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다섯 개 들이 육포를 사서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고, 초콜릿과 치즈를 두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습관성 폭식 경향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들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과 음식 사이에 맺어졌던 부적절한 관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내용.

 

 

2. 감상평 。。。。。。。    

 

     우리는 뚱뚱한 것이 일종의 죄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불룩한 아랫배는 자기관리의 실패나 방만한 삶을 가리키는 것으로, 두꺼운 다리는 그가 음식의 유혹에 굴복했다는 표시로 여겨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관점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습관성 폭식으로 인해 살이 쪄가는 상황은 그녀에게 심각한 자책감마저 들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음식 자체와 자신의 몸의 상관관계에 대한 좀 더 깊은 탐구였다.

 

     여행의 초기(이 책의 전반부) 저자는 반복적으로 자신의 탐식 습관을 어린 시절 가정의 불화, 혹은 건정하게 형성되지 못한 부모와의 관계 탓으로 연결시키는 프로이트적인 경향을 보인다. 애정으로 채워지지 못한 공허감을 무엇인가를 먹는 것으로 채우려 했다는 것. 중반과 후반부에서는 음식을 매개로 일종의 수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묘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요가나 참선, 선문답 같은 뉴에이지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가 역력하다. (물론 유대계로 보이는 저자이니만큼 카발라적 전통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냥 “동양의 신비”에 관한 서구인들의 막연한 동경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알겠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그들을 비만으로 이끄는) 허기는 빈 위장 보다는 빈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마음의 배고픔을 채우지 못하면 몸은 정직하게 그에 대해 반응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다. 다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이 책에 나온 것 같은 ‘음식 여행’이 꼭 필요했는지는 별개의 문제고.

 

     C. S. 루이스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일은, 본능 가운데 하나를 택해 무슨 일이 있어도 추구해야 할 사항으로 절대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책에 적용될 수 있겠는데, 음식 섭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의 방향은 적절하지만, 모든 것을 음식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좀 과해 보인다. 물론 음식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의미 등이 결부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꼭 그렇다고 “모든 길은 ‘음식’으로 통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생각만큼 재미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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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자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로빈 라이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남북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아 북군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될 무렵, 남부군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링컨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게 된다. 신속한 수사 끝에 음모에 가담한 자들이 잡혀오게 되고, 그 중에는 유일한 여성인 메리 서랏도 있었다. 음모자들이 모임을 가진 여관을 운영하며 장소를 제공했다는 것이 유일하게 드러난 사실이었지만, 어느새 공모자로 몰려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전쟁에 장교로 참전했다가 막 변호사 일에 뛰어들게 된 스물일곱 살의 청년 프레데릭 에이컨이 그녀를 맡아 변호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역시 변호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녀의 무죄를 위해 힘쓰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 사후 실권을 장악한 전쟁부장관 스탠튼은 관련자들을 모두 사형에 처하고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고, 친구들과 애인들마저 에이컨을 떠나기 시작한다. 누구도 지지해주지 않는 외로운 법정 싸움을 시작해가는 에이컨. 하지만 메리는 좀처럼 사건에 관해 입을 열지 않는데.

 

 

 

2. 감상평 。。。。。。。       

 

     영화는 단순히 법정공방만을 주로 삼고 있는 건 아니고,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는 것까지도 감당하려는 어머니(메리 서랏)나 피의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인권이라는 주제도 언뜻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진실보다는 정치적인 결론을 원하는, 실체가 불분명한 국익이라는 것을 위해 얼마든지 시민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주의와 그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사이의 대립이다.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런 국가주의적 관점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살아남아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국익으로 포장된 것들의 대부분은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가리키는 다른 말이고, 정작 그 한줌의 기득권자들은 국익을 위해 별다른 희생을 감수하지도 않는다는 점도 역시 달라지지 않은 점이고. 뭐 이 자랑스러운 나라에서는 논리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국격’이라는 신조어까지 창조해내신 위대한 대통령님까지 계실 정도니, 용어는 몰라도 다들 경험으로는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

 

     영화는 이 국가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세우고, 증인과 증거들에 관한 모든 정보로부터 피의자와 그의 변호사를 떼어놓을 뿐만 아니라, 증언과 확정된 판결까지 조작해낸다. 슬픈 건 이게 영화 속의 일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한 달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그리고 내일이라도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건 여전히 그런 주장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실화 속에서 실제로 메리의 변호를 맡았던 프레데릭 에이컨은 법조계를 떠나 워싱턴 포스트의 초대 사회부장이 되었다. 결국 언론이란 건 그런 억압과 횡포로부터 시민들의 자유를 보호하는 힘이 되어야 하는 거다.(이걸 일찍 알아낸 누군가는 자기 심복들을 거기에 심어 두는 지혜를 발휘한다) 날이면 날마다 권력자들과 지배자들에게 아부하는 기사들을 배설해내는 짓 말고.

 

     괜찮은 법정 영화다. 간만에 추천할 만한 영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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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성을 쉬쉬해야 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골칫거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사람들은 성에 대해 쉬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쉼 없이 떠들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쉬쉬해 온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해결이 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즉 성에 대해 쉬쉬했기 때문에 성이 골칫거리가 된 것이 아니라,

성이 이런 골칫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류가 쉬쉬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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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6-3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역시 루이스의 통찰력이란...

노란가방 2012-06-30 11:36   좋아요 0 | URL
멋지죠. ^^

비로그인 2012-06-3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가방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저 루이스가 제가 아는 그 루이스가 맞나요?
나니아 연대기의 그 루이스가요? (검색을 해봐야겠네요)

성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흠, 궁금증이 더 쌓이네요.

노란가방 2012-06-30 22:40   좋아요 0 | URL
와 오랫만이시네요. 사진이 바뀌신 듯.
네, 바로 그 루이스가 맞습니다. ^^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조선 시대 과거시험의 문제로 출제되었던 ‘책문’과 그에 대한 선비들의 답안지인 ‘대책’을 실어놓은 책. 총 열세 장에 걸쳐서 열세 가지의 책문과 그에 대한 열다섯 개의 대책(마지막 책문은 세 명의 답이 실려 있다)들이 실려 있고, 각각의 대책 뒤에는 저자가 간략히 달아 놓은 해설이 따라온다.

 

 

2. 감상평 。。。。。。。        

 

     서문과 소개가 흥미로워서 손에 들게 된 책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관리가 되기 위해 치렀던 과거시험에서 쓴 답안지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 대부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긴 했지만, 조광조나 성삼문, 신숙주 같은 이름 높은 선비들은 과연 어떤 답을 썼는지 엿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딱히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옛 성현들의 글과 행동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방식 자체야 그 시대의 전형적인 기법이니까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정작 물음에 자신만의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에서도 그저 이상적이고 표준화된 답변만을 내어놓을 뿐이었으니까. 실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란 걸 감안하고 읽어야겠지만, 워낙에 고전 인용에 치중하다보니 질문들이 달라도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게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국가에서 주최하는 시험에서 왕의 실정을 지적하는 대책을 써 올리는 몇몇 선비들의 꼿꼿함에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책보다 책문이 더 인상적이었다. 국정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왕들의 대책은 그 자체로 멋있었다. 세종이나 광해군 같은 왕들이 낸 책문들이 특히나 여기에 가까웠고.

 

     여기에 저자의 해설은 B 정도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문과 대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설들이 좀 더 필요했는데, 기본적인 정보의 양 자체가 부족했던지 별 상관없는 이야기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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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경을 이기는 사람이 백이라면

 

번영에 지지 않는 사람은 하나입니다.

 

- 토머스 칼라일, 『영웅숭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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