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제자도 - 진리와 의미를 찾아 나서는 그리스도인의 길
앨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노진준 옮김 / 죠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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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이성은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 계몽주의 이래로 한 동안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해 왔다.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떤 이들은 철 지난 계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다.(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격한 언사로 신앙을 조롱하던 신무신론자들이 활개 치던 영국에서는 더욱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문제는 기독교인들조차도 종종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자신들의 신앙을 공공의 영역에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맥그래스는 그런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자들의 과격한 신앙에 대한 조롱은 실은 그들 자신이 가진 논리의 빈약함에 주목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사적인 뻥카에 불과한 것이고(21), 그렇다고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비판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신앙에 대한 잘못된 이해(신앙은 비이성적인 이들이나 스스로 변론하지 못하는 단순한 태도라는)를 갖게 만들 수 있는 부족한 태도다(22).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부는 지성과 제자도, 즉 그리스도인됨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강조다. 1장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2장에서는 기독교 신조가 가진 중요성(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좋은 지도가 될 수 있다), 3장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공동체, 즉 교회의 중요성을, 4장에서는 좋은 책이 기독교 신앙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를, 그리고 5장에서는 제자도가 지닌 ‘과정’으로서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2부에서는 지성과 제자도 사이를 멋지게 구현하고 설명해 낸 네 명의 인물(도로시 세이어즈, C. S. 루이스, 존 스토트, 제임스 패커)에 관한 소개가 나오고, 마지막 3부에는 저자가 여러 자리에서 했던 설교문들을 네 편 모아두었다.





소위 덮어놓고 믿는 식의 맹신은 바른 신앙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이성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신앙생활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지에 관한 집요한 강조가 인상적인 책이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C. S. 루이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니 더욱 편안하게 읽힌다.


확실히 오늘날 우리 시대의 기독교인들에게 이성적 사고를 북돋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기독교인”이라는 단어가 “무식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건 어떤 면으로도 그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특히나 요즘에는 “음모론 신봉자” 따위의 좀 더 추접스러운 이미지까지 씌워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 책이 그런 일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살짝 아쉽기도 하다. 전반적인 구성이 탄탄하게 서로 장별로 연계가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고, 각 장별로 별개의 내용들을 그냥 하나로 긁어모은 것 같은데, 실제로도 장별로 각각 다른 자리에서 했던 강연이나 연설, 대답 등을 정리한 것이기도 하다. 덕분에 구성에 있어서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고, 특히 3부에 실린 설교문들은 물론 각 원고들은 깊은 통찰이 보이기도 하지만 꼭 여기에 실려야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물론 여러 장들에서 단편적으로 중요한 통찰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읽는 책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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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들은 그냥 어린이일 뿐이지.

하지만 다들 왜 어린애는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린애는 짐승이 아니야. 어린애도 인간이라고.

그러니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았어야 해.

난 절대 9군단을 용서하지 않을 걸세.


- 콜린 매컬로, 『카이사르 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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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된다는 것 -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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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로완 윌리엄스의 또 다른 책이다. 이번 책은 제목처럼 “제자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아주 작고 얇은데(그래서 글자 수도 얼마 안 되는데) 어쩜 이렇게 쉴 새 없이 깊은 통찰을 쏟아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어디 물이 넘치듯 통찰이 다 담을 수 없이 줄줄 쏟아지는 걸까.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자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첫 장에 이어지는 나머지 다섯 개 장들은 모두 제자로 사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산다는 것, 용서, 거룩함, 세속 사회 속에서의 제자됨, 성령을 따르는 삶이 차례로 설명된다.




제자도에 관한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특별교육 같은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지적이다. 제자가 된다는 건 “쉬지 않고 바라보며 귀 기울여 듣는 삶의 상태”라는 것.


제자됨의 정의를 이렇게 할 때, 제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건 “기독교적이기만 한” 어떤 덕목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그리고 실천)되어야 하는 것들로 채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거룩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거룩함과 세상 속에 참여하는 일은 서로 상충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성경 본문에 관한 독특한 관찰도 흥미로운 부분이 잔뜩 보인다.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부활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마리아가 자신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만을 듣고도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서,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나님께 “제가 어떤 사람인지 말씀해 주소서”라고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이끌어낸다. 또, 마지막 만찬을 드신 후 주님이 “도시 밖으로” 나가시는 장면에서, “도시 밖”을 사람들이 멸시당하고 고난받는 자리로, 물건과 묶여 사람들까지도 버려지는 자리로 정의하면서 예수님을 따라 우리 또한 그분이 가셨던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핵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요절에 가까운 책으로도 충분히 불은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여기 저기 밑줄을 긋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읽어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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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무신론자 -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마치 그분이 없는 것처럼 잘 사는 그대에게
크레이그 그로셸 지음, 최종훈 옮김 / 비전북(VisionBoo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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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눈에 띤다. 크리스천과 무신론자라는 말이 이렇게 붙을 수도 있는 걸까? 오래 전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용어 중에 “실천적 무신론자”라는 말이 있었다. 입으로는 신앙을 고백하지만, 정작 살아가는 모습은 무신론자와 다를 바가 없는 그런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아마 이쪽이 좀 더 학술적인 용어에 가까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명칭이 어떻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그가 고백하는 신조와 그의 삶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적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초기 기독교의 여러 논쟁들은 이런 우리 삶 속의 불일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것들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도나투스파나 펠라기우스 등과 했던 논쟁도, 그보다 후에 칼뱅주의자들과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의 갈등도, 나아가 존 웨슬리와 조지 휫필드의 결별도 그리스도인의 삶/행동이 그들의 고백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중요하다. 그건 그들의 신앙이 맺는 열매이기도 하고, 종종 그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입으로는 무엇을 외치든 돈과 명성만을 좇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에게 신은 돈이고 명예일 뿐이니까. 이 책은 그런 삶의 중요성을 강하게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또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문제들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도전하고 있는 과제들은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사는 사람보다는, 그분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킬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저자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수치심을 해결하지 못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나(2장), 근심과 걱정에 눌려서 다른 꿈을 꾸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8장) 하나님의 크심을 설명한다. 물론 여전히 돈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10장), 전도를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들(11장), 변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이들(7장)처럼 좀 더 익숙한 내용들도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조금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저자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될까 싶을 정도의 내용들인데, 생각해 보면 저자가 책에서 쓴 것처럼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자신을 꾸미는 식으로 쓰고 말 텐데 말이다.


다만 열두 개의 장에 실려 있는 내용들이 전부 “(크리스천) 무신론자”라고 불릴 만한 일일까 하는 의문도 살짝 들긴 한다. 물론 이런 부분은 수사적 도전이라고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10년도 전에 나온 책이라 이미 절판이 되어버렸다(난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각 장의 내용은 의미도 있고, 제대로 된 도전을 하고 있다. 전자책으로라도 좀 다시 내면 좋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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