모로가 욕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류헤이는 그 충격으로 실신을 하고 만다. 다음날 아침 선배의 집 안을 돌아보던 류혜이는 현관은 체인으로 잠겨있고, 다른 창문 역시 안쪽에서 잠겨 있음을 알게 된다. 밀실 살인이 일어난 것. 그 와중에 류헤이의 전 여자 친구인 곤노 유키 역시 지난 밤 살해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졸지에 두 건의 살인과 결부되어 버린 류혜이.

 

     도움을 청할 사람을 찾던 중 사설 탐정일을 하고 있는 전(前) 매형 우카이와 함께 팀을 이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경찰은 이미 류헤이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추격하고 있었으니..

 

 

2. 감상평    

 

     같은 주인공들을 가진 여러 작품들 중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일본의 작은 가상도시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밀실살인 사건을 책의 시작부터 던져놓고는, 범인으로 몰리게 된 주인공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와 함께 다니는 탐정이라는 사람도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게 함정. 이 어리숙한 탐정 콤비 때문에 소설은 살인사건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리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약간은 방심한 채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날카로운 추리들이 등장해 독자를 당황시킨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역시나 이런 추리소설의 경우는 작가가 독자에게 제시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결론부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이 동시에 보인다. 시계를 돌려놓는다는 트릭은 어디선가 봤던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범행의 동기 부분이다. 수사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범행의 동기’를 알아내는 것인데, 소설 속에서는 경찰마저 그 따위는 아무렴 어떠냐는 식으로 넘어가버리고 만다. 트릭만 풀었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읽을 수 있도록 쓰는 것은 분명 작가로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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