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베러월드 - In a Better Worl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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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 줄거리 。。。。。。。               

 

     주인공인 안톤은 덴마크 출신의 의사로 아프리카를 오고가며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끊임없는 내전과 학살로 수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상처를 입는 그곳에서, 악당까지도 치료해 주어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인 문제로 괴로워하지만, 문제는 그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별거 상태인 아내와의 사이에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데, 큰 아들인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다. 새로 전학 온 크리스티앙은 그런 엘리아스에게 자신만의 ‘복수법’을 가르쳐주었고, 결국 둘은 안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른 사내의 차를 폭파시키기 위해 사제 폭탄을 만들기에 이른다.

 

     크고 작은 싸움과 분쟁, 다툼 속에서 ‘비폭력’과 ‘평화’라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안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2. 감상평 。。。。。。。               

 

     그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뺨을 때리는 상대를 향해 계속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뺨을 가져다 댈 수 있는 안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성경 속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가 다시 상대를 찾아간 것은 고소하거나 배상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고, 이를 위해 그가 동원한 것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힘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바른 분별과 복수는 옳지 않다는 확신이었다.

 

     받은 대로 갚아주는 것이 지혜로운 것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더없이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유전자 속에 담긴 유일한 진리라는 과학을 가장한 철학적 명제가 유일한 진리로 여겨지는 이즈음에 분명 안톤의 모습은 어리석은 일로 보인다. 하지만 끝없는 복수의 복수로 이어지는 내전의 현장에서 일하는 그라면 충분히 복수의 비참함을 알았으리라. 대개의 경우 복수란 그것의 파괴적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감독은 아마도 이 분쟁과 다툼의 해답으로 ‘복수가 아닌 용서’라는 것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진지하게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영화 속의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용서의 유익보다는 복수의 무익함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요컨대 주제의식이 좀 덜 드러난다는 말.

 

     영화를 보는 우리 대부분이 크리스티앙과 비슷한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저 빨리 달려가는 것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우리들이기에,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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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없애주지 못한다.


그냥 오늘의 기운을 빠지게 할 뿐이다.


 - C.H. 스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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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하루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1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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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 곰(진짜 동물원에서나 볼 것 같은), 가끔씩 나타나는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 호리병 속에서 나온 여자, 인어 등 환상 속의 인물들과 함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 

 

 

 

2. 감상평 。。。。。。。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곰이 초인종을 누르더니 같이 소풍을 가자고 말한다. 익숙해보이지는 않지만 애써 사람처럼 격식을 차리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이 소설은 이런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된다. 어찌 보면 좀 어이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예쁜 동화를 보고 난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극단적인 자연주의자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신비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일이 생기면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당첨확률이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로또 복권을 사는 것도 다 그런 이유 일게다. 작가는 그런 인류 공통의 심성을 색다르게 해석해 흐뭇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런 신비한 존재들과의 조우를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데 이 부분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멋진 필력. 잠시 쉬어가며 손에 들 만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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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불어완역판) 자끄 엘륄 총서 1
자끄 엘륄 지음, 박동열 옮김 / 대장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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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그들의 ‘그리스도인 됨’을 구현할 수 있는지에 관해 논리를 전개해나간다. 그들은 세상 속에 있지만 결코 세상에 속할 수는 없다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졌으며, 따라서 현실에 순응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이 전해주는 세계관을 그대로 수용해 목적을 상실한 채 끊임없는 향상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들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특별히 그리스도인 지성들은 이 일을 통해 그들의 존재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감상평 。。。。。。。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독교 세계관의 핵심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겠다. 저자인 엘륄은 선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악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바르게 정초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긴장’에 대해 매우 깊게 파 들어간다. 다소 난해한 서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단일 주제에 관해서는 이 책보다 상세하게 말하고 있는 책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든(심지어 기독교를 국교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세상에 진정한 만족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너무나 쉽게 이 두 개의 나라(세상의 나라와 하늘의 나라)의 화평을 시도하거나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실망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로 인한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혼란상을 보고 겪으며 쓴 책답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세상과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절망적이지는 않다.

 

     다만 불어를 번역해 놓은 책은 왜 이렇게 읽기가 어려운지. 물론 철학이나 그에 준하는 책들만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논리전개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독일식의 만연체는 아니었지만 논리구조가 치밀하다기보다는 직관적인 흐름에 따라 글을 쓴 면이 강해 읽는 데 애를 좀 먹었다. 이점만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이 때문에 과감하게 추천하기는 좀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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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밥을 먹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보내고 있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마 모르겠지.

그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특별할 것 없는 한때가, 정말로 소중한 것을 포함하고 있어.

강렬하게 바라면서도 이뤄지지 못했던,

너무나 소중한 것을 품고 있지. 그런 걸, 그는 모를 거야.”

 

- 카타야마 쿄이치,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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