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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A Reason to Li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1년 전 약혼자를 오토바이 사고로 잃은 다혜. 쓰러진 그를 다시 한 번 들이받아 죽게 만든 악질이었지만, 가해자가 아직 미성년이라는 말에 그의 미래를 생각해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선처를 바랬던 그녀였다. 이후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찍으러 나서지만, 그가 용서해주었던 그 소년이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음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진다. 과연 용서해준 것이 잘한 일이었을까?
그런 다혜를 친언니처럼 따르고, 때로는 그녀의 모호함을 예리하게 지적하기도 하는 지민. 밖에서는 점잖은 판사지만 집안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로부터 도망쳐 나왔지만 딱히 갈 곳이 없었다. 무작정 신세를 지기 시작한 다혜의 집. 어떻게든 아버지를 이해해보려고, 또 용서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런 힘든 내적 싸움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반항아로 보일 뿐이었다. 꼭 용서를 해야 하는 걸까?

2. 감상평 。。。。。。。
영화 속에는 용서에 관한 수많은 조언과 교훈들이 담겨 있다. 어떤 이는 왜 용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변하고, 또 다른 이는 용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한다. 당위에 관한 선언부터, 실제적인 필요성, 심지어 이런 사람까지 용서해야 하는 반(反)용서에 대한 타당성까지. 주인공 다혜는 사랑하는 약혼자가 죽었지만, 그를 죽인 이를 용서했다. 아니 용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용서는 주변의 강권, 혹은 당위에 의한 용서의 제스쳐였을 뿐임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감독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가지 질문에 이르게 만든다. ‘과연 용서가 뭘까?’ 가장 어려운 것, 정의(定意)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끼는 정의지만, 그 중요성은 생각보다 작지 않다. 만일 용서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극중 한 수녀가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사형수의 어머니를 (용서의 의미로) 안아달라고 하는 요청은 적절치 못 하다. 용서를 상대가 용서를 구했을 때 그에 대한 관대한 반응으로 정의한다면, 역시 극중 다혜의 용서는 용서가 아니다. 그리고 아빠로부터의 폭력의 피해자인 지민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그녀에게 용서를 요구하는 다혜의 행동은 대단히 무례한 것이 된다. 용서의 이유에 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가능한데, 상대의 개과천선을 바라며 용서를 하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용서는 실패일 것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꽤나 쉽지 않은 영화다.
다만 감독이 너무 다양한 관점들을 담아내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좀 약했기 때문이었는지, 영화 속 다혜는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모습으로만 그려진다. 영화 중반에야 그럴 수 있다지만, 결론부에서는 좀 정리가 되어야 할 텐데, 단지 용서에 관한 고민을 그리려는 게 의도가 아니었지만 좀 더 분명한 맺음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등장하는 너무 많은 설교와 권유들 중 몇 가지는 좀 잘라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주인공 다혜 역의 송혜교는 좋은 연기를 했다. 불안함과 머뭇거림, 그리고 가끔씩은 터져 나오는 내면연기는 훌륭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명의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지민 역의 남지현이다. 아역 배우로 몇몇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던 이 배우는 이제 이 영화에서 송혜교의 파트너로도 크게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였다. 물론 아직 대사처리의 톤이나 연기의 완숙함까지 바란다면 좀 이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보는 사람이 난무하는 영화 속 조언들로부터 길을 제대로만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영화다. 좀 설명이 필요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