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단한 게 아니다
브리지트 지로 지음, 배영란 옮김 / 솔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열 한 개의 단편 소설들이 담고 있는 사랑 이야기. 그런데 그 사랑은 아름다운 만남이나 설렘 따위가 아니라, 마치 한겨울 눈송이가 바닥에 쌓이는 것처럼 당사자들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쌓여가는 불신과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권태로 인해 이별하거나 사별한 사랑 이야기들이다.

 

 

 

2. 감상평    

 

     이런 식으로 깨어진 사랑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서 책을 엮겠다는 시도를 할 줄이야.. 작품의 구성 자체가 ‘깨는’ 소설이다. 여기에 각각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작가의 문체 또한 독특하다. 서로 다른 인물과 배경, 상황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임에도 공통적으로 그 ‘큰 일’을 짐짓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려는, 하지만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런 ‘모른 척’의 기조들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묘한 느낌.

 

     작가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독자 중 누구는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실제로 해봤을 수도 있고, 또 누구는 전혀 비슷한 일을 겪어보지 못했겠지만, 후자에 속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고나 할까. 펑펑 터지는 사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 잔잔한 일상 속에서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가오는 이별의 무게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새드 엔딩은 그냥 싫은 나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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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고등학생 때 여자 친구를 만나 덜컥 아이를 갖게 된 차종우.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버렸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결국 이런저런 범죄까지 저지르지만 이젠 손을 씻고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 낮에는 정비소에서,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액을 제시하는 손님을 태우고 가던 중 그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종우. 당황한 나머지 도망을 치기 시작하지만 곧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도망 하나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종우는 곧 경찰만이 아니라 국정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까지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새 거대한 이권이 걸린 음모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 종우. 아들 앞에서 살인범으로 죽을 순 없다며 한 번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2. 감상평 。。。。。。。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서 영화계에 데뷔한지도 십 수 년이 지난 신하균이라는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런 약간은 코믹스러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국정원과 킬러까지 등장하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추격전을, 약간 허당 이미지의 형사반장 안상기 역의 김상호와 함께 좀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지나치게 가벼워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주 진지하기보다는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의도했던 것 같으니까.

 

     영화의 초중반은 성룡이 출연하는 영화 특유의 추격전을 떠올리게 한다. 좁은 골목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추격자들을 어이없이 따돌리는 신하균의 액션이나 차량 추격 장면 등은 꽤나 위험한 장면들로 보였는데, 배우와 스텝들 모두 고생했겠구나 싶었다. 고생한 만큼 즐기기에 괜찮은 영화가 나왔다. 사회부 기자로 나온 조은지는 간만에 몸에 잘 맡는 역할을 맡았던 것 같고, 감초 연기로는 또 일가견이 있는 김상호의 존재감도 극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계속 뛰어다니는 추격전이 중심이 된 영화니 만큼 당연히 속도감이 관건이었다. 근데 두 시간 정도나 되는 건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후반 10분 정도는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뭐 그래도 두 시간 즐기기에는 괜찮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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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아이들 마음속에 추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질투심도, 허영심도, 교활함도 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느냐, 추함을 발견하느냐 하는 것은

교육자와 비교육자를 구분하는 오직 하나뿐인 근거다.

 

- 이시카와 다쓰조, 『인간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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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 호메이니의 삶을 통해 본 이란 현대사
유달승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1. 요약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혁명을 통해 근대적인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호메이니의 삶을 따라가면서 격동적이었던 이란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이다. 실제로 이란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는, 서구 중심의 이란이해나 평가에서 벗어나, 우리의 입장에서 이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학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책을 써냈다.

     책은 물론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쓰였으니 만큼 근현대사 위주이긴 하지만, 과거 없는 현대 이란인이 있을 수는 없는 법. 현재의 이란 지역에 존재했던 과거의 여러 왕조들의 성격과 영향들, 그리고 이슬람교 내부의 분화에 관해서도 함께 설명되어 있어서 이란이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 감상평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으로만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11). 중동지방의 석유를 지배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이란이 못마땅하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이제 딱 하나의 카드, 전쟁만 남았다) 그들을 비난하고, 낙인찍고, 압박해왔는데, 그런 시각이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식되어 왔던 것이다.

 

     호메이니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각이 적용되어 왔다. 이슬람교 성직자로서,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물론 ‘이슬람공화국’이라는 정체政體는 서양의 공화정, 혹은 공화국과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을 수립한 혁명의 영웅이라는 이란 내부의 주류적 견해는 거의 알 바가 없었고, 강력한 반미주의자이자 독재자, 혹은 종교를 최우선에 두는 시대착오적인 인물 정도의 견해가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아니었을까.

 

 

     이란 작가들이 쓴 책들이 우리나라에 직접 소개되는 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청춘의 한 시간을 그 땅에서 보냈던 한국 저자가 호메이니와 이란에 관한 책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호메이니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나 미화 대신, 제3자의 입장에서 그의 행적과 업적, 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한계와 실정(예컨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처형) 등을 아우르며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다.

 

     꽤 재미있게 읽었고, 동양사와 서양사 사이에 주목받지 못했던 중앙아시아와 중동지방의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참, 책은 이슬람교의 신을 ‘알라’라고 번역하는 대신 ‘하나님’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뭐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나 비교종교학자들이 보기에는 두 이름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고, 사실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상당히 ‘종교감수성’이 떨어지는 인식이다. ‘하나님’이라는 용어는 한국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이다. 최근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같은 곳에서 ‘알라’를 ‘하나님’으로 번역하고 있고, 아마도 이 책의 저자나 출판사도 그런 견해를 그대로 수용한 것 같은데, 점잖은 일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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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기본 진리 - 50주년 기념판
존 R. 스토트 지음, 황을호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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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대표적인 기독교 지성인이자 신학자, 목회자였던 존 스토트가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다. 스토트는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기독론), 그리고 인간의 절망적인 상태에 관해(인죄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해 주신 일(구원론) 등을 설명하면서 선택을 촉구한다.

 

 

2. 감상평    

 

     글을 좀 써 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쉽게 쓰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된다. 딱 이 책 같은 것을 말하는 거다. 책의 제목처럼 기독교인이 알아야 할, 아니 알고 있어야 할, 그리고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이렇게 잘 정리하는 건 역시 존 스토트라는 인물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스토트의 어조는 단호하지만, 그렇다고 꽉 막혀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의 대사회적 역할에 관한 고전적인 문서인 로잔 언약의 입안자이기도 했고, 평생을 목회자로, 또 설교자로 살아왔던 그였던 만큼(더구나 그의 사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이는 데 그만한 전문가가 또 어디 있었겠는가. 꼭 필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언급하면서도 적절한 때가 되었다 싶으면 독자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따라가도록 이끈다.

 

 

     책은 신학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신학적 논쟁이나 해석의 방법론에 관한 문제들은 다루지 않고, 복음주의적 성경관과 해석방법론을 전제하고 내용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정리하고 싶은 기독교인이나 기독교에서 뭘 자꾸 믿으라고 말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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