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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해 믿음 첫 단추 1
정석원 지음 / 홍성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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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제목부터가 좀 말랑말랑하다. 책은 (1) 청소년들을 주 독자층으로 두고 (2) 기독교 세계관의 큰 틀 안에서 (3) 다양한 신앙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담으려고 애썼다.


(1) 설명하는 방식도 꽤 부드럽다. 건조한 설명과 어려운 신학용어 대신, 가능하면 십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보인다. 애초에 교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재로 기획되었기에, 각 장의 말미에는 몇 가지 생각해 볼 질문도 더해져 있다.


어차피 교회 교육부서의 교육은 연중 계속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이런 종류의 책 한 권이 정규적인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가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일종의 특별 기획처럼 중간에 시간을 내 한 번쯤 넣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수련회 같은 데서 사용해 봄직도 하고.





(2) 기독교 세계관에 관해 한동안 많은 관심이 있었다. 주로는 이론적 틀을 잘 세우기 위한 작업이었다. 여러 권의 책들을 봤고, 지금도 책장의 한 칸은 기독교 세계관과 관련된 책들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읽고 나면 이게 단순한 이론적 틀을 기억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이제 그 틀을 우리 삶의 온갖 영역에 적용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말 그대로 다양한 영역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비춰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항목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이름으로 풀려나온다. 기독교적 정치관, 기독교적 경제관 같은. (이젠 어느 책장 한곳에만 모아놓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책은 확실히 기초적인 작업이다 보니, 기독교 세계관의 틀을 세우는 단계다. 구성도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되어 있고. 다만 앞서도 말했듯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제적인 영역을 바탕으로 나름의 정리를 한다. 쉬운 접근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덕분에 이론적 틀을 확실히 정리하는 데는 살짝 부족할 것 같기도 하다.





(3) 역시 뭔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는, 혼자 말하기보다는 대화가 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실시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어렵다. 그 대안으로 대화체로 구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멀리는 플라톤까지는 올라가는 방식이니 꽤 전통이 있는 형식이다.


하지만 결국 글이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알리기 위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지라, 저자의 신학적 배경이 묻어나온다. 전체적으로는 복음주의적이면서 분명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뭐 이 부분에서는 저자와 동문인 나 역시 비슷한 입장인 터라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아주 깊숙이까지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애초 목표를 생각해 본다면(청소년이라든지, 새신자를 대상으로 한) 이 정도의 시작이면 충분해 보이기도 한다. 좀 더 관심이 생긴다면 추천해 줄 책은 얼마든지 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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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기도 - 성령의 능력으로 성부께 드린 성자의 기도
마크 존스 지음, 오현미 옮김 / 죠이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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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관해 어떤 정보도 읽기 전, 리뷰를 쓰려고 앉았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단어가 ‘청교도’였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라든지, 문장에서 딱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물론 본문 중에 존 오웬 같은 유명한 청교도의 글이 인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리뷰를 쓰려고 찾아보니 저자 소개에 ‘청교도 사상 전문가’라는 문구가 보인다. 역시나.


책은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도를 조금은 집요하다는 느낌으로 분석해 나간다. 모두 스물여섯 개의 장으로 기도의 유형을 분류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청교도의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일반론적으로, 이런 지나칠 정도로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는 글쓰기 방식은 두 가지 면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다루고 있는 주제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검토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금은 억지스러운, 세부적인 부분에 과도하게 집착했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특히나 성경의 단어 하나하나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이끌어 내는 방식은, 성경이 쓰일 당시의 용법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경우를 낳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이 책에서도 일부 발견된다. 예를 들며나 25장은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는 복음서의 구절을 바탕으로 “크게 소리 질러 하는 기도”라는 포인트를 잡아냈고, 여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대속을 위해) 버림받으신 예수라는 주제를 이끌어 낸다. 물론 곱씹어 보면 아주 무리한 적용은 아니긴 하지만, 이게 예수께서 “크게 소리질러” 기도하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책은 예수의 “기도”를 설명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그 기도를 바탕으로 결국 예수는 누구인가 하는 기독론적 주제를 제시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어떻게 보면 기도라는 주제는 일종의 도입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소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하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나름 기독론에 관한 좋은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문에 실려 있는, 삼위일체적 관계 안에서의 예수의 정체에 관한 간략한 설명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짧은 글인데도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는데다가, 정교한 설명이 읽는 맛이 있다. 어떻게 보면 본문은 이 서문에서 제시한 예수의 정체에 관한 부연설명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또 썩 나쁘지 않은 구성일 수도 있겠다.


