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설립에 결정적인 힘을 쓰고, 수십 년 동안 국장의 자리에서 국가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며 최고 권력자로 군림해 왔던 존 에드가 후버의 삶을 다룬 영화. 본격적인 과학수사기법을 도입하고, 연방 수사국의 활동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효과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만들기도 했지만, 국가전복을 꾀하는 자들과 맞서 싸운다는 미명 아래 각종 불법적인 도청들이나 수사들을 지시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로 은밀히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던 어두운 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마보이에다 여성에 대한 공포로 인한 동성애적 기질까지..

 

 

 

2. 감상평 。。。。。。。          

 

     영화 속 에드가 후버는 자신과 그의 조직이 나라를 내부의 적들로부터 지켜내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그들이 했던 일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그런 식의 폭력을 동원한 음모를 꾸민 이들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그런 강한 확신은 늘 지나치게 치닫게 된다는 것. 이건 에드가 후버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의 뒤에는 늘 독선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니까.

 

     게다가 목표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목적 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마련.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공동체의 질서마저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곤 하니까.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모순 말이다. 그래도 뭐 선의는 있었으니, 작정하고 색깔론 운운하며 관심을 돌리고 국민들을 벗겨 먹으려는 사람들보단 나은 건가.(에드가가 실제로 어땠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영화였다.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실제 그의 나이보다도 많은 연령대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라 특수분장이 필요했던지라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건 원래의 디카프리오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고, 그래도 후버의 복잡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연기를 해낸다. 단, 시대극의 느낌이 강해서 대중적이지는 않은 영화일 듯. 재미보다는 생각하면서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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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죄에서 지켜주는 것은
머리 속의 말씀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 속에 숨겨진 말씀이다.

It is not the Word hidden in the head that keeps us from sin.
It is the Word hidden in the heart.
- Vance Hav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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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 스푼 -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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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FTA는 무조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확히 뭐가 도움이 되는 건지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한 외교부 관리들과 정치인들을 향한 우석훈의 통렬한 반박. FTA만 체결하면 금방이라도 수출이 늘어 좋고, 수입품들의 가격은 내려가서 이익이 된다며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설레발을 치던 그게, 실은 수 십 조의 무역적자를 일으키고, 사실상 이익은 양국의 국민들이 아닌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대단한 사기극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FTA란 게 정부가 광고해대는 것만큼 일반적이거나 널리 퍼진 국제조약의 형태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설명.

 

     모든 FTA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지 않는 FTA에 반대한다는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FTA 광신의 근원지를 한건주의에 매몰돼 국회나 청와대의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있는 통상교섭본부의 전횡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면서, 도대체 뭐가 이익이 되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무조건 많은 FTA가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리만 반복하는 무책임한(그리고 무능한) 정치인들(여기에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공히 양당의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로 꼽는다.

 

 

2. 감상평 。。。。。。。        

 

     왜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일반 국민들이야 정치인들이 형성해 놓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니까.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왜 정권이 바뀌니 반대를 하는지도 잘은 몰랐고, 또 시종일관 덮어놓고 찬성을 하는 쪽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건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었다. 체결된 FTA를 폐기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건 좀 과한 주장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내심 좀 있었고.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 들었던 느낌. 아, 난 그동안 속았구나.

 

     책을 읽으면서 우선 국가의 운명이나 걸린 것처럼 난리를 쳤던 이 조약이 사실은 빈 깡통 같은,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는 국민(한국은 물론 미국 역시)은 별로 없고 다국적기업들만 대단한 미래 소득을 보장받는 대단히 치졸한 조약이라는 데 놀랐다. 국가에서 실시한(그래서 대단히 정부 측 의도에 맞춘) 연구에서조차 미국과의 FTA로 인해 수 십 조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도대체 누가 이득을 본다는 것인지. 게다가 폐기하면 당장에라도 무슨 큰일이나 일어날 것처럼 위협을 해오고 있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그저 하나의 통상조약일 뿐, 폐기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또 사실상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한도 없는 일개 ‘본부’가 국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한 건을 올리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로 한 명은 삼성으로, 또 다른 한 명은 국회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고.

