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독이란 그저 나열된 사실들을 주워 담고

신중한 독서를 고사시키는 데에나 쓸모가 있다.

진지한 일(설령 즐기기 위한 일일지라도)은 대충하지 않는 법이다.

이제 당신의 지성을 십분 발휘해 읽으라.

 

- 제임스 사이어,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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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도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 사람을 위해 기도 하지 않는가?
.
.
- 폴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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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1994년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다리 폭발 사건. 검찰에서는 이를 북한 간첩의 소행으로 몰고 가지만 사건의 전개에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어느 날 명인일보 이방우 기자를 찾아온 고향 후배 윤혁은 의문의 디스켓과 자료들이 들어 있는 가방을 두고 가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 이방우는 동료기자인 성효관, 손진기 등과 함께 특별취재팀을 꾸려 감추어진 진실을 추적해 나간다. 

 

 


 

 

 

2. 감상평 。。。。。。。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의미심장한 글귀로 영화를 소개하는 포스터. 한국형 음모론을 다룬 영화이니 만큼 그 소재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하다.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다리 폭발 사건이 사실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모종의 음모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짜맞추기 수사를 통해 적당히 조작된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권력집단이 따로 있다는 기본 컨셉은 어딘가 익숙한 듯하지만, 자막이나 더빙이 아니라 우리말을 사용하는 주인공들이 활약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단 기본점수는 줄만하다고 본다. 아무튼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다.

 

 

     감독은 이 음모를 파헤쳐 나가는 주인공으로 ‘기자’를 선택한다. 초반에는 그저 특종을 잡기 위해 달리던 이방우는 곧 이 거대한 조작을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달린다. 하루에도 개념상실 기사들을 수십, 수백 개씩 쏟아내고 있는, 제1야당 대표실을 도청해서 그걸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주고도 조용히 노트북, 휴대폰 폐기하고 숨어 지내고 있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다룬 쓰레기 기사들이나 남발하면서도 자기들이 ‘신성한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는 투사나 되는 양 착각하고 있는 이 나라의 기자들의 수준을 보면서, 이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는 기대는 쉽게 들지 않는다. 물론 애써가며 제대로 된 탐사보도를 생산해 내는 기자들도 있겠지만, 언제나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법이니...

 

    몇 년 전 읽었던 『쇼크 독트린』이라는 책의 내용이 오버랩된다. 극심한 지진해일(쓰나미)이나 화산폭발, 경제적 위기와 같은 큰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면 국민들이 일종의 정신적 마비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 때를 노려 국민들에게 불리한 여러 정책들이나 사업들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놈들이 있다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 해안을 덮친 사상초유의 지진해일은 결국 그 해안에 살던 사람들을 도시의 빈민굴로 쫓아내버렸고, 대신 그 자리에는 수십 층 이상 되는 높은 리조트들이 건설된다는 식이다. 우리나라도 재경부 관료들과 거대기업들이 손을 잡고 대통령이 누가되든 나라경제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형편이니, 영화 속처럼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얼마든지 조작도 해 낼수 있지 않을까. 요컨대 조작은 가능하나 기자들이 정의를 위해 이를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 풋.

 

 


 

    국가적 음모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지만, 그에 비해 영상적인 부분은 좀 약한 감이 있다. 감독은 특수효과가 아닌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다. 딱히 그럴 것이 영화 속 배경은 90년대 중반이니까 요즘 영화들처럼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특수장비와 기술과 같은 것이 등장한다는 게 더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케일이 좀 작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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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바위들을 이제 막 피했다면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 나지안쥬스의 그레고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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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6.25 당시 미군의 노근리 학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의 한 장면

 

 

전쟁은 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전쟁이 죽기 위해 하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사람도 이성을 잃고 미치기 시작한다.

살기 위해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조직의 건전성도 유지된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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