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가르는 선은

창조세계의 한 부분과 다른 부분 사이에 그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자체를 가로질러 흐른다.

이는 창조물을 선이나 악을 위해 사용하려는

우리의 성향을 말한다.

 

- 낸시 피어시, 『완전한 진리』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오직 하나님께만 드려야 할 무조건적 헌신을

인간적 사랑에 바쳐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랑은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악마가 될 것입니다.

 

- C. S. 루이스, 『네 가지 사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저명한 학자인 저자가 어떻게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게 되었는지에 관해 자전적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이다. 대체적으로 시간적, 또는 논리적 순서에 따라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각각의 글들은 또 나름대로 독립된 것들이기에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려고 하지는 않아도 된다. 

 

 

 

2. 감상평 。。。。。。。               

 

     저자는 사랑하는 딸의 질병과 회복의 과정을 보면서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그것은 근인(近因)일 뿐이었다. 보다 멀리는 ‘무신론자의 기도’에 반영되어 있는 것처럼, 그가 신앙을 갖기 이전부터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깊은 영적 공허감을 느꼈을 때부터 이미 그의 신앙으로의 여정은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영혼의 빈자리는 영원히 비어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책의 후반부에 실려 있는 저자의 따님이 쓴 간증문은 사족을 붙인 느낌이다. 물론 어떻게 저자가 극적인 회심을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보조적 자료로 기능을 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저자 자신의 글에 살짝살짝 드러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분의 신앙이나 신앙방식에 대해 이의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간증이란 건 한 개인의 신앙 여정에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줄지는 모르나, 그것을 그대로 다른 이들에게 적용을 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 부분은 출판사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의 이력답게 저자의 글은 때로는 문학적으로, 또 때로는 날카로운 비평가적 문체로, 호소력 짙은 강연자나 연설가로,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느낌의 글을 읽어가는 맛이 있다. 그래,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보면 어느새 정곡을 찌르고 있다. 맛이 살아 있는 글이다.

 

     책 제목인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문구는 저자의 이력을 잘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 부분이 책 자체엔 충분히 설명되고 있지는 못하다. 내가 보기엔 저자는 이 책을 지성인으로서 썼다기보다는 신앙인으로서 쓰고 있다. 물론 그런 감상적이고 문학적인 글에도 언뜻 드러나는 저자의 통찰은 감탄을 자아내긴 하지만, 지성인들을 회심시키는 데 이 책이 직접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접는 게 낫다(사실 뭐 신앙이란 게 설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첨을 들은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그런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듣고

좋아할 정도의 사람으로 평가된 것이

불쾌하기 때문이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마록 1 : 국내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90년대 인터넷 연재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판타지 소설 퇴마록이 소장판으로 리뉴얼되어 나왔다. 서로 다른 사연으로 특별한 힘을 갖게 된 네 명의 주인공들이 악한 영적 세력들과의 싸움을 벌여간다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첫 부분인 만큼 각 인물들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들과 인물들의 능력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2. 감상평 。。。。。。。               

 

     어린 시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밤을 새워 읽곤 했던 퇴마록 시리즈가 ‘소장판’이라는 탐나는 이름으로 다시 나왔다. 요새는 많이 줄었지만, 그 당시는 이 시리즈가 들어온 후에는 동네 책 대여점을 참 번질나게 드나들었다.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었다는 말인데,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그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감기 몸살로 어려운 책이 눈에 안 들어와 그냥 틈나는 대로 머리나 식힐 겸 손에 들었다가, 새벽까지 잠도 안자고 단숨에 읽어버렸으니.

 

 

     사실 내용도, 형식도 대단히 혼합적인 이 소설은 통속소설의 기본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끊임없는 시련에 직면하면서 종종 자신들의 일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나아가 그 정당성을 묻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를 위한 길을 선택함으로써 슬기롭게 문제를 헤쳐 나간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토속신앙부터 가톨릭의 엑소시즘의 요소들, 그리고 중국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현란한 무술들까지 더해지면서 흥미를 끌만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히 그저 그런 통속소설로 끝나지 않은 것은 역시나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지 않고,(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이게 그냥 완전한 상대주의로 빠지는 감이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어떤 대의명분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말하려고 하고 있다. 왜 악인들을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괴물들이 설치고, 귀신들이 날뛰어도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라는 것일까.

 

     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이 폭행을 당해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세상. 머리 퍼머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후배 여중생들에게 성매매를 시키고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여학생.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폭력을 당하는 이들이 있어도 제3자 개입금지 운운하며 이를 도우려는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인간관계의 단절을 조장하는 정부. 정작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사람 냄새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 이즈음, 사람 이야기는 이런 소설 속에서밖에 찾을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