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스터디 -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 외 편역 / 라티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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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나 오늘날 핵심 커리큘럼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라지거나 다른 과목으로 대체되었다.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4년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모든 요건을 이수해 손에 졸업장을 든다 해도 

많은 학생들이 당혹감과 불안감을 품은 채 대학을 떠난다.



 

 

1. 요약 。。。。。。。                    

 

     흔히 인문학이라고 통칭하는 문학, 역사, 철학, 그리고 신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각각의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읽어보아야 할 추천/참고 도서들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원래는 미국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 소개되는 책들은 영어 원서들뿐이지만,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각 분야의 번역자들이 추천하는 국내도서들이 함께 실려 있다. 

 

 

 

2. 감상평 。。。。。。。                  

 

     사실 이런 책을 내는 게 쉽지 않다. 필연적으로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반론이 예상되기 때문인데,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워낙에 말이 많은 사람이기도 해서 그렇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일단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을 벌이며, 상대를 설득(공격)하거나 하는 것이 일상적이니 폭넓은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주로 고전 중심의 스터디 맵을 제시함으로써 이런 난관을 잘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은 결과적으로 이 작고 얇은 책에 적당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인문학의 위기는 교양의 위기이기도 하다. 실용학문도 물론 중요하지만 역시 모든 것을 기술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저기서 말실수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깊은 생각을 할 수 없게 된, 교양을 상실한 시대의 단면이다. 이게 단순히 말실수 같은 것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교양을 상실한 사고(思考)는 사회 전체에 그 자체로 사고(事故)를 초래한다.

 

     인문학이란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 온 지혜의 보고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인문학을 익힌다는 것은 그가 하고 있는 일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 이 작은 책은 그러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공부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썩 괜찮은 도움을 준다. 당장 나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꽤 많으니 어서 한 권 들고 읽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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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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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 줄거리 。。。。。。。                   

 

     때는 조선 중기 광해군 시절. 저물어 가는 명나라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후금(후에 청나라가 된다)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었던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입은 피해도 충분히 복구되지 않았기에 두 나라 사이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나, 명분론을 내세우는 신하들의 등쌀에 떠밀려 명을 돕기 위한 파병을 결정한다.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군사를 이끌고 간 도원수 강홍립이 후금에 투항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 영화는 그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고, 단 세 명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좌군(左軍)을 이끌던 헌명과 그의 부관이자 친구였던 도영은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더 이상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던 그 때, 헌명은 도영에게 자신이 그의 아버지를 역모로 고발했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고 국경 근처에 있었던 한 객잔에 도달했고, 이미 그곳에는 후퇴명령도 없는데 먼저 도망을 나왔던 탈영병인 두수가 있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헌명에게 복수를 하려는 도영, 탈영을 한 사실로 인해 언제 처벌을 받게 될지 두려워하는 두수, 그리고 헌명. 좁은 객잔 안에서 서로를 죽이려는 이들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어간다. 



 

 

2. 감상평 。。。。。。。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감독답게 영화는 ‘공식’에 충실하다. 좁은 방 안에서 벌어지는 1 : 1 : 1의 대결이라는 구도는 이미 ‘놈놈놈’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했던 구도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관객이 영화 속 인물에 몰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그렇게 공식에는 충실했지만, 이야기 자체를 흥미롭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사극이라는 소재 자체가 처음부터 거리감을 주는데, 여기에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 또한 딱히 와 닿지는 않는다. 감독은 각각의 인물들의 회상 장면을 통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여주려 하는데, 이런 경우 이성적 설명보다는 감정적 고조가 더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지만 영화는 너무 설명을 하려고 한다고 할까.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무난했다. 특히 두수 역의 고창석은 무미건조해지기 딱 좋았던 이 영화에 그나마 맛을 부여해주는 소금의 역할을 했다. 다만 ‘작전’이든, ‘순정만화’든, ‘맨발의 꿈’이든 맡은 배역마다 늘 같은 대사톤과 표정으로 일관하는 박희순의 표현력 부족은 이번에도 눈에 거슬린다. 아무튼 영화란 누가 누가 연기를 잘 하나 오디션을 하는 게 아니니까. 연기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야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하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딱히 매력적이지 못하니..

 

     전반적으로 감동을 주기엔 한참 부족하고, 뭔가 교훈을 주기엔 주제를 찾기 어려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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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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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수많은 환자들은 담당 의사의 뻔뻔한 태도에 감히 불평조차 하지 못한다.

환자들은 불평을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정말 요구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도,

정말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도 못한다.

 

 

 

1. 요약 。。。。。。。                    

 

     의학교육을 받고 실제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저자가,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부조리한 일들을 고발한다.

