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통적인 검열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검열이 그런 식으로 행해진다.

새로운 형태의 검열은 은폐를 통해서가 아니라

과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기존 관념을 뒤흔드는 책들이

따분한 책들의 해일에 묻혀 버리는 것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천사들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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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소통하는 행위를 철학에서는 자기반성이라 한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듯,

자신과 마주보며 스스로 이야기하는 행위가

자기반성인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사내들은

자신과 마주 대하며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신과 싸워 이기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내 진정한 존재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소통 행위의 부재로 야기된 불안은

소통의 회복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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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묻지만,
그리스도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를 물으신다.

The world asks, What does a man own?
Christ asks, How does he use it?
-Andrew M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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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나이 서른셋에 동생네가 운영하는 학원서 차를 운전하고 있는 동주의 유일한 희망은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뇌종양으로 앞으로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것.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또 한 명의 사람이 같은 진단을 받는다. 빈틈없는 성격의 은행원인 송경이 그녀. 전혀 어울릴 것 같이 않은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 때문인지 쉽게 가까워졌고, 함께 장례식(?)을 준비하러 다닌다.

 

 

 

2. 감상평 。。。。。。。                  

 

     소재가 독특하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을 받은 두 남녀가, 함께 자신들의 죽음을 준비하러 다닌다는 설정. 물론 이 ‘준비’가 동반 자살 같은 우울하고 무거운 내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과할 정도로 꼼꼼한 여주인공의 약간은 공감하기 어려운 성격 탓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점이 이 설정을 그리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수의를 직접 입어보겠다고 하질 않나, 2인용 관에 누워보지는 않나, 명목은 죽음을 위한 준비지만 영화적으로 보면 분명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것들이다.

 

     설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으니 다음은 스토리다.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나 이야기 전개의 의외성 같은 것들이 적절히 안배가 되어야 좀 더 깊은 공감을 느끼며 영화 속에 빠져 들어갈 텐데, 아쉽게도 그런 게 없다. 쉽게 말해 함께 관에 들어가고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듯 수의를 입어보고 하는 장면만 감독의 머릿속에 있었고, 그 다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죽음이라는 결론을 앞두고 마냥 이야기를 밝게 이끌어갈 수는 없는 건데,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급작스런 극의 분위기 전환은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보는 듯했다. 완성도의 문제.

 

     충분히 다른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던 배우들이었는데, 딱히 잘 녹아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그들이 맡았던 다른 역할들이 눈에 더 들어왔으니까. 정려원은 지난 영화인 ‘통증’에서와 딱히 다른 게 없어 보였고, 유선은 이런 식의 조연으로 쓰기엔 아까운 배우다. 주조연의 밸런스나 각각의 인물들이 맡고 있는 역할들이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준비하는 삶이라는 게 영화처럼 수의와 관을 준비하고, 장례방식을 선택하고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대안이 뭐가 남아 있을까. 이 영화가 가진 근본적인 난제가 여기다. 영화가 지녀야 하는 감성코드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잘 맞지 않는다. 필연적으로 뭔가 좀 더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성격을 갖는 무엇이 필요한데, 이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사랑이 그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달달한 연애의 시작 이야기는 볼만 했지만, 그 밖에는 딱히 잘 만들었다 보기 어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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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노란가방 2012-04-20 12:34   좋아요 0 | URL
^^ 오랫만이세요.
 

오랜 시간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장례문화에서도 서양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특히 전국민이 명목상으로는 기독교(대부분 가톨릭, 일부 개신교) 신자이기에

장례 의식은 신부 집전 아래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죠.

 

 

 

 인근의 개인 묘지. 봉분 대신 땅 아래 묻고 비석을 세우는 형태.

 

 

 

일단 사람이 죽으면 관을 마련하고 그 안에 시신을 넣은 뒤

조문을 오는 사람들을 맞이 합니다.

이 때 시신의 상반신은 드러내 놓습니다.

 

요새는 집이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집에서 할 경우 보통 4~5일 정도를, 식장에서 할 경우는 이틀만 한다네요.

 

필리핀 문화에서 장례식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친지가 해외나 먼 지역에 살고 있을 경우 돌아올 때까지

며칠 더 장례기간을 두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시체가 부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방부제를 주입한다네요.

