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이중 중력이 작용하는 독특한 세계.(이 설정에 대해 물리학적으로 옳으니 그르니, 뭐가 잘못됐느니 하고 따지지 말자. 영화적 장치일 뿐이다.) 정확히 반대방향으로, 그것도 매우 인접해서 작용하는 중력은 두 개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계를 만들어냈고, 상부 세계는 하부세계의 자원을 착취하고 통제함으로써 손쉽게 부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부세계의 소년 아담은 어느 날 상부 세계의 에덴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두 세계의 소통을 가로막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 또한 용납하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은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아담은 에덴을 위해 상부세계로 올라가는 모험을 결심한다.
2. 감상평 。。。。。。。
‘만일 사랑이 중력보다 강하다면’이라는 주제가 전면에 드러난다. 중력이란 ‘모든 물체들이 가지고 있는 끌어당기는 힘이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하는 설명은 집어 치우고, 쉽게 묘사하자면 우리를 우리의 원래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건 우리의 배경이나 조건, 즉 타고난 신분에 가까운 무엇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상부세계와 하부세계로 나뉘어 있는 영화 속 두 사회의 모습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쪽은 부유하고 다른 쪽은 가난한, 한쪽은 착취당하고 다른 쪽은 그것으로 편안하게 누리는, 한쪽은 깨끗하고 편리하며 힘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쪽은 더럽고 불편하며 도망을 다녀야 하는.

그러니까 영화는 어떻게 보면 상류층 여자와 하층민인 남자 사이의 사랑이라는 매우 고전적이고 오래된 구도를 보여준다. 다만 앞의 이야기들은 문제를 개인차원의 것으로 국한시켰다면, 이 영화는 그걸 세계의 구조 차원으로의 확대를 살짝(정말 ‘살짝’만이다) 시도했다는 차이가 있겠다. 미국의 침략으로 황폐해진 이라크 출신 남자와 미국 남부 출신의 백인 하원의원의 딸이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면 적어도 신문의 한 꼭지 정도는 지금도 충분히 장식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면 판타지이긴 해도 꽤나 현실적인 영화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게 그 자체로 좋은 것이거나 반드시 이뤄져야 할 절대선(絶代善)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무슨 한우 등급 매기듯, 재산과 학벌,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 같은 것으로 사람의 등급까지 매겨 관리한다는 결혼정보업체들의 천박한 인식이 이미 사회 전체로 퍼져있는 요즘, 중력까지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랑 이야기는 꽤나 예쁘게 느껴진다. 가을에 볼 만한 괜찮은 로맨스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