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 마라토너로는 불합격이었던 주만호. 하지만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로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그였다. 시간은 흘러 사실상 은퇴를 한 상태였던 그를 대표팀 감독인 성일이 다시 불러들인다. 차세대 유망주인 민윤기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라는 것. 늘어나던 빚 때문에 결국 제안을 수락한 만호였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만은 30km가 아니라 42.195km를 달리고 싶었다.
2. 감상평 。。。。。。。
김명민이 주연인 영화다. 여기에 안성기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다른 말로 하면 적어도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이 논란이 될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다른 조연인 고아라도 여전히 외모로만 어필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라는 말을 들으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나아지고는 있다. 문제는 좀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떻게 하면 그 경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긴박함과 생동감을 살려낸 영상을 만들어 낼수 있는가고, 또 하나는 경기 외적인 갈등구조를 잘 만들어 경기의 결과와 갈등의 해소를 같은 고조점에서 만나게 할 수 있느냐다. 이 영화의 경우 첫 번째 항목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두 번째 항목에서는 좀 어설펐다.
일단 인물 구성이 좀 너저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만호의 주변인물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보니 갈등 구조가 분명치 않다. 동생과의 소원해져가는 관계 회복인지,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는 감독에 대한 도전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를 무시하는 동료 선수들의 시선에 대한 극복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저씨를 좋아하는 미녀 소녀와의 로맨스(?)인지 영화는 계속 오락가락 하다가 끝나버린다. 사실 개중에서도 고아라가 맡은 유지원 역은 제일 애매하다. 차라리 나머지 인물들이야 처음부터 조연급 배우들이 기용되었던 반면 고아라의 경우 그 정도로 축소시키기엔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림은 좋아졌을지 모르겠지만 구도는 확실히 흐트러졌다. 차라리 이런 영화는 김명민의 연기력과 배역 소화력을 믿고 집중했더라면 나았지 않았을까.

최근 여러 프로 스포츠들에서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거나 자기 팀에 불리한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이 적발되어 잇따라 처벌을 받고 있다. 종목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란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신과의 싸움이 기본에 깔려 있는 거고, 그 때문에 고대로부터 종종 신성하게 여겨지기까지 했던 건데, 어이도 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영화 속 주만호는 스포츠가 뭔지를 보여주고 있고, 김명민은 프로다운 배우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잠시나마 프로 선수들이라고 불렸던 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좀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젠 당장 딱히 할 일도 없어졌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