예스러운 느낌의 글을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하다. 사실 굳이 기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서문에 실려 있는 삼위일체적 논의를 좀 더 확장해 풀어주는 책이었다면 내 취향에 훨씬 더 맞았을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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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을 앓는 가족을 호스피스에 보내려다가

거기서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 그만뒀다는 분을 봤다.

그 마음을 알기에,

환자에게는 먹는 것이 또 다른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생존이 가능하며,

죽어가는 이가 먹는 걸 멀리하는 것은 그게 편해서라고 한다.

억지로 먹이거나 고칼로리 영양을 인공 공급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를 괴롭힐 수 있단 얘기다.


- 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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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완벽한 방법
앤서니 맥가윈 지음, 최이현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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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손에 든 철학사 책이다. 그런데 제목이 꽤나 애를 썼다. 개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방법 운운하는 내용이 철학사 제목으로 붙을 줄이야. 그만큼 내용을 좀 더 편안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리라. 저자도 무슨무슨 교수 따위가 아니라, 철학과 정치를 공부한(그래도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글쓰기 강사이자 작가이다. 번역을 거쳤지만, 확실히 교수들이 쓰는 졸린 문장과는 느낌이 다르다.


책은 저자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이야기다. 정말이다. 개와 대화를 한다. 작품 속 개는 실제로 인간처럼 말도 한다. 물론 이 대화가 다른 사람에게는 저자 혼자 떠드는 것처럼 보이는 걸로 묘사된다. 개의 이해력은 그래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니 고등학교 수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너무 진지하게 여기진 말자).





이야기의 시작은 윤리학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관한 고민들. 그리고 존재론으로 넘어갔다가 인식론으로 이어진다. 책의 후반은 과학철학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 그리고 마지막에는 생과 사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사고를 풀어놓는다. 말 그대로 서양 철학사 전반을 소개하는 셈이다.


대화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리고 조금 어려운 개념이 나오면 개의 입을 통해 다시 설명을 요구하고, 저자가 풀어서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런 책은 어느 정도 사전 정보가 있으면 이해하는 데 훨씬 좋고, 간단한 개념서의 한계 상 깊은 내용까지 설명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개념설명이라면 교양 수준으로 알아둘 만하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 정도면 어느 정도는 이해도 가능할 듯하고.





문제는 이렇게 한 사람이 다양한 철학의 제 분야를 설명할 때, 어쩔 수 없이 저자의 입장에 치우신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입장은 뭘까? 윤리학에서 저자는 “모든 상황에 완벽한 해답을 주는 윤리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의 영역에 맞아 들어가는 윤리학이 있을 뿐”이라는 상황윤리에 가까운 주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애초에 선악이라는 개념이 궁극적으로는 애매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인식론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로 정리되는데, 이 논쟁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자기 외부의 세계를 인지하고 해석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양한 주장들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이 두 개의 영역이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어느 철학자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비트겐슈타인으로 넘어가면 아예 그런 건 문제가 아니라고 덮어버리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저자도 마찬가지여서 이 부분에서 무슨 묘수를 내지는 못한다.


전반적으로 애매하고 모호한 지점들이 항상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확신하는 건 신에 대한 믿음이나 관념은 틀렸다는 명제인데, 이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논리는 저자의 선입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지 별다른 설명도 없다. 기본적으로 유물론적 관점을 지닌 저자의, 아니 어쩌면 현대 철학이 지닌 한계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좀 떼어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쉽게 잘 쓰인 철학 개론서다. 특히 철학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론들의 한계까지도 적절하게 짚어줌으로써, 좀 더 입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정도만 해도 읽을 만한 책이라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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