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1960년대의 파리.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로랑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걸었던 엄마 재클린. 7살이 된 로랑은 학교에서 자신과 같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소녀 베호를 만나 금새 푹 빠져버린다. 하지만 그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재클린.

 

     그리고 현대의 몬트리올. 열정적인 DJ인 앙투완과 결혼해 두 딸을 낳고 행복하고 살고 있던 로즈. 하지만 앙투완은 우연히 만난 캐롤이라는 여자를 잊을 수 없었고, 결국 로즈와 헤어지고 캐롤과 같이 살기로 한다. 오직 태어나서 한 남자만을 사랑하며 살았던 로즈는 도저히 앙투완과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없으면서도, 앙투완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며 여전히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복잡한 심경을 보인다.

 

     어느 날 한 영매술사를 통해 자신이 전생에 앙투완을 아들로 두었던 엄마였음을 알게 된 로즈는, 결국 전생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이 지금에 와서야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고 앙투완을 찾아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영화 전체를 흐르는 몽환적 음악으로 잔뜩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하고 있는 건, 전생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현생에서 가정을 파괴하는 불륜이라도 아름답게 성사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인연이니 사랑이니 운명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어떻게든 유부남인 앙투완과 캐롤의 불륜을 포장하려 했지만, 정작 남편에게 충실하고 딱히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는 로즈의 불행은 또 다른 내생을 통해서 보상받을 거라고 할 텐가.

 

     결국 영화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충동을 섬기는 것을 절대선으로 여기는 현대의 새로운 숭배현상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게 일리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살겠다는 태도랑 다른 건 또 뭔지. 뭔가를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름답지 않은 걸 아름다운 척 꾸며대는 건 궤변이고 조작일 뿐이다. 영매를 통한 최면술 체험 한 번으로 불륜을 가정파탄의 주범인 남편을 찾아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4대강 공사가 전 국토의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동력이 될 거라는 말을 들은 것만큼 황당하다.

 

     분위기도, 메시지도 딱히 와 닿지 않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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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며 놀기를 그만두는 것은 늙어가고 있다는 표지다.

 

 

- 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 『길에서 만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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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위버 -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
잭 보웬 지음, 박이문.하정임 옮김 / 다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호기심 많은 십대 소년인 이안은 어느 날부턴가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곤 한다. 웬 노인이 등장하는 꿈이었는데, 그는 이안에게 끊임없이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잠에서 깬 이안은 부모님에게 꿈 이야기를 털어놓고는 꿈속에서 시작된 질문들에 대한 해결책을 배워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철학사를 관통하는 주요 주제들이 이야기와 질문 형식으로 풀려 나온다.

 

 

2. 감상평 。。。。。。。        

 

     철학개론서라고 불러야 할 내용들인데, 형식은 소설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교훈을 위한 이야기는 흔히 재미라는 부분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 무시무시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었으니까.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와 ‘문답’이라는 요소다. 책의 진행을 부드럽게 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재미까지 줄 수 있었다. 물론 책이라는 일방적인 전달 도구를 사용하고 있기에 한계는 있겠으나(예컨대 이안이나 그의 부모와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 문답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다양한 종류의 반론과 재반론 등이 반복되면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모습이 좋았다. 개론서답게 가능한 쉬운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철학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논의들을 한 권의 책에 꽤나 짜임새 있게 담아냈다.

 

 

     오늘날은 철학이 위기에 처한 시대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묻기 보다는 ‘해 봤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경험적인 차원에서 일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고, 이게 종종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뭔가 대단한 것인 양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우겨대더라도 모든 ‘주의’에는 철학이 깔려 있는 법. 사실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행동부터 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고민과 질문은 힘으로 막아버린 채 다짜고짜 전 국토를 파헤치는 초유의 정책으로 시작한 정부가 온갖 비리와 불법과 편법으로 끝나가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일 테고.

 

    결국 좀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건 자기 생각(이성)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헛똑똑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려하고 양보하지만 상식은 지켜나가는 건전한 교양인들을 가리키는 것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여기에 철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상당한 명약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은 괜찮은 약효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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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이상일 감독, 츠마부키 사토시 출연 / 이오스엔터 / 2011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1. 줄거리 。。。。。。。       

 

     한 산길에서 죽은 채 발견된 보험회사 직원 요시노. 경찰은 그녀가 만난 대학생 마스오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는 그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요시노를 산에 버린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요시노를 죽인 것은 그녀와 애인 찾기 사이트에서 우연히 만나 연락을 주고받던 유이치. 마스오에게 차인 분통을 자신에게 풀고 무시하는 요시노를 우발적으로 죽였던 것.

 

     같은 사이트를 통해 유이치와 만나게 된 미츠요는 곧 그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이미 그를 좋아하게 된 상황. 미츠요는 유이치와 함께 도피 여행을 떠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도망만을 다닐 수 있을까.

 

 

 

2. 감상평 。。。。。。。        

 

     한국 감독이 일본 배우들과 함께 만든 일본 영화. 그런데 생각보다 유명한 배우들이 잔뜩 등장한다.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와 얼마 전 봤던 ‘멋진 악몽’의 여주인공 후카츠 에리가 살인범과 함께 도피여행을 떠난 미츠요로 등장하고,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등에서 잘생긴 외모로 눈에 띄던 오카다 마사키가 대학생 마스오 역을 수행한다. ‘보트’에서 하정우의 약간 모자란 듯한 파트너로 출연했던 츠마부키 사토시가 살인범 유이치로 전혀 다른 이미지로 등장하니, 일본영화를 좀 본 사람이라면 꽤나 익숙한 얼굴들이다.

 

     살인범을 사랑하는 여자. 과연 이 사랑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문구가 영화 포스터 정면에 제시되고 있는데, 글쎄 영화의 구성이 이 제시된 주제에 맞게 집중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모든 걸 시간 순서대로만 진행시키는 감독의 연출방식이 영화의 주제를 너무 흩트려 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주조연들 사이의 출연비중이 좀 균형을 잃은 듯도 싶고. 차라리 유이치와 미츠요의 만남과 사랑을 도입부에 놓고 회상신으로 요시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처리하면서 극을 고조시키다가 결말로 넘어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돼서 한두 번 만난 살인범과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으니까.

 

 

 

     영화 전체에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질병들이 짙게 배어나온다. 부자 부모를 만나서 사람 높은 줄 모르고 깔보며 지 잘난 맛에 사는 대학생에, 아들을 부모에게 맡기고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했던 어머니, 할머니를 상대로 사기를 쳐서 쓸 데 없는 약을 팔아먹는 의사, 그리고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인권이나 사생활 보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개떼처럼 몰려다니는 방송사 기자들, 여기에 외톨이들까지...

 

     ‘소중한 사람이 없는 것을 강해진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영화 속 피해자의 아버지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발전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한참을 달려온 오늘날 사회가, 비로소 길을 잃었음을 깨닫는 순간에 나오는 탄식이 아닌가 싶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소중하게 여기는 장소, 소중하게 여기는 향기와 책 몇 권 정도는 갖고 살아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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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들처럼 과학도 파벌과 종파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한다.

 

- 윌리엄 브로드, 니콜라스 웨이드,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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