 

     저자가 말하려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의사들 자신이 너무나 ‘직업적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환자들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 애로사항이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되지만, 환자를 인간 대신 대상으로 바라보는 무신경함은 환자들을 육체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막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지적은 오늘날의 ‘의료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관련되어 있다. 병원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회사로 전락해 더 많은 돈을 얻어낼 수 있는 환자를 위해 그렇지 못한 환자를 차별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또, 의사들은 더 많은 성공과 출세를 위해 환자를 더 잘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보다는, (임상과 유리된)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을 늘리기 위한 일들에 매진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만큼 환자를 더 잘 알고 치료할 수 있는지 와는 관계없이) 그런 이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2. 감상평 。。。。。。。                  

 

     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부르주아지는 지금까지 존경스럽고 외경스러운 마음으로 보아 왔던 모든 직업으로부터 그 후광을 빼앗아 버렸다. 의사, 법률가, 성직자, 시인, 학자를 그들이 고용하는 임금 노동자로 바꿔 버렸던 것이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노동자 정부를 구성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던 그의 해답에는 동의하지 않지만(결국 프롤레타리아 독재나 당의 독재로 나아가는 건 시간문제), 이 문장은 아무튼 그가 살던 시대를 날카롭게 집어냈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자본주의란 것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시켜 볼 수밖에 없고, 그런 사회에서 직업이란 돈벌이 그 이상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이 책은 세계에서 최초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던 독일 의료계가 오늘날 자본주의 원리 앞에 어떻게 무너져버렸는지를 실감나게 보고하고 있다. 돈은 의사로부터 ‘후광’을 빼앗았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의사들 스스로가 후광 대신 돈을 택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의사들뿐이랴.

 

 

     공공보험과 사보험이 경쟁하는 독일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런 면도 있다. 당연히 병원과 의사들로서는 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보험 환자들을 ‘유치’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애써 눈에 띄지 않게 추진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나 영리의료법인 설립은 뻔히 답이 보이는 멍청한 짓이다.(물론 그 멍청한 짓으로 이득을 보는 작자들이 있으니 애써 욕먹으면서도 추진하는 것이겠지만)

 

     비단 구조의 문제만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그 구조 속에서도 또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구조의 문제와 더불어 개개인의 사명감 회복, 혹은 의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가 여기에 이르면 딱히 즉효약이 없다. 무슨 수로 그들에게 돈이 덜 벌리는 방식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당장에 법으로 규제를 할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이 돈으로 환원되는 이상 사람들은 다시 빠져나갈 길을 찾기 마련이니까.

 

     다시 마르크스의 언명으로 돌아가 보면 문제는 ‘후광’이 사라진데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인간과 세상을 신비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른 말로 하면 모든 것이 하찮아지면서 당장의 즐거움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결국 마르크스가 후대에 끼친 가장 큰 영향력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유물론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전에도 유물론은 존재했지만, 그가 이 철학 위에 자신의 정치 사회 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유물론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자본주의 역시 그 뒤로는 그 철학을 받아들여 이제 최선봉을 달리고 있으니까.(그는 현상은 잘 관찰했지만 그 원인은 잘못 짚었다) 모든 것이 물질로 확인된 순간, 숭고함이라든지, 고매함이라든지, 외경심과 같은 단어들은 곧장 창고에 처박히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오늘날 우리는 그 결과물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가치가 특정한 종류의 금속과 인쇄된 종이보다 딱히 더 나을 것도 없다는 이 끔찍한 사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아마 변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노력들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 이런 노력들은 일정부분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하게 행해지던 일들을 수면 위로 부각시켜서 사회 전체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의사들이 읽고 좀 반성했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3년 여 동안 지속되었던 병원생활은 이 분야의 비전공자인 나까지도 ‘의료산업’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게 만들기도 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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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우정치는 인재 부족에서 생겨난 결과가 아니라,

제도가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 결함이

표면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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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오줌의 역사
마르탱 모네스티에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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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줄거리 。。。。。。。                  

    

     똥과 오줌에 관해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묘하게 진지한 이 책의 저자는 이 인류 공통의 주제를 매우 노골적으로 다루는데, 그 영역 또한 대단해서 시간적이고 (주로 서양의 사례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공간적인 변화에 따른 추이를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2. 감상평 。。。。。。。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평소에는 이상하게 여기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워낙에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신도 모르게 ‘아 이거 이렇게 하는 게 원래 괜찮은 건가?’하며 저항의 수위를 낮추곤 한다.(영화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에 ‘예술’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기가 팍 죽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간다.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는 뭔가 혈통이 다른 고귀한 ‘예술가님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자신들은 그저 복종하면 될 뿐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이 딱 그랬다. 물론 ‘목소리’는 하나였지만, 그 ‘목소리’가 워낙에 세세하면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들리니 이 그로테스크한 책이 내추럴한 건가 싶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배변활동이란 게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의 매일 수행하는 일들이니 딱히 ‘이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것이라고 해서 늘 노골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때 많은 사람들이 ‘성해방’이니 뭐니 하면서 성을 문화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 성숙한 것이고 옳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 이후 이와 관련해 나타난 변화는 포르노 산업의 확산과 엄청나게 늘어난 성폭행과 성폭행 연령의 저하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똥과 오줌을 무조건 감춰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자기 똥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화가에까지 이르게 되면, 이건 뭐 거의 자기파괴적인 자유추구의 종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요컨대 자아가 팽창되자 못해 자기와 관련된 모든 것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종의 노출증에 걸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전에 한 요리사가 쓴 중세 음식사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고, 나아가서 그 역사를 연구하고 책으로까지 엮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참 멋져보였다. 어떻게 보면 이 책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일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양한 문헌과 자료로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엮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의 결과이니까. 각각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분야에 관한 미시사(微示史)를 차곡차곡 쌓아놓을 때 결국 역사학 자체도 두터워지고 풍성해지는 법이기도 하다. 도시위생이나 설계를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어볼만할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은 연구 자료로서는 충분히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그냥 사람들이 모였을 때 사용하는 B급 유머의 주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독특한 것을 즐기는 것 같은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식으로 책의 내용이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딱히 기분나빠하기 보다는 호탕하게 웃고 넘길 것 같으니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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