 

 

 

 

 방문했던 날 장례식이 있어서 매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필리핀 장례 의식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밤을 새는 문화가 있습니다.

밤에 꼭 깨어 있지 않으면 악령들이 고인을 데려다는 미신이 있다네요.

그런데 밤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깨어 있는 게 쉽지만은 않죠.

그래서 두런두런 모여 밤을 새워 포커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화투랑 비슷한 걸까요?

돈을 딴 사람은 10% 정도를 추가로 조의금으로 낸답니다.

(우리나라도 그런가요?)

 

최근에는 노래방 기계를 켜 놓고 밤새 술 먹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건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도 종종 하는 건데요,

얼마 전엔 제가 머무는 집 근처에서 밤새 노래를 하더군요.

잠을 자야 하는데...;;

그런데 시끄럽다고 뭐라고 하면 총 맞을 수도 있으니 그냥 자야 한답니다.

 

 

 

 매장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블럭으로 무덤을 만들고

안에다 관을 넣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가톨릭 문화가 지배적인 필리핀에서는

조문이 끝난 뒤 대부분 시신을 넣은 관을 성당으로 옮깁니다.

관을 실은 차가 앞서고 가까운 곳이면 걸어서, 조금 멀면 차로 따라갑니다.

 

대도시가 아니면 길이 넓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종종 교통체증이 일어나는데요,

추월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경적을 울리는 건 금기라고 하네요.

고인에 대한 무례로 인식되거든요.

(마라톤 대회 한다고 마닐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을 8시간씩 막기도 하는 동네니..;)

그냥 다들 그러려니 하고 천천히 갑니다.

 

그래도 이걸 계속 두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싶었는지,

여기는 오후 12시부터 2시(지역에 따라 3시)에만 장례행렬을 허가한다고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넓은 땅에 아주 집을 지어 가족 묘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무덤 안에 귀중품이나 좋은 것들을 함께 넣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는 새로 산 물건들을 넣기도 하구요.

그런데 세상이 삭막해져서 그런 소식이 알려지면

도둑들이 밤에 무덤을 깨거나 파해쳐서 부장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아서요,

부장품들을 넣고 싶은 경우에는 아무에게도 알라지 않고

비밀리에 넣는다고 합니다.

 

 

 

 

앞서 같은 개인 묘지는 너무 비싸서 보통 사람들은 들어갈 수가 없죠..

여긴 공동묘지입니다.

 

 

 

위에 사진으로 넣은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묘지입니다.

당연히 매우 비싸죠.

넓은 잔디밭에 이런저런 나무들까지 다 관리해주는 거니까요.

때문에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공동묘지를 이용합니다.

 

공동묘지의 경우 1인당 약 2,000페소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1페소가 약 27원이니까 6만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죠.

물론 관 값이나 수의는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관은 가장 싼 게 약 7,000페소 정도 되고,

옷은 따로 죽은 사람만 입는 옷이 있는 건 아닌데,

보통 1,000페소 정도 내고 새로 산다고 하네요.

 

이에 반해 개인이 운영하는 묘지의 경우

묘지 값이 약 50,000페소,

관도 비싼 것들은 300,000페소가 넘기도 한다네요.(유리나 특수금속으로 제작)

 

 

 

 

시간을 제대로 맞춰갔는지, 공동묘지에서도 입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관이 작은 게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공동묘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아파트처럼 올라간 묘지들이었습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시신은 늘어나니 자꾸 올라가는 거라네요.

묘지의 한쪽은 그런 관들이 쭉 쌓여 있어서 벽처럼 되어 있네요.

개인 묘지의 모습이랑은 참 다릅니다.

좋은 관에 들어가면 죽어서도 좋은 걸까요?

 

화장은 워낙 비싸서(약 25,000페소 이상) 아직은 대부분 매장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부잣집에서는 화장을 하기도 하구요.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빌리지 안에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돈을 얻기도 한답니다.

필리핀 문화에서는 당연히 있으면 기끼어 도와준다고 하네요.

돈이 없으면 쌀이라도 퍼주구요.

아직은 사람 사는 정이 남아 있는 시골입니다. 

 

 

 

 

공동묘지를 둘러보다 발견한 아기들의 무덤들. 사이즈가 성인의 절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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