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원에 모여 있다가 한 녀석이 따로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는 막대기를 들어 무리 중 한 소년을 후려친다. 모든 일의 발생. 곧 두 소년의 부모가 만나 일의 원만한 해결을 시도한다. 품위와 교양 있는 합의점을 곧 찾나 싶었지만, 은근하게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태도와 말꼬리 잡기, 비꼬는 투는 서서히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만든다. 수시로 울리는 휴대전화와 술 한 잔이 더해지면서 사태는 점점 더 뒤죽박죽으로 변해가더니 결국 각 부부 사이의 다툼마저 튀어나오는 상황이니, 누가 이걸 정리할 수 있을까?
2. 감상평 。。。。。。。
영화 전체가 하나의 집 안에서만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 마치 연극과도 같은 주인공들의 쉴 새 없는 말 주고받기. 당연하게도 볼거리나, 사건의 전개, 심지어 주고받는 말의 내용보다는 그냥 그 상황 자체의 어이없음이 가장 중심에 있는 영화다. 연속적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잠시 딴 생각을 하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주고받는 말의 내용이나 논리 따위는 처음부터 살짝 덮여 있었던 것뿐이고, 실은 네 사람 모두가 그저 자기 말만 계속하고 있는 거니까.

쏟아지는 말의 홍수 속에서도 정작 영양가 있는 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다양한 풍자적, 혹은 확장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점잖음을 가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 내부의 이기적인 모습들, 또는 늘 말만 앞서면서 정작 내용은 없는 정치인들의 행태, 혹은 끊임없이 뭔가를 쏟아내고는 있지만 딱히 취할 것이 없는 텔레비전과 매스미디어들, 그리고 중립을 가장하지만 실은 지극히 편향적인 의견들만 다루며 그것도 딱히 정말로 중요한 건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언론들까지. 뭐 생각하기 나름.
감독은 그 모든 것들을 그냥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킨다. 그냥 냅둬도 햄스터는 마음껏 풀밭을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 거고, 아이들은 다시 화해를 하고 함께 놀 텐데 뭔 호들갑이냐는 것. 일상의 경험으로 봐도 불필요한 말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다시 충돌을 일으킬 뿐이다. 때론 그냥 내버려 두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만, 현대인들의 팽창된 자아는 그 기다림의 시간을 좀처럼 못 견뎌 하니까..

80분 정도 되는 짧은 런닝 타임. 하지만 워낙에 지겨운 말싸움이었던지라 생각보단 길게 느껴졌다. 두루두루 부담 없이 볼 만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