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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말해주는 신화의 진실
박영목 지음 / 북스힐 / 2012년 10월
평점 :
1. 요약 。。。。。。。
동서양에서 전해져오는 신화들 중 일부를 소개한 후, 각각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요소들을 현대의 과학적 발견과 연결해 설명해본 책이다. 1장에서는 동서양의 신화들의 배경에 간략히 살핀 후, 2장부터 6장까지는 각 주제(부활 모티브, 천체가 등장하는 것들,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 등)를 나누고 그 안에 여러 신화들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책의 기획 의도나 내용은 좋다. 아마도 청소년들과 일반 대중들을 목표로 해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과학적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소재들을 뽑아내고, 그것을 도표와 그림들까지 사용하며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홍수에 관한 설화에서는 빙하기에 관한 설명을 이끌어내고, 인도의 전통경전 중 하나인 ‘바가바트기타’에 등장하는 크리슈나의 가공할 힘에서는 핵무기의 위력을 소개하는 식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운 데까지 내려가지는 않으니, 딱 교양 수준의 과학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편하게 읽기에는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이 전제하고 있는 입장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고 할까.. 현대의 발전된 과학지식으로 과거의 미개한 수준의 지식들을 설명해준다는, 보기에 따라선 꽤나 교만해 보일 수 있는 (이 책의 저자의 어투나 태도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논리가 기본이 되니, 각각의 신화에 대한 좀 신화 자체로의 연구나 그에 담긴 좀 더 깊은 형이상학적 탐구 따위는 감상적인 것, 나아가 쓸 데 없는 것으로 전락해 버린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진실은 ‘과학의 영역’인 게 당연하다는 투니까.
이런 의미에서 철저하게 근대성에 입각해 쓰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자연과학이 진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과학적 근본주의자가 인문학을 읽어내면 이렇게 재미가 없어지는 걸까 싶기도..
물론 이건 그저 재미의 영역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과학은 인간과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적인 성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것이 측정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런 말도 해 줄 수가 없다. 예컨대 다같이 붉은 색 셔츠를 입고 월드컵 경기에 나서는 우리나라의 축구선수들의 경기를 함께 응원하는 이유는, 심지어 직접 보지도 못한 채 멀리서 작은 텔레비전으로 보면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에는 진화심리학이니 뭐니 하는 좀 엉뚱한 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과학적 설명’을 하는 척 꾸며대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하는 말은 다 그냥 추측일 뿐 아닌가. 붉은악마의 응원에서 수만 년 전 고대의 부족단위 생활을 유추해내는 건 오버라고 밖엔..)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추고 있는 괜찮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뒷맛이 썩 개운하지 못하다. 물론 과학자가 쓴 과학교양서적이니 그런 것이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신화들의 내용들은 그냥 데코레이션에 불과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신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적 논의들이나 성격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