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 그의 젊은 아내인 순정에게는 매일 아침 출근 시간이 지옥 같다. 늘 같은 머리에 같은 스타일의 드레스, 그리고 조금만 기분이 상하면 크게 분노하는 인범과 같이 살고 있는 이유는 오직 돈 뿐이다. 순정이 자신 몰래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범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당장에 잔인한 복수를 시작하고, 영화는 사이코패스 정신과 의사가 하나씩 사람들을 죽여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그려낸다.

 

 

2. 감상평    

 

     주연을 맡은 김창완씨도 이제 많이 늙었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극한 분노를 차갑게 표현해 내야 하는 역할이었음에도, 그의 분노연기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묻어나온다. 배역에 잘 맡지 않는 역할이었다기보다는, 극 자체가 워낙에 허술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진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만은 확실히 버거운 느낌.

 

 

 

     영화가 하도 허술하고 어이가 없어서 감독이 누구인지를 찾아봤더니 ‘실종’, ‘세이예스’ 같은 영화를 제작했던 사람이란다. 둘 다 사람을 가둬놓거나 이유 없이 쫓으면서 고문하고 괴롭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영화들로 썩 좋은 기분으로 보지 않았던 작품들인데, 그 중에서도 이번 영화는 최악이라고나 할까.

 

 

     주인공인 인범은 이유 없이 신경질적인데다가 폭력적이고,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하다. 물론 세상엔 별의 별 놈들이 다 살고 있겠지만, 최소한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행동에 어떤 책임감이나 설명이 붙어 있어야 할 텐데 이 영화에선 그런 부분이 아예 생략되어 있다. 그냥 사람 자르고, 찌르고, 죽이고 하는 일들에 재미를 느끼는 욕구불만자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에서 뭘 느껴야 하는 건지.

 

 

 

     살인을 다루는 영화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잉’은 종종 불쾌함을 유발하곤 한다. 어차피 사람 잡아 죽이는데 ‘적당한 선’이 어디 있겠느냐 만은,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정치경제학 (축약본)
헨리 조지 지음, 린디 데이비스 축약, 김윤상 옮김 / 아름다운땅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1. 요약      

 

     저자는 정치경제학이란 인위적으로 구성된(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자연처럼 원래 있었던 어떤 경제적 원리(자연법)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경제학적 원리들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전제 아래 경제학의 기본 원리들에 관한 통속적인 이해를 비판한다. 예를 들어 자본을 부와 동일시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으며 사실 자본은 부의 한 형태, 일부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토지와 노동이라는 것, 또 분배는 생산과 구별되는 별도의 요소가 아니라 생산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구조에 있어서 토지와 노동의 가치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부의 한 형태/일부일 뿐인 자본(자본가)이 생산에서 얻는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는 인위적인 것으로, 때문에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2. 감상평    

 

     부(富)란 본질적으로 토지에 노동을 투입한 결과로 얻는 것이라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분명해서 누구도 쉽게 이의를 달 수 없는 명제다. 토지는 공기나 물처럼 처음부터 주어진 것으로 모든 생산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고, 여기에 노동을 더할 때 생산물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생산해 낸 생산물은 실제로 노동을 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하지만 오늘날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은 이와 많이 다른데, 실제로는 생산의 결과물의 일종으로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자본(가)이 생산물의 상당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토지가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소유되고 있는, 즉 토지소유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흐름을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투기는 여기에서 직접적으로 파생되는 문제 중 하나일 뿐이고, 지나치게 높은 지대(地代)의 문제는 단지 농업이나 임업과 같은 1차 산업만이 아니라 경제 생태계 안의 다른 제조업들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역시나 토지소유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한데,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소위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들로 현실의 문제를 가린 채 변죽만 울려대고 있으니..

 

     축약본이고, 또 100년 전에 쓴 책이다 보니 좀 예스러운 글투가 보이기도 해서 책 전체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엔 제한되는 점도 좀 있었지만,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단순하고 명쾌한 저자의 진단에서 탁월함을 느끼기에는 어렵지 않다. 읽어볼 만한 책.

 

 

     참, 책을 서둘러 만들었는지, 곳곳에 수정해야 할 부분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수정 이전의 원고가 그대로 찍혀 나와 있다.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붙잡혀 있다.

 

- 이용규, 『더 내려놓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1. 줄거리 。    

 

     정신과 의사인 지훈(이종수)은 어느 날 자살에 실패한 현진(구지성)을 만나게 된다. 정확히 알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던 그녀는 차료를 받으면서 지훈의 친구 준기(원기준)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를 자주 만나면서 지훈은 그녀를 욕심을 내기 시작하고, 결국 최면으로 그녀를 매주 일요일 세 시 불러내기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녀가 귀찮아 지는 지훈. 그러나 여전히 현진은 매주 지훈의 집으로 찾아온다. 이쯤 해서 고조되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해질 무렵, 영화는 갑자기 파국으로 치닫더니 생뚱맞게 끝난다.

 

 

 

2. 감상평   

 

     어디선가 본 듯한 줄거리와 소재에 문어체 대사들을 남발하는 연기자들, 그리고 억지로 고조시키는 분위기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연출력까지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영화. 최면을 통해 여자의 마음을 얻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다는 설정은 90년대 SBS의 한 예능프로에서 단편 드라마 형식의 코너로 했던 기억이 있는데(물론 그 때는 여자가 사고로 죽은 뒤에도 귀신이 되어서 계속 찾아온다는, 그런데 죽은 사람에게 최면을 풀 수 없다는 설정이었다) 아무리 모든 창작물이 모방요소를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뭐 전혀 발전이 없다고 밖에..

 

     물론 그보다 더 문제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법과 그 해소에 관한 영화적 문법을 전혀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고, 이 와중에 영화 홍보를 위해서인지 감독은 주구장창 주연 여배우 옷을 벗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작품에 배우들이라고 어디 쉽게 몰이빙 될까.. 두 명의 여배우들은 말 할 것도 없고, 꽤나 여러 작품을 해왔던 이종수나 원기준 역시 실망스럽다.

 

     한겨울에 다들 고생했을 텐데.. 어쩌나 이 수준 밖에 안 돼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그녀가 없다는 사실은 마치 하늘과 같아서,

모든 것들을 뒤덮고 있다.

 

- C. S. 루이스, 『헤아려 본 슬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