 

 

     유물론적 환원주의가 진리로 받아들여지면서 처음부터 이런 일들은 예상되는 일이었다. 모든 걸 물질로 바꾸어 계산하는 것이 정설로 인정받는 이상, 한쪽의 손해를 다른 쪽의 이익으로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얻게 되는 거니까. 물론, 그나마 전체적인 합 또한 마이너스라는 게 이번 FTA의 어이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숫자로 환원시키는 것이 경제학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종종 대단히 잔인해지면서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되기도 한다.

 

     우석훈이 마음에 드는 건 그런 숫자 놀음 가운데서도 ‘사람’에 대해 고민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FTA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전작인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도 ‘국익’과 같은 도움 안 되는 말보단 사랑이나 평화와 같은 좀 더 유익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지어 『디버블링』에선 ‘사랑한다, 그 말을 잃어버린 경제, 그건 경제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으니 확실히 좀 다른 경제학자가 아닌가.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내용 좀 알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심지어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주자들도) 거의 없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다. 다가올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향해 ‘당신의 통상정책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져보라는 저자의 제안은 곱씹어 볼만하다. 최근 FTA를 체결했으니 폐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던 안철수 교수에게도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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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평소에는 편히 앉아 국록만 축내더니

이제 와서는 나라를 망치고 백성마저 속이는구나.”

 

- 유성룡, 『징비록』

 

 

(임진왜란 당시 평양에서 도망가는 관리들을 향해 백성들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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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약혼자 이네즈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길.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소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길은 모처럼 방문한 파리 여행에서 마음껏 낭만을 느끼고 영감을 얻고 싶었지만,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사고를 가진 이네즈는 관광지에 와서 즐겨야지 무슨 짓이냐는 사고로 길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에 우연히 만난 이네즈의 친구들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었던 길은 혼자 산책을 시작하고, 마침 자정을 알리는 시계탑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오래된 차 한 대가 그의 앞에 서고 사람들은 길에게 어서 타라고 손짓한다.

 

     그렇게 차를 타고 1920년대로 가게 된 길은 피츠제럴드 부부, 피카소, 달리, 엘리엇, 헤밍웨이 같은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을 만나 교류를 하게 되고,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만족하던 길은 우연히 피카소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애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점점 과거와의 만남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주인공에게 책과 영화로만 봐왔던 위대한 작가와 예술가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얼마나 감격적일까? 비슷한 타임 슬립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대부분 사랑타령이나 타임 슬립 그 자체에 집중을 했던데 반해, 이 영화 같은 전개는 처음이었다. 감독은 시간 이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자체에 대한 설명은 대충 넘기는 대신, 그가 느끼는 감동에 좀 더 집중한다.

 

     영화 전체가 감격이라는 단어로 휩싸여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과의 만남도 주요한 원인이기도 했지만, 감독이 영상을 동해 찬탄해 마지않는 1920년대의 파리라는 도시의 독특한 분위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영화 곳곳에 펼쳐지는 파리의 환상적인 모습들은 참 매력적이다.

 

 

     현실은 항상 불만족스러운가보다. 그리고 대개 그럴 경우 사람들이 선택하는 건 멋진 과거로의 회귀, 혹은 지나간 전성기에 대한 과도한 이상화고. 아마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이다. 현재가 아니면 대안은 과거나 미래인데, 미래는 어차피 아직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차원일 뿐이지만, 좀 배우고 아는 사람이라면 (늘 엄청난 것만을 기록하기 마련인) 역사를 통해 가버린 영웅들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되니까. 어찌되었건 결국 과거의 영웅들과의 비교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또 하나의 제대로 된 삶은 나오기 힘든 것같다. 감독은 영화 속 헤밍웨이의 입을 통해 진심을 다해서 쓰면 그걸로 할 바는 다 한 게 아니겠느냐는 충고를 넌지시 던진다. 그렇지, 사실 고민해봐야 더 나오는 것도 없다.

 

     이름 꽤나 있는 배우들이 잔뜩 출연해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예술계에 대한 약간의 조예가 있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취할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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