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남파된 지 오래된 고정간첩인 일명 김과장(김명민)은 중국을 드나들며 비아그라 복제 약을 밀수해서 살아가고 있는 암상인이다. 조국통일이니 당이니 하는 건 잊어버린 지 오래고, 그저 두 아이와 아내를 먹여 살리는 게 최대의 과제. 어느 날 작전개시 암호가 전달되고, 북한에서 최부장이 내려와 귀순한 북한의 고위직 인사를 암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각각 다른 곳에서 정착해 살고 있던 윤고문, 강대리, 우대리와 함께 치밀한 작전을 계획하기 시작하는데, 오래된 실력은 빛을 발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2. 감상평 。。。。。。。
간첩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음습하고 어두운 이미지 대신 전세금 3천만 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쩔쩔매고, 키우던 소 값이 바닥을 치자 나서서 시위를 하고, 몇 푼 안 되는 부동산 중개료를 두고 신경질을 내는 코믹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덕분에 어느 정도 코미디성을 가지게 된 데다가, 영화 중후반부에는 액션 신까지 더해지니 그럭저럭 구색은 맞췄다. 여기에 연기 본좌 김명민과 유해진, 변희봉, 염정아, 정겨운 같은 실력파 조연들까지 뛰어들었으니 아마도 감독이 요구했던 것 이상으로 대본을 구현해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역시나 문제는 영화의 중심. 감독은 왜, 어째서,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장면들을 집어넣고, 사람들의 대화를 맞춰가며, 어디로 영화를 끌고 가는 걸까. 사상을 위한 투쟁 못지않게 힘들고 어려운 생계를 위한 투쟁을 희화화 시키는 소재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당에 대한 충성’까지도 무력화 시키는 돈의 위력 같은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반대로 간첩 캐릭터를 워낙 친숙하게 만들어 놓은 나머지, 간첩들을 경계하자 같은 엄숙한 반공의식이 딱히 강조되지도 못하고.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서 그래도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언뜻 보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잘 준비된 메시지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 영화에서 (아마도 일부러 연출한 것 같진 않은) 가장 강력하게 드러나는 의식은 역시나 자본주의의 위엄이다. 영화 속 인물 누구도, 심지어 북에서 내려온 최부장마저도, 명백히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은 돈이 있어서 먹고도 살고, 투쟁도 하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남한에 잠입해 있다는 5만 명의 고정간첩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국정원 직원들이 아니라 이런 자본주의의 세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돈을 버는 게 (자본주의 안내서가 제시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녹록치 않으니 대박을 위해선 훔치든, 빼앗든, 사기를 치든 뭐든 해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
잘 차려는 놨는데, 영양이 골고루 고려된 밥상은 아닌 것 같은 느낌. 뭘 집어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