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기지촌 미군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엄마 홀리(신이)와 함께 사는 완이(민아). 학교에서는 왕따로 지내지만,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당찬 소녀다. 어느 날 어린 시절 홀리와 함께 고아로 자랐으나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다가 유명한 발레리나가 되어 돌아온 수진(정애연)이 귀국을 했고, 그런 수진은 홀리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완이에게 발레를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처, 그리고 자신처럼 키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 수진에 대한 미움 등이 복잡하게 얽힌 홀리는 완이의 레슨을 막으려 한다. 홀리와 완이 사이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마침내 오디션 당일 홀리는 완이의 방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근다.
2. 감상평 。。。。。。。
일단 영화가 세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내고 미군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홀리와 그녀의 딸, 그리고 홀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갔던 수진. 당연히 영화의 성패는 이 여자들의 서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얼마나 잘 그려내는가에 달려 있었다.
수진이 홀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고, 스무 살에 자신을 낳고 키우기 위해 쉽지 않은 삶을 해왔을 엄마에 대해 완이가 애정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수진에게 홀리가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도 크게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데 그 도가 좀 지나치다. 수진이 자신을 속이고 입양을 갔다는 사실에 섭섭한 마음이 아무리 컸다고 하더라도, 족히 20년 이상이 흘렀는데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얼굴조차 보기 싫어한다는 건 오버다. 그렇다면 지난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원망해왔다면 모르겠는데, 영화 속 홀리의 성격을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고생 딸이 수진에게서 발레를 배우는 것을 기를 쓰고 막으려는 건 그냥 고집으로만 보일 뿐 깊은 공감을 주지는 못했다(근데 이게 영화 중반 이후의 흐름을 계속 끌고 가는 소재다). 영화 후반 완이의 방문을 자물쇠로 잠그는 장면에선, 이러다 불이 나거나 완이가 자살시도 하며 충격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 후반 이야기들은 잘 공감되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 수진 역으로 출연한 정애연의 책을 보고 읽는 듯한 대사처리는 계속 눈에 거슬렸고, 이제 중견배우라고 할 수도 있을 신이 역시 좀처럼 코믹 연기를 벗어나서는 그다지 인상적 모습을 보기 어렵다. 오히려 완이 역으로 나온 아역 배우(인 줄 알았는데)의 연기력이 눈에 더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가수란다!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하면 이쪽으로도 충분히 계속 일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다른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와 대조가 되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내용이 나쁜 건 아닌데,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연출력, 시나리오,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아쉬운 것 투성이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지 못할 거라면, 잘 그려내기라도 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