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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자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로빈 라이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남북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아 북군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될 무렵, 남부군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에 의해 링컨 대통령이 암살을 당하게 된다. 신속한 수사 끝에 음모에 가담한 자들이 잡혀오게 되고, 그 중에는 유일한 여성인 메리 서랏도 있었다. 음모자들이 모임을 가진 여관을 운영하며 장소를 제공했다는 것이 유일하게 드러난 사실이었지만, 어느새 공모자로 몰려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전쟁에 장교로 참전했다가 막 변호사 일에 뛰어들게 된 스물일곱 살의 청년 프레데릭 에이컨이 그녀를 맡아 변호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역시 변호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녀의 무죄를 위해 힘쓰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 사후 실권을 장악한 전쟁부장관 스탠튼은 관련자들을 모두 사형에 처하고 일을 마무리 지으려 했고, 친구들과 애인들마저 에이컨을 떠나기 시작한다. 누구도 지지해주지 않는 외로운 법정 싸움을 시작해가는 에이컨. 하지만 메리는 좀처럼 사건에 관해 입을 열지 않는데.

2. 감상평 。。。。。。。
영화는 단순히 법정공방만을 주로 삼고 있는 건 아니고,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는 것까지도 감당하려는 어머니(메리 서랏)나 피의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인권이라는 주제도 언뜻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진실보다는 정치적인 결론을 원하는, 실체가 불분명한 국익이라는 것을 위해 얼마든지 시민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주의와 그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사이의 대립이다.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런 국가주의적 관점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살아남아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국익으로 포장된 것들의 대부분은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가리키는 다른 말이고, 정작 그 한줌의 기득권자들은 국익을 위해 별다른 희생을 감수하지도 않는다는 점도 역시 달라지지 않은 점이고. 뭐 이 자랑스러운 나라에서는 논리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국격’이라는 신조어까지 창조해내신 위대한 대통령님까지 계실 정도니, 용어는 몰라도 다들 경험으로는 이게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
영화는 이 국가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세우고, 증인과 증거들에 관한 모든 정보로부터 피의자와 그의 변호사를 떼어놓을 뿐만 아니라, 증언과 확정된 판결까지 조작해낸다. 슬픈 건 이게 영화 속의 일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한 달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그리고 내일이라도 이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건 여전히 그런 주장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고.

실화 속에서 실제로 메리의 변호를 맡았던 프레데릭 에이컨은 법조계를 떠나 워싱턴 포스트의 초대 사회부장이 되었다. 결국 언론이란 건 그런 억압과 횡포로부터 시민들의 자유를 보호하는 힘이 되어야 하는 거다.(이걸 일찍 알아낸 누군가는 자기 심복들을 거기에 심어 두는 지혜를 발휘한다) 날이면 날마다 권력자들과 지배자들에게 아부하는 기사들을 배설해내는 짓 말고.
괜찮은 법정 영화다. 간만에 추천할 만한 영화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