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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부패한 국가인 벨리즈는 인구 25만의 작은 나라이다.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온갖 종류의 부정과 협잡이 통하는 이 나라에서 어느 날 작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만들어진다. 이런 종류의 토목공사라는 게 늘 그렇듯 이 과정에는 은밀한 이권 거래가 벌어지는 것이 뻔히 보였는데, 문제는 그런 일상적인 부패만이 아니라 댐 건설로 인해 발생될 엄청난 환경재앙도 뒤따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벨리즈에 귀화해서 버려진 동물들을 모아 동물원을 경영하고 있는 샤론은 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고, 곧 사방에서 그녀를 향한 음모와 보복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이 꽉 막힌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부패한 정부 관리들은 다국적 기업과 손을 잡고 자국의 이권을 팔아넘기고, 이 과정에서 뒷돈을 받아 챙긴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미심쩍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적으로도, 또 국가 재정상에도 재앙을 일으킬 것이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쌓아올린 공기업을 헐값에 개인에게 팔아넘기는 민영화는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루어지고 있는데, 더 답이 안 나오는 것은 상황이 이런대도 국민들은 자기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작은 이권에 혹해서 도리어 지지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간지에서 찾아낸 기사들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벨리즈’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썩 다행스럽지 못한 것은 이런 일들이 벨리즈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지금도 매 시간 이루어지고 있는 4대강 삽질이 그렇고, 도대체 도시 전체를 새롭게 바꾸자는 것인지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뉴타운 사업들이 그렇다. 근본적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를 포기하고, 자연을 나에게 맞추려는 인간중심적 발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세계 어디라도 일어날 수 있다.
작가는 이 무거운 주제를 한편의 소설로 잘 엮어 낸다. 아마도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실감이 났던 이 소설은, 환경운동은 자신과 딱히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좀 더 부드럽게 이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샤론의 투쟁은 힘들고 무모해보였다. 이는 환경운동이라는 게 대부분 강한 정부권력과 돈을 지배하는 기업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석훈 선생이 쓴 책을 읽다가(그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생태 경제학자로서 상황이 어렵더라도 계속 명랑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다. 이 무모한 싸움을 계속 해 나가려면 그렇게라도 자기암시를 계속하지 않으면 버텨내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자꾸 이 나라의 현실이 오버랩 되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나라에서 벌어진 투쟁이 승리해 대리만족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확실히 한 편의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새가 참 예쁘다. 이런 새들을 없애버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탐욕스러움이란.. 과연 이 탐욕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